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11월 11일은 빼빼로 데이이다. 지금 난 항상 똑같이 학교로 가고 있다. 빼빼로라도 하나 받을 것이라는 예감인가? 왠지 좋은 일이 있을 거라고... 큰 선물을 받을 거라고 예고라도 해주는 지 참새는 더 밝고 카랑카랑하게 지저귀고, 골목 할머니들은 아침부터“후동(아버지 성함)이 딸내미 큰 상도 타디만 인사도 잘하네~”이렇게 칭찬도 해주셨다. 그렇게 나는 기분 좋게 하루의 첫 시작을 칭찬으로 끊었다.
|기분 좋게 룰루랄라 교실로 들어섰을 때, 갑자기 하희진주의 맏언니 랩퍼용이가 날 불러 화장실로 데려가더니만 뜬금없이 하는 말이“현캄(내 별명)아~ 내 받아줬다. 주저리주저리~~~”하영이의 말을 듣고 난 딱 눈치 챌 수 있었다. 어제 메신저에서 성훈이가 고백했다는 이야기를 하영이가 나에게 말해줬다. 끝내 하영이가 성훈이의 마음을 받아준 것 같다.
남상미를 닮은 우리 하희진주의 맏언니 랩퍼용이는 한 얼굴 해서, 하영이를 맘속에 담아놓고 몰래 사모하는 남학생들도 많고, 그 예쁜 얼굴 때문에 인기도 많다. 그런 용이가 나는 끝끝내 일을 낼지 알았다. 그래서 나는 축하해줬다. 그리고 정말 부러웠다. 내 가장 친한 친구 하영이에게 좋은 일이 생긴 거라서 정말 기뻤다.
오늘은 빼빼로 데이지만 나 같은 사람에게는 정말 지옥 같은 날이다. 역시 우리 반에서 한 인기 하는 가람이는 3학년 오빠에게 6만원 상당의 빼빼로와 멋진 노래선물을 받았다. 그렇게까지 했는데 어찌 뿅 가지 않을까? 그래서 가람이는 그 3학년 오빠와 사귀기로 했다고 한다. 내 친구지만 이렇게 커플이 하나씩 생길 때마다 나 같이 외로운 영혼들은 정말 가슴이 찢어진다. 또 거기에다가 민주도 3학년 오빠에게 빼빼로 한 상자를 받아서 교실로 들고 왔다. 민주는 받을지 알았다. 그런데 믿었던! 혜진이 마저 연하의 1학년 남학생에게 빼빼로를 받았다. 혜진이는 그 아이가 자신을 동정해서 그런 것이라며 부정하고 있지만! 난 다 안다. 휴우~ 오늘도 어김없이 누가 누가 빼빼로를 받을 것이라는 나의 예감은 적중했다. 왜냐! 내 예감은 한 번도 틀린 적인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못 받을 거라는 예감도 적중했다.
그리고 날이 날인지라 선생님들 또한 빼빼로를 많이 받으셨다. 교무실안의 선생님들 책상엔 빼빼로가 한 가득 이였다. 나는 도서실에서 빼빼로를 드시며 열심히 책을 정리하고 계시는 임수정 닮은 우리 국어선생님께 슬그머니 가서, 소프트 아몬드·오리지널·누드 빼빼로를 하나도 받지 못한 아이들과 함께 가서 종류별로 얻어먹었다. 선생님이 주신거라 더 맛있었지만 내 자신이 참! 비참하고 부끄러웠다. 그렇지만 국어선생님의 빼빼로라도 없었으면 오늘 하루 정말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많이 받으신 선생님들도 계셨지만 반면에 정말 거의 못 받으신 선생님들도 계셨다.
나는 3학년 선배님들이 드릴 줄 알았고, 빼빼로 사러갈 시간도 없고 해서 준비를 못했는데 못 받으신 분이 계실지 알았다면 좀 준비할 껄 그랬다. 평소에 유머러스하시고, 정말 엄마같이 편한 미술선생님은“정말 내꺼는 없냐?”시면서~ 정말 섭섭해 하셨다.
가람이가 선생님께 드렸는데 선생님은 그제서야 표정이 확 펴졌다. 내년에도 계신다면 내가 한 박스 사드려야겠다. 왜냐! 못 받은 자의 기분을 알기 때문에^^ 정말 이런 날에 못 받는 자의 기분이란... 참 허탈하고, 비참하고 거기에다가 외로움 까지... 크아~ 난 정말 신은 공평하다고 생각하면서 지난 15년을 살아왔지만 이런 날에는 신이 너무 야속하다. 나를 이렇게 만들어서 부모님께 점지해주신 삼신할머니까지도 이런 날에는 원망스럽다. 조금만 더 예쁘게 만들어 주시지... 조금만 더 매력 있게 만들어 주시지...
휴~ 그렇게 나는 한탄하면서 어김없이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학급일지를 쓰고 선생님께 검사를 맡으러 갔다. 어딜 가든 오늘 하루는 고백과 함께 받지는 못했지만 여기저기에서 얻어먹은 빼빼로의 양은 정말 많은 것 같다. 나는 거기서도 어김없이 담임선생님께 빼빼로를 얻어먹었고, 가람이한테도 많이 얻어먹었다. 그러나 내가 고백을 받으면서 받은 빼빼로가 하나도 없다는 것에 대한 허전함과 섭섭함은 컸었다. 그렇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매년 있는 섭섭함의 대행사라고 생각하고 오늘도 그럭저럭 홀로 나를 위로하면서 넘어갔다.
그렇게 조금의 아쉬움을 남기고 집으로 가는 내 눈에 친구들의 손에 있는 많은 빼빼로가 띄었다. 휴~ 오늘 나를 빼고 하희진주 멤버는 다 받았다. 아! 부러워라. 하희진주는 100% 솔로만 들어올 수 있고 비호감이여야 한다는 조건이 있는 데, 이제 점점 하희진주에게 호감과 사람이라는 위기가 찾아오고 있다.
하영이는 벌써 사귐질을 하고 있고, 민주는 하희진주에게 있어서는 안 될 고백을 받았고, 혜진이는 고백은 아니지만 연하의 남성에게 빼빼로를 받았다. 이러다 조만간 하희진주가 없어질 것 같은 예감까지 든다. 그리고 오늘 나는 왠지 하희진주 멤버들에게 배신감을 느꼈다. 그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한 것이 아니라 그냥 고백을 받은 것이지만! 이들은 하희진주 멤버 조건을 어겨버렸다.
나는 한번쯤은 어겨봤으면 하는 충동감이 들기는 했지만 고백도 안 들어오고 해서 묵묵히 조건을 잘 지키고 하희진주에서 나마 살아남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런데! 이것들 안되겠네~? 빼빼로 하나 주면 용서해줄려고 했는데 이것들이 선물 받은 거라고 빼빼로도 안준다!! 많이 받았으면서 하나쯤은 줄 수 있잖아! 그렇게 아쉬움을 남기고 저물어가는 해를 바라보면서 나는 묵묵히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역시“지기지우(知己之友)”라는 말이 있듯이, 하희진주 멤버들과 너무 너무 친해서 내 마음과 우리 하희진주 멤버들의 마음이 통한 것 같았다. 정말 친구가 뭔지... 하희진주 멤버들과 다른 친구들은 나에게 와서 빼빼로도 주고 위로의 말도 많이 해주고, 정말 친구들이 섭섭해서 안 놀려고 했는데, 친구들의 말을 들어보니 나 혼자서 너무 비꼬아서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친구들은“당연히 선물 받은 거라서 (선물을)준 사람들 앞에서 줄 수 없었다면서, 빼빼로를 너에게 못 준 거라고 정말 미안하다고 화 풀라”고 말했다. 친구들의 말을 듣고‘정말 내가 너무 나쁜 애구나, 이렇게 착하고 좋은 친구들을 미워했구나 하면서’내가 정말 미웠고 부끄럽기까지 했다.
그래도 나는 조금 화가 나 있었지만 친구들이 날 위해주는 예쁜 마음과 착한 마음, 그리고 우리들의 끈끈한 우정 때문에 쉽게 끊고 싶어도 끊을 수 없었고, 미워할려고 해도 미워할 수가 없었던 것 같다. 이래서 옛말에“수어지교(水魚之交)”라는 말이 있는 것 같다.
아~ 오늘 정말 뼈 시리게 외로움과 비참함을 느꼈지만, 한편으로 친구들이 나를 얼마나 사랑하는 지, 그리고 우리들의 우정이 얼마나 깊고 끈끈한지도 알게 된 아주 좋은 경험을 한 날 이었던 것 같다.
나는 참새가 그렇게 카랑카랑하고 밝게 지저귀 길래 혹시나 나에게 빼빼로 같은 선물이나 콩고물이 하나 떨어지지 않을 까 잠시 기대를 했었다. 비록 고백이나 선물은 받지 못했지만 고백과 빼빼로 같은 선물보다 더 큰 선물을 나는 얻었다. 그건 바로 하희진주 멤버들과 나머지 친구들과 나의 끈끈한“우정”이라는 선물이다.
그렇게 나는 우정이라는 선물을 받고 집으로 오는 길에 뒤돌아서 친구들을 보니, 오늘 따라 유난히 그들의 뒷모습이 마냥 좋고 귀엽다. 그리고 지는 해를 바라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아침에 참새가 그렇게 밝고 카랑카랑 하게 운 이유가, 나에게 친구들로부터『우정』이라는 선물을 전해줄려고 그랬던 건 아닐까?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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