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난 아침 일찍 일 나가신 부모님 대신, 새들의 노래 그리고 붉은 태양과 함께 늘 그렇듯이 부스스 아침을 맞는다. 기성의 아침은 참 고요하다. 꼭 아무도 없는 무인도에 와 있는 것처럼. 하지만 몇 안 되는 초등학생들의 깔깔거림은 그 고요를 한 순간에 깨어버린다.
재미있고 흥이 많으신 할머님, 할아버님들도 많으시지만 그래도 점잖은 분들이 많으신 기성이 난 늘 지루하다. 그래서 가끔은 저런 소리들이 있어야 사람 사는 것 같아 저 재잘거림이 내 잠을 깨워도 좋다. 그렇게 늘 저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목소리에 잠을 깨고 저 목소리를 따라 걷다보면 학교에 도착해 있다.
그렇게 도착한 학교로 들어서면 초등학교 때는 볼 수 없었던 광경들이 펼쳐진다. 지난 밤 뭘 했는지 퍼질러 자고 있는 친구들, 그리고 늘 숙제를 하느라 바빠 피곤하다고 칭얼대는 친구들. 처음엔 이런 친구들의 모습이 어색해서 “무슨 일 있어?”하면서 질문을 던지기도 했지만, 3학년이 되고나니 그러려니 하면서 나도 함께 퍼질러져 잔다.
3학년이 된지도 벌써 어언 4개월이 되어간다. 3학년 초 선생님들이 늘 “3학년은 빨리 간다. 학교에서 생활할 시간들이 많이 남은 것 같지? 이 시간들 금방 가. 그러니까 얼마 남지 않은 이 시간들 헛되게 보내지 말고 알차게 보내”라고 말씀하실 때, “무슨 아직 일년이나 남았는데”라면서 선생님 몰래 뒤에서 반박하기도 했었지만, 지금 자꾸만 넘어가는 책장들 그리고 알림판에 붙어있는 기말고사 시간표를 볼 때면 “아, 벌써 이렇게 됐구나”하면서 가슴 한구석이 휑해지는 기분이 든다.
죽을 때까지 늘 함께 있을 것 같았던 친구들.
친구들이 없는 나를 생각해보지도 않았는데, 자꾸자꾸 하염없이 흘러만 가는 시간들, 부피가 줄어 가는 달력들을 볼 때면 왜 한숨밖에 나오지 않는 걸까? 내가 가끔 이런 이야기를 할 때면 사람들은 나에게 말한다.
“아직 반년이나 남았구먼, 왜 김칫국을 한 트럭으로 들이 마시냐!”라고.
하지만 방학을 제외한 기성중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할 시간은 고작 5개월밖에 되지 않는다. 물론 “어? 5개월이나 남았어? 아 빨리 이 지긋지긋한 촌구석에서 빠져나가고 싶다. 얼른 고등학생이나 됐으면”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나도 학기 초에는 그런 생각들을 많이 했다. “아~ 3학년 너무 힘들어. 아 이제 중학교도 질려 정말”이라고. 그런데 점점 다가오는 내신의 압박과 진로에 대한 질문들은 내가 그토록 바라고 기대했던 고등학교라는 곳에 하나의 큰 장벽을 세운다. 그래서 그 장벽을 오르는 것이 너무 힘들 것 같아 회피하고 다시 자유로웠던 중학교 생활을 그리는 것 같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사실 큰 이유는 앞에서도 말했듯이 바로 친구들과의 헤어짐이다. 솔직히 아무것도 모르는 아주 생소한 고등학교라는 곳에서 친구들을 새로 사귀는 일은 정말 힘들 것 같다. 그 예로 우리학교가 소규모 학교라서 가끔 혼자서 대회를 나갈 때가 있다.
그때마다 몇몇 짝지어져 오는 아이들끼리 서로 이야기하고 웃는 모습을 보면 친구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대회가 끝나고 화장실에서 전화를 한다. 또 작년에 영주에 간적이 있었는데 화장실에서 얼마나 울었던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고등학교 진학을 위해 타지에 나가서 이렇게 좋은 친구들을 사귈 수 있을 거라는 확신도 들지 않고 사귀지도 못 할 것 같다. 이 같은 친구들을 기성이라는 곳에서 너무 많이 사귀어서 하느님께서 다시는 그런 좋은 친구들을 나에게 내려 주시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난 간절히 기도한다. 고등학생이 되어도 대학생이 되어도 늘 지금의 친구들과 함께 하기를.
하지만 모두 함께 같은 학교로 간다는 것은 0.01점 차이로 등수가 툭툭 떨어지는 지금의 우리 반의 현실로서는 불가능 할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 현실이 참 가슴이 아프다.
그럴 때 마다 나는 mp3를 켜고 노래를 듣는다. 요즘은 얼마 전 양파라는 가수가 불러서 더 화제가 된, 비욘세의 Listen(영화 드림걸즈 O.S.T)을 많이 듣는다.
그 노래의 가사 중에 이런 부분이 있다.
“Listen, I am alone at a crossroads(들어봐, 난 갈림길에 홀로 서있어) And I've tried and tried(난 노력하고 노력해왔어)”
이처럼 우리들에게도 어김없이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약 한 두 달 정도면 인문계고로 향하는 길, 실업계고로 향하는 길, 특목고로 향하는 꼭 선택해야 하는 갈림길에 일렬로 서 있을 것이다.
어디든지 함께이고 싶어 하는 마음은 친구들 모두 다 간절하겠지만, 저마다 원하는 곳이 있고 원하는 꿈이 있기에 헤어짐이라는 슬픔을 꼭꼭 숨겨놓고 우리들은 그 꿈만을 향해 노력하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가끔은 “함께”가 아닌 “홀로” 꿈을 이루기 위해 가는 길이 험난하고 힘들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몸은 가까이 있지 않아도, 마음만은 늘 언제 어디에 있든 함께할 친구가 있기에 결코 힘들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들은‘친구’라는 끊어지지 않는 단단한 쇠사슬에 묶여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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