복문(福門)

기사입력 2018.05.10 18:01  |  조회수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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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희노애락 가운데 ‘노여움(怒)’이 가슴속에 쌓여 있다가 폭발한 형태를 ‘화(火)’라고 한다. 그러니까 우리가 일상에서 자주 쓰는 ‘화병(火病)’은 그 노여움이 극에 달해 가슴속에 쌓여 있다가 마음의 병으로 나타난 것을 이르는 말이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화’가 어느새 중요한 화두로 등장했다. 사소한 일을 참지 못하고 화를 내는 바람에 자신을 망치는 것은 물론, 가족과 이웃에게도 피해를 주는 일이 다반사로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에는 기분이 나쁘다고 길거리에서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주먹을 휘두르는가 하면, 새로 사온 침대를 조립하는 소리에 화가 난다고 아버지와 누이를 아령으로 때려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욕구불만과 조급함 때문에 정신적으로 불안해진 나머지 사소한 일에도 화를 참지 못하는 젊은이들이 길거리를 활보하고 있으니 걱정스럽다.

화는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자신은 물론 주변 이웃사람들까지 망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감정을 조절하지 못하고 화를 폭발시키면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것은 가족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주변 이웃으로 확산된다.
누구나 ‘화’를 내면서 살아간다. 그러나 누구나 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외부로 나타내며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화를 외부로 폭발시키기도 하지만 스스로 마음을 달래가며 인내하는 자세를 가지려고 노력한다. 화를 외부로 자주 폭발시키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우울증, 불면증은 물론 정신분열증과 같은 무서운 질환으로 자신을 망치게 된다. 그러나 화도 잘 처리하면 성숙한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그러므로 자신의 삶을 평화롭게 이어가려면 우선 화를 잘 다스리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적으로 이런 일들이 문제로 떠오르는 이유 가운데 우리 교육 현장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방적인 지식 전달체계를 자유토론에 익숙한 분위기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토론을 잘하는 비결은 상대방의 의견을 존중하는 태도에서 출발한다. 내 의견이 존중 받으려면 상대방의 의견부터 먼저 존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토론의 기술은 각각의 의견 차이를 어떻게 조화롭게 조정할 수 있는가의 여부에 달려 있다.
장자(莊子)는 화가 치밀어 오를 때, 그 화를 잠재우는 방법을 호랑이를 기르는 사육사를 예로 들면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당신은 호랑이 기르는 자를 아는가? 호랑이에게 감히 살아있는 짐승을 먹이로 주지 않는 것은 호랑이가 그것을 죽일 때 사나와지는 것 때문이며, 감히 짐승 한 마리를 통째로 먹이로 주지 않는 것은 호랑이가 그것을 찢을 때 사나와지는 것 때문이다. 그러므로 굶주릴 때와 배부를 때를 잘 살피고, 그 사나운 마음을 파악하는 데 통달해야 한다. 사람과 호랑이는 종류가 다른 동물이지만, 호랑이가 자기를 길러주는 사람에게는 잘 보이려하는 것은 호랑이의 성질에 따라 먹이를 맞추어 주기 때문이다. 반대로 호랑이가 자기를 길러주는 사람을 죽이는 것은 호랑이의 성질을 거슬렀기 때문이다.(汝不知 夫養虎者乎 不敢以生物與之 爲其殺之之怒也 不敢以全物與之 爲其決之之怒也 時其飢飽 達其怒心 虎之與人異類 而媚養己者 順也 故其殺之者 逆也)”

《장자》 〈인간세편(人間世篇)〉에 나오는 이야기로서 ‘달기노심(達其怒心)’이라는 고사성어의 어원이다. 여기에서 달(達)이라고 하는 것은 상황 대처를 적절히 잘하는 것을 말한다. 장자가 말하는 좋은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방법은, 내 감정을 앞세우기보다는 상대방의 감정을 먼저 잘 살피고 그것을 존중하는 태도에 있다는 것이다. 상대편의 처지나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 보고 이해하라는 뜻을 가진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지혜를 가리키는 말이다. 그러므로 화를 내는 상대의 마음을 잘 달래서 자신은 물론 이웃에게도 미칠 수 있는 화를 슬기롭게 피해야 한다.

《맹자》 〈이루편(離婁篇)〉에도 “남을 예우해도 답례가 없으면 자기가 남을 공경하는 태도를 돌아보고, 남을 사랑해도 친해지지 않으면 자기 스스로의 인자함을 돌아보고, 남을 다스려도 다스려지지 않으면 자기의 지혜를 돌아보라(禮人不答反基敬 愛人不親反基仁 治人不治反基智)”고 했다. 이 말도 모든 일을 자기중심의 시각이 아니라 상대의 입장에서 헤아려 보라는 역지사지 삶의 지혜를 가르치고 있다.

인간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고 했다. 내일의 일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니 오로지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니겠는가. 화나는 일이 있으면 그 일로 속상해 하지 말고, 모든 게 ‘새옹지마’라고 생각하고 마음의 문(門)을 활짝 열어보자. 그게 바로 내 삶을 살찌우는 만복이 들어오는 ‘복문(福門)’이다.
창문을 열고 답답했던 가슴을 젖혀 마음의 문을 열어 보자. 풋풋한 봄기운이 상쾌한 날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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