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이면 사람들이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이 피서, 해수욕장 이런 것들이다. 당연히 우리 반 친구들도 7월이 되면 이번 여름방학 때에는 어디로 놀러가지? 이런 이야기를 많이 주고 받는다. 하지만 그 달콤한 생각을 모두 묻어버리는 단 한 가지, 바로 ‘기말고사’가 달콤한 7월의 2번째 주에 살짝 끼어져 있다.
우리 반은 늘 싱글벙글 시끄럽게 잘 놀다가도 한 2주 앞으로 기말고사가 다가오면 얼굴에는 미소가 사라지고, 모두들 기분 나쁜 일이라도 있는 사람처럼 퉁퉁 부어가지고 책을 들여다보고 짜증을 내는 모습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저 증상들은 기말고사가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이 증상들은 나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하지만 난 이 병적인 증상들을 이때까지 늘 잘 이겨내 왔었다. 하지만 이번 기말고사 때는 달랐다.
기말고사가 점점 하루하루 앞으로 다가오고 있는데 나는 전혀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었다. 중간고사 시험을 내 수준에서는 정말 잘 친 편이였던 터라 그 점수는 무조건 나와야 한다는 압박감과, 3학년은 반영비율이 높고 수행평가도 못해서 이번 시험은 무조건 잘해야 돼 하는 생각들이 머릿속에 꽉 차 있어 더 준비도 못하고 힘들었던 것 같다.
그래서 기말고사가 있는 그 주는 하루 종일 부모님한테 짜증만 내고 공부도 안하고 도저히 눈 속으로 안 빨려 들어오는 책 내용이 미워서 꼭 미친 사람처럼 학습지를 막 밟고 던지고 책도 던지고 혼자서 별 짓을 다 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정말 견디기가 힘들었다.
그러던 중 시험을 이틀 치루고 집에만 있으니까 너무 답답하고 미칠 것 같아서 삼산리를 가려는데, 삼산리까지 걸어서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말리는 부모님을 뿌리치고 “아, 집에 있기 싫다고!”하면서 무작정 삼산리로 갔다.
그렇게 부모님의 손길을 뿌리치고 나와서 그런지 마음이 영 찌뿌둥했다. 그래서 그런지 사동에서 삼산으로 혼자서 걸어가는 동안 많은 생각들이 뇌리를 스쳤다. 내게 특징이 하나 있다면 시험기간에는 아침밥을 못 먹는다.
그래서 부모님이 정말 공주님처럼 챙겨주시고 하나하나 걱정해주셨는데, ‘과연 나는 뭐가 그렇게 기분이 나쁘고, 뭐가 그렇게 힘들고, 뭐가 그렇게 짜증이 나고, 뭐가 그렇게 부족해서 지금 내가 이런 행동을 보이고 있나, 아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이렇게 생각하던 찰나 저 앞으로 마중 나오는 혜진이와 가람이가 보였다. ‘아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건 틀렸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친구들과 함께 모여서 공부를 하고 조용한 삼산에서 머리도 식히고 기분도 많이 좋아져서 저녁차 타고 집에 가서는 엄마아빠한테 사과해야지 하며 마음을 다잡고 있었는데, 두둥! 삼산 버스가 오지 않았다.
어쩔 수없이 부모님한테 혜진이 집에서 자고 다음날에 집에 들러서 교복으로 갈아입고 학교로 간다고 말하니까, 마침내 부모님의 분노 폭발. 세상에서 그렇게 부모님께 심하게 혼 나 본적은 처음이었다. 얼마나 많은 육두문자와 꾸중을 들었던지 귀가 얼얼할 정도였다. 그래서 억지로 누르고 눌렀던 힘들었던 생각과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과 내일 시험에 대한 걱정이 1리터의 눈물이 되어 주르륵주르륵 흘러내렸다. 옆에 있던 선호와 혜진이는 나의 많은 눈물 앞에서 당황해서 순간 얼어 버린듯했다. 그렇게 몇 십 분을 하염없이 울었다. 그러다가 뜬금없이 바보처럼 시익 웃었다.
솔직히 다른 사람 앞에서 우는 걸 정말 싫어하는 타입이라서 많이 부끄러웠다. 속된말로 쪽팔린다는...^^ 그리고 친구들도 내일 나와 같이 시험을 쳐야하고 함께 공부도 해야 하니까 괜히 내가 그 분위기를 망치는 기분도 들고 해서 그냥 시익 웃었다. 그런 내 모습을 본 친구들과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모면하려는 듯 또 한바탕 크게 웃었다.
`웃으면 좋다'는 말이 어디서 나왔는지는 몰라도 정말 웃으니까 슬픈 기억도 힘들었던 기억도 한방에 날아가고 기분도 금세 좋아졌다.
1주일 동안 늘 찡그리고 있다 보니 웃음이 얼마나 좋은지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던 듯하다.
그렇게 나는 마음을 다시 잡고 미치도록 공부만 했다. 그래서 한 새벽 3시쯤에 잠든 듯하다. 오기가 발동했다라고 하면 말이 될라나?
아무튼 혜진이도 “내일 올 100점을 못 맞으면 삼산 다시는 못 온데이~!”하며 협박을 해가면서 내가 다음날 꼭 100점을 맞아서 부모님께 덜 혼나고 부모님의 화도 풀어드리도록 하길 마음속으로 바라는 것 같았다. 혜진이도 혼자서 많이 괴로웠을 거다. 혜진이 때문이 아니지만 내가 혜진이의 집에 와서 이런 일이 생긴 거니까. 부모님과 혜진이 한테 미안해서라도 난 잘해야 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시험 잘 쳤냐구요? 아니요, 또 망했습니다.^^ 그래서 며칠 동안 집은 냉랭했고, 소파에는 서리가 앉을 정도로 썰렁하고 분위기가 가라앉았습니다.
그 다음 시험도 망치고 망침의 연속이 계속되었다. 그래서 집안분위기는 더 악화되어가는 가운데 시험이 끝났다. 결과는 정말 암울의 극치. 그래서 나는 부모님의 화를 어떻게든 풀어드려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그 마음을 더 확실하게 먹기 위해서 눈썹을 덮던 앞머리를 확 잘라버렸다.
그런데 그날 저녁을 먹다가 갑자기 엄마가 웃음을 터뜨리셨다. 그건 바로 내 앞머리 때문.
그러면서 내 앞머리 이야기부터, 무조건 부모님께 ‘예예’하면서 갖은 수를 다 써서 풀어드렸다. 그래서 지금은 전의 모습대로 돌아와 있다. 정말 냉전이었던 그 며칠은 생각하기도 싫다. 엄마의 차가운 그 한마디, “공부하기 싫으면 하지마라, 난 니한테 신경 안 쓴다”라는 말. 정말 그때는 울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잘못했다는 것을 알았고, 우는 것조차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꾹 참았다.
아무튼 지금 나는 아직도 그 앞머리를 하고 학교를 다니고 있다. 아침이 되면 하늘로 승천하고 싶은 용의 기운이라도 받았는지 위로 자꾸 솟고, 학교에서는 늘 친구들의 놀림감이 되지만, 난 부모님과의 찢어진 끈을 다시 이어준 이 앞머리가 너무너무 사랑스럽다. 앞머리가 길고 길어도 계속 잘라서 이런 바가지 띵구 스타일을 쭉 고수하려고 생각중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하고 싶다. “무엇이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긍정의 힘'이라는 책도 있듯이, 긍정의 힘은 대단하다.
긍정적인 마음 하나가 나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그 말. 늘 마음에 와 닿았지만, 이번 의 이런 내마음속의 소동을 겪고 나니 긍정적인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아무튼 나는 이번 시험으로 많은 것을 얻은 것 같다. 어느 때보다 많은 눈물을 흘린 시험이기도 했었지만 그 대신 부모님의 사랑, 친구들의 사랑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번 호를 끝으로 `현희의 학교이야기'는 연재를 마칩니다. 그동안 아껴주신 독자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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