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기사는 충북 옥천군의 옥천신문(대표 이안재) 황민호 기자가 현재 서울특별시 입법고문으로 있는 자치단체 입법관련 권위자인 전기성(한양대 행정자치대학원) 교수와 지난 5월에 가졌던 인터뷰 내용을 옥천신문의 양해를 얻어 싣는다. 우리 모두가 어떤 조례가 군민에게 다가갈 수 있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편집자 주)-
조례는 지방자치를 중앙정치와 구분 짓는 초석이다. 조례는 자치단체장의 의지와 군 의원들의 입법 활동, 주민들의 의식 수준을 한꺼번에 꿰뚫어 볼 수 있는 좋은 척도이다.
지방자치의 꽃이고, 지방자치와 주민자치를 이어주는 큰 연결고리의 하나인 각 풀뿌리 의회와 지방자치의 우수조례를 통해서 풀뿌리가 어떻게 튼실해지는 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우수조례가 무엇인지, 그리고 조례로 인해 자치단체가 어떻게 달라지고, 주민들의 삶의 질이 얼마나 높아지는 지 현장에서 이야기를 들을 계획이다. 먼저 한국지방자치학회 우수조례선정 특별위원회 전기성 위원장을 만나 군의회의 구실과 우수조례에 대해서 자세히 들어봤다.
◆자치법규, 즉 조례란 무엇입니까?
자치법규는 국가의 모든 법체계 중 가장 하위 규범이지만, 국가의 모든 법체계 중 주민과 가장 가까이 있는 규범으로 주민들에게 많은 영향력을 행사합니다.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의 조례 제정 현황은 어떻습니까?
참 열악합니다. 우수조례 심사현황을 보면 겨우 두 번 했지만 매번 단골 수상자 의회가 있습니다. 1·2회 대상을 받은 광주광역시 의회와 우수상을 받은 서울특별시의회를 제외하고는 거의 조례제정이 없습니다. 광주의 경우, 2005년 한 해 동안 처리한 조례가 42건인데, 그 중 의원발의는 22건으로 30%나 됩니다. 하지만, 나머지 지방의회는 평균 10% 미만입니다. 이는 옥천군의회도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지방의회는 망치만 두드리는 집행부의 거수기 역할만 한 것이 사실입니다. 이는 배움과 인식의 부족입니다.
◆그러면 우수 조례라는 것은 어떤 것입니까?
우수조례의 심사기준은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첫째, 창의성입니다. 그 한계는 있지만, 주민과 밀접한 자치법규를 창의적으로 만들어내느냐를 보는 것입니다. 조례는 주민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헌법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그래서 중국은 입법법에서 국가가 아직 법률을 제정하지 않은 경우, 자치구와 같은 지역에서는 지역의 구체적인 상황과 실제적 수요에 따라 지방성 법규를 먼저 제정할 수 있다고 2000년 3월5일 공포했습니다. 이는 풀뿌리 지방자치를 존중하는 매우 진보적인 법안입니다. 법령의 범위 내에서만 조례를 제정할 수 있도록 한 우리나라와 비교할 때 파격적인 법입니다.
둘째, 합법성입니다. 상위법의 제한이 있지만, 합법성은 조례의 존재자체를 위한 부득이한 사항입니다.
셋째, 시행가능성입니다. 조례가 아무리 좋다 하더라도 실행불가능하다면 좋지 않은 조례지요.
넷째, 주민들의 삶의 질을 얼마나 높여주는 가입니다. 주민들에게 얼마만큼 필요하고 혜택을 주는 조례인지를 보아야 합니다.
다섯째는 얼마나 쉽게 만들어 졌느냐 입니다. 스위스 민법은 중학교 2학년만 되도 이해할 정도로 쉬워 좋은 민법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법 자체가 쉽다는 것은 주민들의 참여를 많이 이끌어 낸다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그런 우수 조례의 예는 어떤 것이 있는지요?
1회 개인상 부문 우수상을 받은 광주광역시 윤난실 의원의 태양광에너지도시조례안도 좋은 조례안입니다.
지역의 틀을 친환경 미래 지향적으로 바꿔나간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으며 구체적인 실천방안도 명시하고 있습니다. 2005년 2회 때에는 서울특별시의회 정호동 시의원이 발의한 주거환경조례안과 광주광역시의회 손재홍 시의원이 발의한 부실공사신고포상금조례안을 들 수 있습니다. 손재홍 의원은 각종 건축공사에 시민들의 관심을 갖게 함으로써 부실 공사를 방지하는 계기가 된다는 점이 인정됐습니다.
◆이런 우수 조례를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자치단체도 입법에 대한 개념을 바로 세워야 합니다. 저는 서울시 입법고문으로 추대돼 자치법규입법심사기준표 체크리스트 111개 항목을 만들었습니다. 자치단체 의회의 경우, 법률고문을 세울게 아니라 입법 고문을 만들어야 합니다.
조례를 제정하는 의원들이 기존의 법률 안에서 해석하는 변호사들을 법률고문으로 세워서 뭘 하겠다는 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지방자치단체의 자치법규인 조례를 새로 만들려면 입법 고문이 필요합니다. 입법은 그 자치단체의 근간, 즉 뿌리를 튼실하게 만드는 작업입니다.
◆그럼 새로 출범한 의회 의원들은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요?
의례적으로 하는 해외연수, 이것은 100% 돈 낭비입니다. 인터넷을 찾아보면 번역본, 원본 자료도 금방 찾을 수 있습니다. 입법 전문가나 선진지방의회 의원들을 초청해서 딱 4번만 세미나를 가지십시오. 입법고문제도를 도입하고, 서울시와 같이 자치법규입안심사기준표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옥천군의회 8명 전원이 조례제정을 했다고 하면 전국 톱뉴스감입니다. 물론 조례 자체가 까다로운 심사기준표의 과정과 입법고문의 자문을 거친다면 질적으로도 우수한 조례가 될 것입니다. 저는 새 옥천군의회가 제일 처음 어떤 연수방식을 취하는가를 보면 4년 동안의 활동이 판가름된다고 생각합니다.
■ 서울시 자치법규입안 심사기준표는 어떻게 되어 있나
- 입법 필요성부터 사후관리까지서울시 자치법규입안심사기준표는 모두 111개 항목으로 입법의 필요성에서부터 시작해 입법 후 1년이 되는 시점에서 사후관리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꼼꼼히 점검하는 항목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주 과학적으로 조례를 만드는 것이다.
그러니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우수조례가 나오는 것은 당연지사다. 지혜를 짜내 만든 형식이 내용을 담보하는 것이다. 전국에서 이런 자치법규입안심사기준표를 가지고, 입법고문을 운영하는 자치단체는 서울특별시 이외에는 없다.
서울시자치법규입안심사기준표는 크게 △자치법규입법의 필요성(입법수요동향조사, 종전제도 운영실태조사, 입법 필요성 조사, 입법추진일정 확인, 자치법규입법효과의 사전예측) △자치법규내용의 정당성 확보(헌법규정의 적합성, 상위법령에의 적합성, 입법체계의 정밀성, 시민과의 친숙도, 경제성, 실효성 등) △자치법규 입법절차의 정당성 확보(자치법규안의 내부심의, 관계기관과의 협의, 관련위원회 심의, 공청회, 입법예고, 재의요구) △사후관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헌법상으로는 하위법규에 속하는 조례, 규칙만을 제정할 수 있는 서울시이지만, 이 제도가 다른 자치단체에 도입되고, 계속하여 정부기관과 국회로 파급된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입법개혁은 진행형으로 발전하고 있는 것이며, 바로 이점이 심사기준표제도 도입의 의의라고 볼 수 있다고 전기성 교수는 말하고 있다.
| 『전기성 교수가 꿈꾸는 풀뿌리 의회』
전기성 교수는 먼저 의회의 헛된 권위주의를 탈피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옥천군의회 자리 배치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요? 의장 자리가 높고, 일렬로 배치되어 있지는 않은 지요. 그런 것부터 탈피해야 합니다. 환경은 사고를 지배합니다. 제가 만일 군의회 의장이 된다면 일렬 탁자 대신 원탁을 배치할 것입니다. 원탁은 모두가 동등하게 마주보며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구조적인 마술을 부립니다. 그리고 넥타이를 풀어 제치고, 허심탄회하게 심의를 할 것입니다. 되풀이되는 딱딱한 말투, 잘 알아 듣도 못하는 권위적인 말투도 바꿀 것입니다.” 권위라면 갖출 대로 갖춘 일흔을 바로 앞둔 노교수의 말이라 그런지, 더 호소력이 있어 보였다.
그리고 전기성 교수는 주민 참여적인 공간으로 의회를 주장했다. 그리고 민주주의 교육공간으로서 의회를 마지막으로 강조했다. “학생들에게 민주주의가 어떻게 실행이 되는지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학생들이 현 군의회를 본다면 뭐라 할까요? 자기와 밀접한 현안들이 어떻게 의회에서 통과되는 지 느끼고, 학생들과의 토론도 격의 없이 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바로 군의회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산 교육장입니다. 군의회를 학교에 적극 개방하십시오. 그리고 반드시 흥행에 성공해야 합니다. 그래서 군의원이 꿈인 학생들이 여럿 나와야 제대로 된 의회이지 않겠습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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