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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 읽을거리

  • 페인트 최
  • 입력 2007.06.13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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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하나 뿐인 조그만 서점에 놀러 간다. 사실은 시간이 날 때마다 달려가고는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아 아주 가끔 간다.
문자로 엮어내는 축제의 장에 가면 행복하다. 선진국의, 대형, 인터넷, 그런 것 부럽지 않다.
 

여긴 작으나 큰 곳이고 다 들쳐보아 내 것이면 좋겠고, 겉표지를 쓸어보는 것이 닿지 않으면 눈으로 인사하고, 사방 책 벽에서 나오는 종이냄새를 맡는다.
물론 우리 동네 서점 아저씨의 언제나 사람 좋은 웃음도 내가 그 서점에 들르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가 가는 날에만 손님이 없는지 항상 나 혼자다. 유리 벽 너머 사람들은 많고 많건만... 유전자가 강하게 거부를 해서 징그러운 벌레 보듯 평생 책을 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다들 사람은 만나고 산다.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니까. 그러다 보면 사람의 속을 얄팍 하다거니 위선이라거니 싫다거니 해가면서 헤아리고 단정하느라 열을 올리게 되고, 슬프다거니 상처를 열심히 받았다거니 해가며 징징 거리고... 또는 그 반대의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사람을 읽느라 힘들게 머리 쓰는 사람들을 볼 때 마다 나는 그럴 시간에 책을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사람을 읽는 삶보다는 책 읽는 삶이 적게 고달프고 더 풍요로울 거라는 생각도 해본다. 정신의 풍요를 가져 본다는 것이 꼭 책을 읽어야만 누릴 수 있다는 주장도 웃기고, 치열한 삶을 치루느라 잠 잘 시간도 없는 사람들께 뺨맞을 개 뼈다귀 같은 이바구라고 치부될지라도......
 

한 줄, 한 페이지, 한 권의 책에서 구하는 인간의 물음과 길의 친구가 될 수도 있다는데 굳이 또 책을 안 볼 이유도 없지 않겠나.
지적 허영의 액세서리처럼 때와 장소도 구별 없이 옆구리에 끼고선 불편을 감수 하라는 소리가 아니다.
두꺼운 원서를 거꾸로 놓고 눈은 자기를 봐주는 사람들을 살피라는 소리가 아니다.
책을 읽다 보면 물론 피와 살을 능가하는 영양을 섭취할 수도 있지만 무엇이었나...? 한줌의 재같이 가볍게 날아가 버린 빈손을 볼 수도 있다.
 

도대체 그 시간이 너무나 아깝고 허무하달 수도 있는 책을 만날 수 있다.
그러면 어떤가? 그런 시간조차 경험하지 않는 것 보다는 경험해 보는 것이 결코 뭔가를 잃는 짓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이런 책이 있으면 저런 책도 있구나. 이렇게 다양하게 문자가 우리를 살찌게 하는데 그 진정한 맛을 누군들 또 모르랴. 시간이 없다고, 당장에 나도 그 모양으로 말하고 지나는 날이 많다. 그러나 시간 많을 때 책을 많이 읽지 못한 게 가장 크게 후회 되고, 더 시간이 가면 아마도 똑같은 후회를 할 것이 분명하므로 읽어야 한다.
 

책을 사서 볼 수 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꼭 서점에 가서 돈을 내고 책을 사 보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지난 신문, 묵은 잡지 등등이라도 무엇인가 읽을거리는 있을 것이다.
 

게걸스레 주워 읽다 보면 돈을 주고도 산 아깝지 않은 책들이 모이고, 그 책들이 보물이라고 자랑하는 사람도 많아질 것이다. 그것부터 시작해도 좋지 않을까? 무엇인가를 읽고 있는 시간부터 가지는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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