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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모유감(歲暮有感) - 왕피천 하구에서

  • 신상구 편집장
  • 입력 2008.01.0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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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이 저무는 오늘! 왕피천 하구는 가늠할 길 없는 겨울 찬바람이 덮고 있었다.
西로는 하늘로 솟은 첩첩 산이 이어오고 東으로는 흰 갈퀴를 세운 群馬(군마) 같은 바다가 끝도 없이 밀려오고 있는데, 이즈음에 늘 걸려 있는 해맞이 행사를 알리는 무자년 플래카드가 보인다.
그래, 또 한 해가 저물고 있구나. 어디서 시작된 지 몰라도 길고 긴 여정을 달려 바다를 만나는 이곳, 왕피천 하구.
시절이 시절인지라 이 맘 때를 가장 깊숙이 음미하려면 이런 하구 만한 곳도 없을 것이다.

 

17대 대선!
우리들은 그의 허물이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경제 뿐! 이념이나 정책은 의미가 없었다. 먹고 살자는 한 목소리로 심판한 선거가 끝났다. 옛말에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를 못한다고 했다.
한 사람의 절대자에 의해 좌우되는 시대는 좋지 않다는 학자들의 견해야 주지의 사실이고. 더구나 지금 우리가 개발독재시대를 살고는 있지 않은데 말이다.
아무튼 만나는 사람마다 뭔가 잘 살 것 같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분명 좋은 일이다. 그러나 먹고 사는 일이 어이 나랏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것이랴 마는 그런 기대가 현실로 이어져 먹고 살만한 나라가 되길 진정 소망해본다. 그러나 복잡다난한 인간의 이해관계를 생각하면 그저 아득하기만 한 것은 나 혼자만의 독백으로 끝났으면 한다.

 

멀리 고개를 들어 지구촌을 보면 우리 얼마나 안타까운 장면을 많이 목격하고 있는가. 지난해 2월 시작되어 지금까지 3만 명 이상 `인간'의 생명과 120만 명 이상의 소중한 거주지를 앗아간 아프리카의 수단 내전. 여전히 전쟁은 끝나지 않고 하루에도 수십 명의 목숨이 죽거나 부상을 당하는 중동의 처참한 몇 몇 나라들. 미얀마 사태나 최근 파키스탄의 연결고리를 생각하면 인간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하고 황당한 질문을 던지기도 해본다.

 

무고한 양민이 죽어가고, 부상당한 아이들의 절규를 흔히 보아오는 작금이다. 각종 종교의 어른들이 화합과 용서를 구하자는 신년 메시지가 무색하게 평화의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그 원인들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슬프다.
하구에서 또 생각이 인다.

 

사상최악의 검은 재앙이라 불리는 서해안 기름유출사고를 보면서 이 왕피천은 그런 인간의 실수로 생명을 죽이는 일이 없기를 빌어본다. 새해맞이 플래카드가 다시 찢어질 듯 팽팽하게 찬바람을 맞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새해에 처음 떠오르는 해를 보려고 동해바다가 넘실대는 우리 울진 땅을 찾아올 것이다. 또 수많은 사람들이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소원이라는 것도 빌 것이다.

 

그들과 우리가 빌고 소망하는 것들이 상생의 기운으로 모두 모두 모아져, 인간 그 이름이 부끄럽지 않은 살만한 그런 세상이 이루어지는 해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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