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내 교복! 마이 드라이한거 안 찾아왔다! 어떻해! 아~ 몰라 엄마 나 그냥 간다.”
“희야~ 숙제는 다 챙기고 학교가나!”
긴 겨울방학이 끝나고 늘 그랬듯이 우리 집은 개학날 아침부터 비상에 걸렸다. 며칠 전에 드라이 크리닝 맡겨놓은 교복을 찾아오는 걸 깜빡하는 건 연중행사요, 개학날 아침 밥 안 먹고 가는 건 늘 그래서 부모님은 상관도 안 하지, 중요한 방학과제물 하나씩 까먹고 안 챙기는 등 나의 개학날 아침은 바쁘다 못해 정신이 없다. 그렇게 정신없이 학교로 들어서는 순간! 난 여자아이들과는 너무 반가워서 난리 법석을 떨었는데, 남자아이들과는 무슨 거대한 얼음벽이라도 있는지 찬바람이 쌩할 만큼 어색했다.
영민이가 이사를 간 날 보고 못 봤으니 못 봐봤자 일주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꼭 TV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하하와 형돈이 사이처럼 왜 그렇게 어색한지. 그래도 김현희가 누구냐! 이 어색함을 없애기 위해 얼마 전부터 시작한 ‘뻔뻔 개그’에 들어갔다.
“어? 밍키(민기의 별명)~ 왜 그렇게 날 쳐다보노? 아놔~ 내한테 관심 있나, 니 관심 이젠 지겹다 지겨워 내 어디가 그렇게 좋노. 아놔~ ”민기는 딴 곳을 본 것이지만 나는 나를 쳐다보는 것이라며 우리 반 반장 “잘생긴 민기"를 내 개그대상으로 삼고, 민기에게 뻔뻔 개그로 들이댔다. 이래서 나는 늘 개학날마다 이런 우리 반의 분위기를 어색에서 웃음으로 반전했다. “야! 박아라 박아라~ 어쩔 수가 없다”, “야 정말? 그래서 그다음 어떻게 됐어, 아 빨리 말해봐~(원래는 이렇게 부드럽지 않지만 여러 사람들이 보는 글이므로...^^)!”
그렇게 우리 반은 언제 어색했었냐는 듯, 제 각각 짝을 이루어 여자아이들은 방학동안 못 떨었던 수다를 떨고, 남자아이들은 말뚝 박기를 했다. 겨울방학 전처럼 다시 활기가 넘치는 반으로 돌아간 우리는 늘 그랬듯이 선생님께 장난을 걸고, 개학식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하품하고, 옆 친구랑 장난치고 난리를 피운다. 그러다가 선생님께 혼나고 또 다시 장난치고….
그렇게 우리는 부산하게 개학식을 마치고 청소를 했다. 그런데 우리 반은 같은 구역을 하루는 A팀, 하루는 B팀으로 나누어서 청소를 한다. 그래서 “오늘이 너네다. 아니다, 오늘은 너네다” 이러면서 마찰이 자주 생긴다.
긴긴 겨울방학을 마치고 처음으로 청소를 하는 터라 오늘도 어김없이 마찰은 일어났다. “버럭버럭! 야야” 여기저기에서 우리 2학년의 아우성치는 소리로 우리 학교는 휘발유에 불붙듯이 삽시간에 시끄러워진다. 그래서 우리 선생님의 특단의 조치 !“오늘은 A, B팀 같이 청소 한다! 얼른 자기 팀 청소구역 위치로!” 저렇게 하면 투덜대는 학생들 꼭 있다.
그렇지만 사회에 일가견이 있으신 우리 선생님이 학교라는 사회구성단체의 일원인 우리를 지휘하는 솜씨는 정말 GOOD! GOOD VERY GOOD! 이다(쌤 최고!). 그러므로 그 투덜거림은 잠시뿐이다. 아무튼 그렇게 북적거렸던 청소가 끝나고 나를 비롯한 우리 반이 그렇게도 애타게 기다리던 종례 시간이었다. 그~ 선생님이 들어오시기 몇 분 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우리 반 아이들… 약속잡고 아주 난리다. “야야~ 오늘 PC방 가자!”, “현희야~ 오늘 내 너거 집에 가도 되제?” 그렇지만 꼭 우물쭈물 대다가 약속시간 못 정한 아이들도 있다. 그럴 땐 참으로 뻔뻔스럽게 선생님이 오셔도 아랑곳하지 않고 약속을 잡는다.
역시 기대를 저 버리지 않는 우리 반! 대애~단하다~! 우리 선생님 개학한지 얼마나 됐다고, “휴~”하고 우리를 지휘하는 데 벌써 이력이 나셨는지 멍하니 쳐다보시기만 한다.
그래도 말로만 그렇지 선생님은 오랜만에 만나 반가워서 그렇구나라고 이해해주신다. 그래서 우리가 선생님을 좋아하는 것 같다.
그렇게 시끄러웠던 학교에서의 해방! 나는 종례를 마치고 기쁘게 집으로 돌아왔다. 난 그날 학교를 일찍 마쳐서 참 좋았는데 그날 하루는 왜 그렇게 길게 느껴지는지. 학교에 돌아와서 종일 “왜 이렇게 하루가 늦게 가노” 이러면서 투덜투덜 댔었다. 그렇게 나는 학교에서 돌아왔다. 무작정 좋다고 돌아왔는데 놀러 갈 데도 없지, 그래서 하루 종일 엄마에게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고 친구들 자랑을 하면서 너무도 긴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입이 닳도록 학교이야기이며, 친구들 자랑을 마치고 글짓기를 하려고 컴퓨터를 켰는데, 그날따라 왜 그렇게 보이지도 않던 메신저가 눈에 띄던지. 메신저를 켜서 내가 할일은 까마득히 잊은 채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그날 나의 수다친구는 MY BEST FRIEND 혜진이였다. 민주는 방금 나갔다고 하고, 혜진이의 알림말과 별명에만 온라인이라는 불이 켜져 있었다. 그래서 물 만난 고기마냥 막 수다를 떨었다. 수다의 주제는 널리고 널렸다. 어쩔 땐 연예인 이야기라든가, 딴 친구들의 뒷얘기 등 무수히 많다. 하지만 그 날엔 특별히 혜진이와 서로의 고민상담사가 되어줬다. 이럴 땐 그 어떤 능력 있는 상담선생님도 저리가라고 할 정도로 BEST FRIEND의 상담 솜씨는 뛰어나다. 그래서 나는 학교에서도 느끼지만 혜진이와 이야기를 하면서 항상 더 많이 느낀다.
가끔은 나의 부모님께 말할 때에 칭찬 대상이 될 수도 있고, 가끔은 나의 개그 대상이 될 수도 있고, 가끔은 가만히 있어도 웃음 짓게 하는 미소대상이 될 수도 있고, 고민상담사가 될 수도 있는 여러 얼굴을 가진 “친구”라는 존재는 부모님만큼 대단한 존재라고….
그렇게 나는 혜진이와 긴 상담을 마치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길게만 여겨졌었던 주말도 휭 하니 지났고, 난 지금 나의 칭찬대상이자 개그대상이고 미소대상이며, 고민상담사인 친구들을 만나러가는 등교 길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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