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철에 어울리지 않은 날씨가 계속되면서 이래저래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전 세계적으로 이상기후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며칠 전에는 갑자기 큰 지진이 발생하는 바람에 세상이 떠들썩하다. 땅이 흔들리고 농토가 물에 잠기고 가옥이 무너지는데 문화재 시설이라고 이런 재앙에서 예외일 수 없다. 오히려 오랜 풍상을 견뎌오면서 낡고 약해져서 작은 풍상에도 쉽게 영향을 받아 그 원형을 보존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아니나 다를까. 모처럼 고향을 찾아 나들이를 하면서 내친 김에 몇 군데를 돌아보니 허망하기가 이를 데 없다. 진입로는 빙판길에 빗물에 휩쓸려 이리 패이고 저리 허물어져서 들어갈 수도 없다. 건물은 낡아 비가 새고 담장 밖이나 야외에 덩그러니 방치(?)된 문화재들은 말라버린 칡넝쿨 속에 묻혀 접근조차 어렵다. 얼마나 오랫동안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되었을까.
돌아다녀보면 우리 고장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낄 정도다. 이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심한 오지 가운데의 하나라는 오명도 벗게 되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거기에 걸 맞는 도시의 면모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몇 년 사이에 갑작스레 달라졌기 때문에 곳곳에서 감동을 받으면서도 더러는 당황스럽기조차 하다. 모두가 우리 군민들의 의지가 만들어낸 결과이기 때문에 많은 기대를 갖게 만든다.
많은 인구가 유입되는 바람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수도권 몇몇 도시들과 비교해보면 우리 군의 변모는 그저 놀랄만한 수준이다. 대부분의 도시들이 늘어나는 인구를 수용할만한 인프라 구축을 등한시하다가 당하는 낭패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는데 비해 우리 고장은 그 변화의 속도가 빠르면서도 체계적이다.
서울의 삭막한 콘크리트 문화에 식상한 사람들은 이제 고향에 와서 어린 시절의 낭만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그게 곧 환상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게 바로 얼마 전까지의 모습이다.
주민들이 바라는 우리 울진은 어떤 모습일까? 행정을 책임지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한 번이라도 이런 생각을 해 본 사람이라면 군 행정을 어떤 식으로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는 쉽게 해결될 것이다.
사람들의 생각은 간단하고 단순하다.
개발 우선정책에 밀려 등한시해 온 자연환경을 더 이상 훼손하지 말고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쾌적한 친환경적 도시건설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시내 곳곳에 사람들이 걸어놓은 눈에 띄는 모든 현수막의 내용이 한결같은 이유가 이를 잘 말해 주고 있다. 그동안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주민들로부터 온갖 수모를 받아온 것도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켜보고 있는 시민들도 아슬아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그만큼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이 간단치 않기 때문이다.
이미 파헤쳐질 대로 파헤쳐져 원상복구가 어려운 데다 계층 간에 이해관계가 난마처럼 얽혀 있어 좀처럼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며칠 전에 국내 문화계에 울진군에 대한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학중앙연구원 문화콘텐츠편찬실에서『한국향토문화전자대전』편찬사업의 일환으로 ‘「디지털울진문화대전」편찬을 위한 기초조사’를 추진한다는 사실을 발표한 것이다. 이 소식에 가장 놀란 사람들은 국내에서 내놓으라 하는 저명인사들이었다. 예산이 넘쳐흐르는 대도시를 중심으로 서로 사업을 따내려고 경쟁이 치열한 사업을 어찌해서 저 경상도 벽촌의 지자체가 선점했는가를 두고 감탄의 소리가 무성하다. 국내에서 10번째 안에 신청한 지자체일 뿐만 아니라 경상남북도를 통틀어서도 처음이다.
이 때문에 벌써 몇몇 시군의 단체장들은 자기 지역 문화계 인사들의 항의방문으로 인해 무척 난감해 있다고 한다. 저 시골 벽촌에서도 하겠다는 사업을 왜 우리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가 하고 볼멘 소리가 터져 나온다. 신년벽두에 들리는 이런 반가운 소식에 가슴이 뿌듯하고 어깨춤이 절로 난다. 이런 결정을 내린 군수와 문화관광 담당자, 그리고 문화원 인사들에게 무한한 존경과 감사, 신뢰의 박수를 보내자.
아직은 홍보부족으로 군민들이 이 사업의 중요성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하겠지만 이 사업이 끝나면 그 대단한 결정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이제 우리 군은 더 이상 벽지도 아니고 오지도 아니다. 마냥 이웃 동네를 부러운 눈으로 보고 있어야만 했던 낙후된 곳이 아니다.
적어도 우리나라 문화계에서 수준이 높은 문화도시로서의 능력을 보여준 자랑스러운 우리가 있지 않은가.
지금 우리 스스로 울진군의 문화지수를 매겨보자. 그리고 자부심을 갖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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