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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령바지게꾼 놀이,‘ 귀한 어르신들’은 없었다

  • 이명동기자
  • 입력 2007.10.23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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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29일 오후 6시30분, 성류문화제와 송이축제 개막식의 식전 공연으로 지역 노인들 30여명으로 이루어진 ‘12령 바지게꾼 놀이’가 재연됐다.
 

식전 공연으로 마련된 바지게꾼 놀이와 BDB예술단 공연에 이어서 펼쳐지는 김세레나, 최헌 등 유명 가수들의 축하공연을 보려고 미리부터 모여든 내·외지 관람객들은 자리를 꽉 채우고 앉아 있었다.
 

1천여명 관람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12령 바지게꾼 놀이’는 풍물패의 익숙한 가락으로 흥을 돋워갔고, 노인 배우들은 12령 고갯길을 오고가면서 준비된 갖가지 사설을 풀어놨다.
 

수년 만에 바지게꾼 놀이를 재연하는 연로한 무명 배우들도 신이 났고, 지켜보는 구경꾼들도 신명나게 손뼉을 치고 웃으면서 1시간동안 계속되는 공연을 지루한 표정 없이 다들 함께 즐겼다.
 

그런데 행사장 제일 앞쪽에 특별하게 마련된 지정 좌석에 울진군수는 물론 도·군의원, 각급 기관단체장들과 간부 공무원은 없었다. 문화제와 축제를 주관하는 부서의 일부 공무원들이 간혹 눈에 띌 뿐 대다수 공무원들 또한 찾아보기 어려웠다.
 

울진만의 독특하고 고유한 정체성을 담은‘12령 바지게꾼 놀이’가 재연되는 그 시간에 군수와 도·군의원, 간부 공무원들, 각급 기관단체장들은 울진의 문화를 걱정하고 지역경제 활성화를 걱정하면서 관내의 모 식당에서 한끼 식사로 배를 채우고 있었다.
 

항상 그래왔듯이 힘없고 빽이 없어 지정된 좌석이 없는 일반 주민들만 한 시간, 두 시간 전부터 엑스포 행사장으로 몰려들어 생리현상까지 힘겹게 참아가면서 자리를 지켰다. 일찍부터 행사장을 찾아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있는 서민들도 배는 고팠다. 언제나 문화는 배고픈 그들만의 책무요, 몫으로 보였다.      

 

울진만의 자랑거리로 어디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몇 달 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어렵게 준비한 공연이 정작 해당 예산을 편성하고, 심의하여 결정하는 인사들이 전혀 지켜보지 않는 가운데 끝이 났다.
 

공연이 끝나고 나이든 무명배우들이 공연장 바닥으로 내려서서 풍물을 울려가며 한바탕 신명을 마무리할 때까지도 군수, 도·군의원, 기관 단체장, 유지들은 나타나지 않았다.
 

마무리 공연까지 끝이 난 다음, 울진군청 담당공무원 몇 명이 나타나더니 특별하게 준비된 어르신들(?)의 좌석을 위해 쳐둔 붉은색 금줄(?)을 걷어냈고, 뒤이어 귀하신 어르신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전혀 미안한 기색 없이 뒤늦게 나타나서 그들은 단상에 올라 근엄한 표정으로 인사말을 했고, 축사를 했다. 그리고 최대한 표정관리를 해가면서 초청 가수들의 공연을 지켜봤다.
 

축제 때마다 매번 지적되어 온 얘기지만 행사장에서 “주민들은 언제나 귀하신 어르신들의 들러리로 전락한다”는 느낌은 혼자만의 것일까? 고귀한 어르신들은‘12령 바지게꾼 놀이’보다는 좀 더 고급스러운 문화공연을 즐겨야 하는 것일까?   
 

본인들 스스로 ‘나는 적어도 한시간전에 자리를 잡고 복잡한 심정으로 생리현상까지 참아가며 자리를 지키는 주민들보다는 잘났다’고 생각하는 것일까?
 

항상 고질적인 관례를 중요시하는 분에 넘치는 의전이 문제다. 의전이 신명나고 흥겨워야 할 축제 판을 망치고 문화의 지체현상을 불러온다.   
 

요즘 각 지방자치단체들은 각종 행사를 주민 중심으로 전환하기 위해 의정을 간소화 하는 등 허례허식을 줄이느라고 난리다.
 

실례로 부산광역시는 기관·단체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온 각종 행사의 의전을 주민 및 참석자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의전과 행사의 간소화 운영 계획’을 마련하여 시행하고 있다.
 

부산시는 국제 관례상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각종 행사장에서 내빈소개와 인사말을 없애고, 단상에 별도의 좌석을 배치하지 않는다. 각급 기관단체장, 정치인들 역시 중간이나 뒤쪽에 그룹별 좌석을 정해놓고 도착 순서대로 앉게 한다.
 

각급 기관단체장이 독점해오던 행사장의 맨 앞자리에는 노약자와 장애인, 여성들이 앉을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산광역시장조차 문화공연의 경우 중간에 앉도록 했다.   
 

더욱이 행사의 시작 시간을 5분 이상 지연시키지 않도록 하여, 기관단체장을 기다리다가 행사가 늦춰지는 경우가 없도록 한 것은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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