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계기관의 갈팡질팡 수산행정에 어심(漁心)만 멍들어

2006년 11월 초순경 죽변 앞 해상 연안의 대게어장에 기존의 관행을 깨고 홍게 조업 선단이 통발을 투망하면서 문제가 불거져 자망어선 어민들의 집단 시위 사태를 촉발시켰던 ‘자망과 통발 어선간의 어업권 분쟁’이 자망어선과 통발어선 이해 당사자들 간의 감정적 골이 깊어진 채로 계속 진행 중이어서 그 결과가 주목된다.
지역의 자망어선 어민들은 12월 4일부터 7일까지 4일간 진행된 울진군청 앞 시위를 통해 근래 홍게 조업 선단이 울진대게 어자원 구역인 수심 200미터 지역까지 침범해 들어와서 홍게잡이용 통발을 투망함으로써, 기존에 이 구역에 자망을 투입하여 대게를 잡아오던 자망어선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게 통발 어선은 전년도까지만 하더라도 울릉도와 독도 인근 수심 1천~2천 미터 해역에서 조업을 해 왔지만, 최근 홍게 가공품의 주 수입국인 일본으로의 수출이 어렵게 되고 어자원이 줄어들자 보다 높은 가격으로 위판 되고 있는 대게 조업을 위해 연근해 어장으로 조업을 나서게 된 것이다.
그 결과 죽변, 후포, 구산 등 연안에서 조업하는 120여척의 대게 자망 어민들은 11월 초 울진군을 방문하여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요구사항이 관철되지 않고, 계속적으로 홍게 통발 어선들의 연안 조업구역이 확대되는데 따라 하루 약 200~300여명의 어민들이 참여한 가운데‘울진군수 퇴진’,‘관계 공무원 처벌’,‘대게 조업 구역의 선점권과 기득권 보장’ 등을 요구하며 군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울진군은 이와 관련하여 그동안 수차례 홍게협회 어업인들을 만나서 기존에 자망어선에서 투망해왔던 근해에서의 철망을 권고하고 설득했으나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지역의 대게 자망 어민들은 행정관청의 권유에 따라 지난 2001년부터 11월 한 달 동안을 자율금어기로 설정하는 한편, 12월에 들어서 자망을 투망할 예정으로 기다려왔다.
자망어선 어민들은 법적으로는 하자가 없다 하더라도 자율금어기를 무시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금까지 관습적으로 선점하여 조업을 영위해 온 수심 500미터 이내를 홍게 통발 어선이 침범한 것은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편 관계 당국은 어민들의 어업권 분쟁과 관련하여“조업수역 자체가 근해·연안이 중첩되어 어업간의 조업 구역을 법·제도적으로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만을 되풀이해 오고 있다.
자망 어선 어업인들은 정부의 2006~2007년도 TAC(총 허용 어획량)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있다.
TAC는 한·일 어업협정 이후에 축소된 대게 조업 어장과 대게 포획의 주요 어법인 자망과 통발 어구의 어획 노력량과 어획 강도가 증가됨으로써 대게 자원이 남획될 것을 우려한 정부가 지난 7월 1일 해양수산부 고시로 공포한 제도이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경상북도에서는 10월 10일 울진군에 근해 대게 TAC 실시와 관련한 어선 조사를 지시했다.
죽변·후포 수협을 통해 근해 대게 TAC 어선 조사를 실시한 울진군은 10월 16일 죽변·후포수협 선적 자망어선 19척 313톤으로 대게 TAC 배정신청을 하게 되고, 11월 10일 경상북도로부터 19척 88톤의 대게 TAC 시행 계획을 통보받게 된다.
이와 때를 같이하여 홍게통발협회도 11월 15일에 통발어선 10척 150톤의 대게 TAC 배정요청을 하게 되지만, 최종적으로 12월 1일 근해 통발 어선은 제외되고 자망 어선들에게만 19척 58톤의 TAC 할당 물량이 승인된다.
그러나 불과 4일후인 12월 5일 경상북도는 근해 통발어선에 대해서도 10척 30톤의 TAC 물량이 배정되었다고 추가로 통보하게 된다.
결국 이것은 당국의 수산 행정이 애초부터 정확한 과학적 근거에 의해 체계적으로 계산되어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주먹구구식으로 일관성 없게 진행되고 있음을 극명하게 드러내는 대목이다.
특히 12월 15일 개정·고시된 정부의‘총허용어획량(TAC) 적용 대상 어업의 종류 등의 지정에 관한 고시’는 또 다시 각급 지도·감독 기관과 어업인들이 서로 자기가 편리한대로 유권해석을 할 수 있는 소지를 남겨서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총허용어획량(TAC) 적용대상어업의 종류 등의 지정에 관한 고시’제6조(포획·채취물의 제한)는“총허용어획량 적용대상어업의 허가를 받은 자중, 총허용어획량 대상어종의 어획할당량을 배정받지 아니한 자는 그 대상어종을 포획·채취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12월 15일을 기해 개정·고시된 제6조는 “단서를 다음과 같이 한다. 다만, 통상적인 조업과정에서 총허용어획량 대상어종이 부수적으로 어획(주로 어획하는 경우가 아닌 경우를 말한다)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간단명료하게 정의되어 명확한 한계선을 제시하여야 할 법적인 문구가 애매모호하게 기술되어 있어 이해 당사자들 서로간의 오해와 마찰을 빚게 만든 해양수산부는 12월 18일 울진군에 접수된 공문을 통하여“당초 고시문에 게재되어 있는 내용 가운데 근해에서의 대게 TAC 적용 대상 기간이 2005년 11월 1일부터 2006년 5월 31일까지로 잘못 기재되어 있어, 법적 효력이 없다”는 행정적인 오류를 간접적으로 시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해양수산부는 홍게 통발 어선이 연안 어장에서 대게를 포획하는 행위는 단속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밝힌 것이다.
그동안 자망어선과 통발어선은 포획하는 어종의 조업구역이 달라서 충돌을 피할 수 있었지만, 돌이켜 보면 자망어선과 통발어선을 운영하는 어업인들의 갈등은 이미 수년전부터 예고되어 온 것이기도 하다.
극명한 대립으로 인해 골이 깊어져 있는 자망과 통발 어선들의 조업의 한계와 적용 대상 어종 등을 구체적으로 기술하여 명확하게 구분지어 주어야 할 법 규정마저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고, 일관성이 있어야 할 당국의 행정 조치마저 오락가락하는 한 조업권을 둘러싸고 진행 중인 자망어선과 통발어선 어민들의 갈등은 여전히 그 불씨가 꺼지지 않고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울진군 관내의 대게자망 어선 가운데 100여척은 지난해 12월 11일부터 정상적인 조업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죽변항 선적의 비교적 규모가 큰 10여척의 어선들은 조업장소를 구하지 못해서 자망을 전량 투망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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