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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 병

  • 김종헌 원장
  • 입력 2007.09.1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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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헌 원장

화가 난다. 가슴에 화가 뭉쳤다. 울화가 치밀어 못 살겠다 등의 말은 스트레스를 받거나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불쑥 쓰는 말이다. 이런 화(火)를 제때 풀지 못해 가슴속에 쌓이고 쌓이면 병이 된다.

 

울화란 억울한 감정을 제대로 발산하지 못하고 억지로 참는 가운데 생기는 신경증적인 화이다. 이 울화가 원인이 되어 생기는 병이 화병이다. 한의학에서 화(火)는 원기(元氣)의 적(賊)이라 하여 모든 것을 태우고 소모시키는 소모성 질환을 유발하는 요인이라 하였다.

 

그 성질이 위로 치솟아 대개 두통, 얼굴이 달아오름, 목에 무엇이 걸려있는 느낌, 가슴 두근거림 등 상반신에 증상이 나타난다. 화병은 특정 부위에서 이상을 찾아낼 수 없지만 여러 가지 정신적 신체적인 증상의 원인이 된다. 정신병과 달리 극심한 인격의 변화는 없다.

 

다른 나라에서는 찾아보기 어렵지만 한국인에게 유독 많은 한국적 질병으로 미국 정신의학회는 화병을 “hwa-byung"이라는 우리말 용어를 쓰면서 한국민속증후군의 하나인 분노증후군으로 설명되며 분노의 억제로 인해 발생한다”고 하였다. 화병은 유교문화의 영향으로 참는 것을 강요당하며 살아온 한국의 중년이후 여성에게 가장 많았지만, 최근에는 직장에서의 스트레스나 극심한 취업난으로 젊은 사람에서부터 노인에 이르기까지 확대되었고 환자의 유형도 매우 다양해지고 있다.

 

일시적인 스트레스나 충격만으로는 화병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대개 6개월이상 지속되는 만성적인 스트레스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화병에 걸릴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그로 인한 압박을 느끼는 사람들도 상대적으로 화병에 노출되기 쉽다.

 

경제사정으로 인한 심리적 불안 외에 사업실패, 생활고, 가정불화 등 직접적인 울화와 스트레스가 가해질 때 그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이는 정신적 질병인 우울증과 달리 스트레스의 원인을 알면서도 억울하고 분한 감정을 해소시키지 못하는 상태에서 계속 쌓아두는 것이 주로 문제가 되어 생긴다.

 

화병이 있으면 질병에 대한 면역력이 약해져 고혈압이나 당뇨, 심장병, 뇌졸증 등의 성인병에 걸리는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심한 우울감이나 무력감 같은 증상들이 나타나지만, 증상이 다양하다 보니 화병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다.

 

특별한 이상이 없는 신경성이라는 말을 듣기도 하고 얼굴에 열이 오르고,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거리는 증상을 호소하면 갱년기 장애라는 진단을 내리기도 한다. 화병은 6개월 이상 장기간 동안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여 발생하는 질환으로 본인도 스트레스의 내용을 알고 있지만 이것을 해결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쌓아두는 것이 문제가 되는데, 이것은 울체된 화로 울화를 일으켜 마음이 상처를 입어 생긴“마음의 병”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칠정손상(七情損傷)이라 한다. 칠정이란 일곱 가지의 감정으로 그것은 성냄, 기쁨, 깊은 생각이나 잡념, 근심, 두려움, 슬픔, 놀램의 일곱 가지 마음 상태를 말한다. 이런 마음상태가 한쪽으로 치우치면 울화병이 생기는 것이다.

 

주원인은 대부분 심리적인 것인데 크게 나누어 보면
① 가족관계로 인한 것(배우자, 시댁식구들과의 갈등)
② 과도한 업무
③ 사업실패, 타인과의 금전관계에서 오는 재산상의 손실, 가난함 등 경제적인 원인
④ 자녀의 비정상적인 행동, 시험낙방, 성격문제, 자신의 오랜 지병
⑤ 가족의 갑작스런 사망 등이다.
대표적인 증상은
① 가슴이 답답하거나 숨이 막히는 증상, 또는 가슴이나 목에 뭉쳐진 덩어리가 느껴지는 것
② 무엇인가 치밀어 오르는 증상
③ 몸이나 얼굴에 열이 오르는 느낌
④ 갑작스러운 화 혹은 분노와 같은 것으로 신체증상이 정신증상에 관한 것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다.

 

치료법으로는 기(氣)의 순환을 도와주는 침치료, 장기의 불균형을 조화롭게 하여 저항력을 높여 화병을 이겨낼 수 있도록 하는 약물요법, 방향성 약재의 향기를 이용하여 기의 순환을 촉진하는 향기요법, 근육을 풀어주는 마사지 요법 등이 있다.

 

화병은 개인의 성격, 체질,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능력에 따라 고혈압 등 순환기계, 두통등 신경계, 호흡기계, 소화기계 등 다양한 증세로 나타 날 수 있다. 화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화의 원인을 제거하고 스스로의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화를 억누르거나 폭발하기 보다는 조절함으로써 화병을 예방 할 수 있다. 스트레스를 푸는 한 방법으로 이용되는 “스톱요법”을 활용, “오늘은 이쯤에서 모든 걸 덮는다”든지, “직장일은 결코 집으로 가져가지 않는다”는 등 나름의 전략을 세워보는 것이 중요하다.

 

화를 오랫동안 눌러두지 말고 화가 치밀어 오르면 다른 곳으로 관심을 돌려 화를 분산시키는 것이 효과적이며 일상생활에서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으로는 경쟁심을 유발하는 운동보다 가벼운 산책이나 등산, 조깅과 같은 편한 운동이 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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