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한울원전 2호기에서 철거된 폐 증기발생기가 이동 후에 임시 저장고로 반입되고 있다
5만여 인구가 거주하는 울진군에 자그마치 1만5천900여 드럼의 핵폐기물이 여전히 보관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저준위 핵폐기물을 보관하기 위해 경주에 건설된 방사성폐기물처분장(2016년 8월말 기준 1만 드럼 보관)보다 1.5배 정도 많은 양의 핵폐기물이 한울원전 부지내의 임시저장고 2곳과 발전소 내 자체 보관소에 분산되어 있는 것이다.
9월 30일 현재 한울원전 내 임시 제1저장고에는 5,771드럼, 제2저장고에는 10,151드럼(발전소 내 보관량 포함)의 핵폐기물이 각각 보관되어 있다.
한울원전 핵폐기물 임시저장고는 제1저장고가 1,818㎡(약 550평) 크기에 저장 용량 7천400드럼, 제2저장고가 2,149㎡(약 650평) 크기에 저장 용량 1만 드럼이다.

2011년 한울원전 2호기에서 철거된 증기발생기가 이동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 2011년부터 2014년에 걸쳐 한울원전 1, 2, 3, 4호기에서 교체한 후 별도로 신축된 임시저장고에 보관하고 있는 대형 금속성 폐기물인 증기발생기까지 합하면 실제 핵폐기물 보관량은 훨씬 더 많아진다.
특히 한울원자력발전소 내에는 고준위 핵폐기물로써 경주의 중저준위 방폐장으로 옮겨갈 수도 없는 사용후 핵연료가 2016년 2/4분기 현재 5천58다발이 저장 수조에 보관되어 있다.
한울원자력발전소 내에 보관되어 있던 중저준위 핵폐기물은 모두 다 경주 방폐장으로 이송된 것으로 알고 있던 대다수 울진 군민들에게는 상당히 충격적인 소식인 셈이다.
이는 다수 주민들의 무관심에 더해 한울원자력본부의 뛰어난(?) 홍보 전략도 한몫 한 것으로 풀이된다.

2008년 6월 24일 한수원이 개최한 주민 설명회에서 핵유리화 설비 시험가동 기간에 비방사성 물질로 만든 유리화 샘플이 공개됐다

2008년 6월 24일‘한울원전 핵폐기물 유리화반대 추진위’의 2차 집회(울진원전 정문 앞)
한울원자력본부는 그동안 한울원전에서 발생한 중저준위 핵폐기물을 경주 방폐장으로 이송할 때마다 지방지와 지역지 등에 보도 자료를 배포했고, 오랫동안 관행으로 흘러온 일부 언론에서는 한울원전이 배포한 보도 자료를 가감 없이 충실하게 기사화해왔기 때문이다.
여하튼 지난 1988년 9월 10일 한울원전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후부터 ‘임시’라는 그럴듯한 이름표를 달고 울진 땅에 보관되고 있던 중저준위 핵폐기물은 언젠가는 경주 방폐장으로 순차적으로 다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울진군에 보관되어 있는 중저준위 핵폐기물을 경주 방폐장으로 모두 다 이송하는데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지를 예상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중저준위 핵폐기물을 경주 방폐장으로 다 옮겨가더라도, 아직까지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고준위 핵폐기물과 대형 금속성 핵폐기물인 증기발생기는 앞으로도 오랜 기간 임시 보관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사성 물질 누출 위험 등에 따라 중저준위 핵폐기물을 포함한 고준위 핵폐기물까지 울진군에서 반출할 것과 함께, 방사성폐기물처분장 수준의 지원 방안을 마련해 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는 울진군과 울진군민들의 주장은 그런 만큼 정당하다.
◈한울원자력발전소는 2010년 12월 국내 최초로 핵폐기물 1천 드럼을 경주 방폐장으로 인도한데 이어, 2015년 9월 1천 드럼, 2016년 9월 1천 드럼 등 지금까지 총 3천 드럼을 이송했다.
경주 방폐장으로 인도한 중저준위 핵폐기물은 잡고체 200리터 2천 드럼과 잡고체 320리터 1천 드럼이다.
그리고 오는 12월경에 추가로 잡고체 1천 드럼을 경주 방폐장으로 이송할 예정이다.
한울원전민간환경감시센터 관계자는 “경주방폐장으로 옮겨간 핵폐기물은 한울원전 내 임시저장고에 보관되어 있는 핵폐기물 가운데, 시간적으로 먼저 적재됐던 것부터 순차적으로 인도한 것이다”고 전했다.
잡고체 핵폐기물이란 원전에서의 기체방사성물질 처리 과정에서 수집에 사용됐던 폐필터류, 액체방사성물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온교환수지와 증발농축액을 고형화 처리한 것, 발전소 운전 과정 또는 오버홀(Overhaul, 계획예방정비) 과정에서 발생하는 종이, 면과 같은 피복류, 플라스틱, 목재, 고무, 작업자들의 가운과 장갑, 철제로 만들어진 각종 공구와 기계 등을 말한다.
이 같은 고체 방사성 핵폐기물은 한꺼번에 모아서 처리하게 되는데, 부피를 최대한 줄여서 철제 드럼에 밀봉한다.

국내 원전 사용후 핵연료 발생 현황(2016년 2사분기)

국내 원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발생 현황(2016년 8월)
◈한울원전은 특히 고체핵폐기물의 부피를 최소화하는 감용 처리를 위해 국내 최초로 한울원전 5,6호기 방사성폐기물 건물 내에 일방적으로 유리화설비를 설치하여 2009년 3월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하고 있다.
원전에서 발생하는 핵물질을 유리 구조 속에 가두어서 부피를 최고 30분의 1까지 줄이는 유리화 기술은 전 세계적으로도 아직까지 안정성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은 것으로, 가동을 앞둔 2009년 당시 울진군민들의 강한 저항을 불러왔다.
앞서 2008년 5월 당시 한울원전 관계자가 한울원전민간환경감시기구 회의에서 ‘유리화설비가 중저준위 핵폐기물을 단순 유리화하는 상용 설비의 목적 이외에도, 향후 운영하면서 농축폐액과 고방사성 폐수지 등을 소각하는 연구용 설비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밝혀 군민들의 우려와 함께 공분을 샀다.
2008년 6월, 한울원전 인접 지역 주민들은 유리화설비의 본격적인 가동을 앞두고 한울원자력발전소 정문 앞 등지에서 대규모 시위를 열고 유리화 설비의 사업 철회 등을 요구했다.
울진군의회 또한 당시 유리화 설비 사업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이를 관계부처와 관련 기관에 전달했다.
2016년 9월 말 현재, 한울원전 5,6호기 유리화설비에서는 유리 고화 폐기물 14드럼(1드럼 410kg)을 생성했다.
이는 잡고체 357드럼(37,478kg)과 폐수지 50드럼(6,044kg)에 해당하는 분량으로, 핵폐기물이 유리화 설비를 통해 30분의 1로 감용 처리된 것이다.
현재 한울원전은 지역 주민들의 반대 정서와 수용성 문제를 의식하여 한울원전 5,6호기에서 발생하는 중저준위 핵폐기물만 제한적으로 유리화 처분을 하고 있다.
◈한울원자력발전소는 2011년 한울원전 2호기 3대, 2012년 한울원전 1호기 3대, 2013년 한울원전 4호기 2대, 2014년 한울원전 3호기 2대 등 총 10대의 증기 발생기를 교체했다.
증기발생기의 잦은 세관 손상으로 인한 관막음이 한계에 도달하면서 원전의 열출력 효율 저하로 발전의 경제성이 떨어진데 따른 것이다.
한울원전은 2011년 1월에 폐증기발생기 임시 저장고를 완공하고, 뒤이어 2011년 11월 계획예방정비 기간에 교체를 완료한 폐 증기발생기 3대를 울진군의 사용 승인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임시저장고에 보관하기 시작했다.
이에 울진군이 2011년 11월 17일 사법기관에 한국수력원자력(주)을 상대로 ‘건축물 사용 승인 거부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고, 2012년 12월 21일 울진군은 패소했다.
당시 법원은 ‘건축 절치가 건축 관련 법령의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고, 방사성폐기물의 저장, 처리, 처분 시설 또한 원자력발전소 밖에 건설한 사례가 없으며, 원자력 부지 내에 저장하는 것이 공익상 필요하다’고 판결했다.
현재 한울원전에서 철거된 대형 금속성 핵폐기물인 증기발생기 10대는 한울원전 부지 내 중저준위 핵폐기물 임시저장고와 인접한 곳에 새로 시설된 별도의 임시저장고에 보관되어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주)은 한울원전의 증기발생기 교체시기에 맞추어 ‘대형 금속성 폐기물의 감용 및 자체 처분 기술’에 관한 용역을 추진했고, 2016년 후반기에 용역이 완료된 것으로 전해지지만 그 결과는 아직까지 일반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한울원전 내 중저준위 핵폐기물 임시 제2저장고(부분). 골프장과 인접해 있다(울진뉴스 자료 사진)
◈한울원전은 중저준위·고준위 핵폐기물과 폐 증기발생기 등이 환경과 공공건강에 미치는 위험성 및 방사능이 유출될 경우에 발생할 경제적, 사회적 피해 등의 잠재적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간 울진군에 비용 한푼 지불하지 않고 임시 저장고를 공짜로 사용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울진군을 비롯한 5개 시·군의 ‘원전 소재 지방자치단체협의회’는 「사용후 핵연료 등 방사성폐기물 과징 합리화 방안」 용역을 지난해 말 완료했다.
핵폐기물의 원자력발전소 내 임시 보관을 원자력발전 과정으로 간주하여 별도의 보상이나 과세 등을 하지 않았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핵폐기물의 처리 비용과 사회적 부담 비용 등에 근거하여 새로이 과세 또는 부담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방사성폐기물처분장이 위치한 경주시는 200L 용량의 핵폐기물 1드럼이 방폐장으로 반입될 때마다 63만7천500원의 수수료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경주시에는 유치 지역 지원수수료 명목으로 63만7천500원의 75%인 47만8천원이 지원되고, 나머지 25%인 15만9천500원은 한국원자력환경공단에 귀속된다.
경주시에 지원되는 유치 지역 지원 수수료는 핵폐기물을 인수할 때만 받는 수수료로써 일종의 시설 입장료인 셈이며, 전기 요금 및 TV수수료 지원 등으로 사용 용도가 제한되고 있다.
원전 소재 지자체협의회의 용역 보고서에서는 고준위 핵폐기물에 대한 부담금 부과와 아울러 유일하게 한울원자력발전소에서만 운영되고 있는 유리화설비에 대한 부담금 부과 방안도 동시에 고려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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