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10월 9일 월요일.
이날은 달콤했던 추석연휴가 끝나고 중간고사를 치는 날이였다. 그래서 그런지 항상 가벼웠던 내 발걸음이 무거웠다. 내가 중간고사를 치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또 사람하나 없는 골목에서는 우리학교 선생님들과 학생들의 이쁨을 받고 있는 강아지들이 우르르 몰려나왔다..
내가 시험 치는 데 잘 치라고 응원은 못해줄망정 어떤 강아지는 나한테 막 짖어댔다. 강아지들이 이렇게 짖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오늘 시험을 못 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왜 그런지 그날은 시험치는 날이라서 그런지 용이가“요~ 코러스 현감”하고 반겨주지도 않고, 평소 싫어하던 공부모드로 들어가 있었다. 딴 친구들도 모두~. 역시 내신 앞에서는 약해지는 우리 반이다. 학생이라면 다 내신에 벌벌 떠는 법! 지금 우리 2학년들도 중3 못지않게 중요한 시기라서 1학년 때보다 열심히 하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어제 전혀 공부를 안 해서 수학과 기술 그리고 도덕이 너무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수학공부를 안하고 있다. 그냥 될 대로 되라지~ 이런 식으로...
드디어 긴장되는 첫 시간이었다.
첫 시간은 수학이다. 그냥 수학은 자신이 있어서 그냥 쳐도 90점은 넘을 거라고 생각하고 시험을 쳤는데 정말 점수는 암울했다.
첫 문제부터 막히고, 아무래도 경우의 수는 다 틀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수학을 어떻게 치고, 두 번째 시간 기술· 가정을 쳤다. 기술·가정은 항상 자신 없었던 것이였다. 역시 기술도 완전 망한 것 같았다. 모르는 거 투성이였다. 거기에다가 중간고사 첫 날 마지막 시간 도덕은 공부를 좀 했는데도 불구하고 좀 틀렸었다. 나는 정말 암울했다.
그러나 나 못지않게 암울한 친구들도 있고 나보다 좀 못한 친구들도 있어서 나의 암울함을 표현하기가 좀 그랬다. 친구들도 암울한 데 나라도 밝아야지 우리 반 분위기가 좀 살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내일 잘치자!! 라고 마음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그리고 또 하루가 지나서 그날은 그 갑갑한 중간고사 이틀째 되는 날이였다. 이날은 영어와 사회를 쳤다. 역시 나는 어제 시험도 못치고 너무 암울했고, 그 날은 북한의 핵 실험으로 공부도 뭐고 어쩌면 지구에 핵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는 상황인데 무슨 공부냐! 나는 이런 생각을 했기 때문에 도저히 공부할 기분이 아니였다. 자꾸만 뉴스로 귀가 기울여졌다. 그래서 나는 노무현 대통령이 나오는 뉴스 특보를 다 보고, 좀 늦은 시간이라 공부도 뭐고 그냥 두고 잠이 와서 일찍 잤다.
그 다음 날 내 머리에는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상태라 어쩔 수 없이 또 못 치고 말았다. 그래도 영어는 그런대로 친 것 같은데, 문제를 자세히 보지 못해서 하나 틀린 것이 맘에 걸렸다. 그렇지만 사회는 완전 전멸이였다. 어떻게 그렇게 틀렸나, 너무 속상했다. 집에 가서는 뭐라고 말하고, 사회 선생님은 어떻게 볼지 걱정했다. 아무래도 이번 사회시험을 망친 이유는 내 자만심과, 그 북한사람들의 핵 실험 때문에 공부에 집중도 안 됐던 것 같다. 그래서 나는 그날 너무 너무 속상해서 혜진이 품에 안겨서 학교 화장실에서 펑펑 울었다. 그리고 그날 나는 집으로 가서도 또 펑펑 울었다. 도저히 이래서는 안되겠다라는 생각이 그제서야 든 나는 정말 그날 밤 마지막 날 시험공부를 열심히 했다.
그래서 마지막 날 난 시험을 잘 쳤다. 나름대로 만족했다. 그렇게 시험을 다 치고 친구들은 칠판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평균을 계산했다.“이야~ 내 이번에 평균 올랐다~” 이러면서 좋아하는 친구들도 있는 반면에“휴, 내 점수는 날이 갈수록 점점 바닥이고 우째” 이러면서 나처럼 울상인 친구들도 있었다. 나는 평균계산 하기가 무서워서 그냥 입 꼭 다물고 있었다. 혜진이는“괜찮다~ 괜찮다~ 한번쯤은 그럴 수도 있는 거다~ 닌 처음이라서 그런지 충격 큰가 보네~ 현희!! 힘내라~”이랬고, 민주는“괜찮아! 괜찮아! 괜찮아~ 잘 될거야~”무슨 윤은혜라도 된 것 마냥 괜찮아 송을 연신 불렀다. 이번시험에 가장 많이 들은 말이 괜찮아~ 괜찮아~ 인 것 같다. 그런데 민주는 아직도 계속“괜찮아~”하면서 내 뒤에서 항상 그런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맨날“고마해라~!”이러지만 민주는 재미있는지 나를 보면 계속“괜찮아~ 괜찮아~”한다. 그래서 나는 어쩔 수 없이 민주를 때린다.
친구들이 위로해 주는 건데 왜 그러냐~ 하면서 나보고 그러는 사람도 있을 것 같은데 정말 계속 듣다보면 짜증날려고 그런다.
그렇지만 중간고사 기간동안 친구들의 “괜찮아”라는 말 덕분에 내가 시험 점수의 압박에서 금방 빠져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친구들이 아직도 너무 고맙다. 친구들도 내가 우울모드에서 얼른 벗어나 활발 모드로 들어가는 걸 원했던 걸까?^^
그렇다!! 친구들은 나에게서 활발함을 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 친구라는 존재가 없었더라면 시험 결과에 대한 절망감으로부터 헤어 나오기가 힘들었을 것이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일주일 쯤 지난 지금 친구들의 위로와 격려 덕분에 나는 밝고 웃긴 하희진주의 셋째 샤방현희(코러스현감)로 돌아와 있다. 여전히 우리 하희진주는 똘똘 뭉쳐서 까불고 특이한 생활을 하고 있고, 은혜랑 선호한테 맨날 맞는다. 하루라도 하희진주가 욕 안 얻어먹고, 안 맞으면 그 날은 아마 모든 친구들이 우울한 시험치는 날일 것이다. 그날만큼은 우리 하희진주도 정말 우울한 날이기 때문에 선호랑 은혜는 때리기는커녕 위로해주고 격려해 줄거다.
이처럼 시험이라는 것은 그리고 시험 결과라는 것은 하희진주같은 까불고, 정신사납고, 4차원 세계의 사람들도 한순간에 우울모드와 활발모드로 바꾸어 줄 수 있는 힘을 지닌 것 같다. 그리고 한순간의 자만은 나처럼 이렇게 실패를 만든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자기 자신이 아무리 잘한다고 해도 절대로 자만 같은 건 하면 안 된다. 이건 내가 이번 중간고사를 치고 뼈 시리게 느낀 것이다.
이 세상에 성공한 자들을 봐라! 그들은 다 무슨 재능을 타고 난 것이 아니다. 악 조건 속에서도 자신의 꿈을 키워나갔고, 자만하지 않으며, 피땀나는 노력을 했으며, 많은 실패도 겪어 봤기 때문에 지금 그 성공이라는 자리 위에 있고,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뒤에 항상 그들이 실패나 절망에 빠져있을 때“괜찮아! 괜찮아!” 하면서 위로해주고 격려해주었던 친구들이 있었기에 그들이 더 빛나는 것이다.
시험기간 동안 암울했던 내가 몇일 지나지 않아 이렇게 밝아진 것은 뭐 내가 성격이 밝은 성격이라 금방 밝아진거라고도 할 수 있지만, 내 뒤 그리고 내 옆에서“괜찮아! 괜찮아!”하고 위로해주고 격려해주었던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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