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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웠던 여름을 보내며

  • 입력 2004.08.27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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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살갗에 와 닿는 바람이 이제는 가을의 문턱으로 들어섰구나 하는 느낌을 준다.
30도를 웃돌던 뜨거운 한낮의 열기와 밤까지 기온이 내려가지 않아서 선풍기 없이는 잠 못이루던 밤이 얼마나 많았는지...
서로 조금이라도 선풍기 바람을 더 쐬려고 딸아이랑 자리 다툼까지 벌이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젠 아침과 저녁에 한번씩은 보일러를 틀어야 할 정도로 바람이 차다.
푹푹 찌는 이 여름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입버릇처럼 얘기했었는데 태풍이 왔다 가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세등등하던 여름은 소리도 없이 저만치 가버렸다.
막상 그렇게 가버리고 나니 올 여름엔 바닷가나 냇가에 발 한번도 못 담구어 봤구나 싶은 생각도 들고, 더위를 피해 달아날 궁리만 했었지 여름과 붙어서 이겨낼 생각을 한번도 하지 못했던 것이 사뭇 아쉽다.
10년만에 찾아온 무더위라고 하도 떠들어대서 겁부터 먹어서 그런지 정말 덥긴 더웠었지만 그래도 그 여름날 한가지라도 내 마음에 드는 것을 찾아 열중했었더라면 더 쉽게 더 알차게 여름을 보내지 않았을까 하는 때늦은 후회감이 드는 것은 실천하지 못한 자의 자책감은 아닐런지.
더우면 더운대로 서늘하면 서늘한대로 늘 이리저리 자신에게 핑게를 대고 오늘은 그냥 지내고 내일부터는 꼭 실천해야지 다짐하면서도 막상 다음날이 되면 언제 그런 생각을 했었냐는 듯이 전날과 똑같은 시간떼우기 행동을 하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포기하기에는 순간순간 떠오르는 후회감들이 나를 억누르기에 쉽지가 않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되는 순간들이 가장 빠르다고 하질 않던가.
내 아이에게 공부하지 않는다고 닥달하기 전에 나부터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면 자연스럽게 아이도 본받지 않을런지...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내안에서 나를 게으름뱅이로 만들던 나태함이여.
이젠 너와 영원히 안녕을 해야겠다.
더 늦기전에, 내가 시간의 흐름을 좇아 죽음의 문턱에 들어서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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