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간 뺏기고, 다리품 팔고, 혜택 없고...불편하기만 하다
울진군이 재래시장을 포함한 지역 상가의 활성화를 목적으로 발행한 ‘울진사랑 상품권’이 시중에 유통된 지 두달이 지났지만 상품권 구입에 따르는 불편과 홍보부족 등으로 인해 주민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이에 일부에서는 울진사랑 상품권과 관련한 제반 문제를 다각도로 검토한 후에 구체적인 보완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시간 뺏기고 다리품 팔고 할인혜택은
더욱 없고... 불편하기만 하다
상품권을 구입해서 사용해본 소비자들은 한마디로 이것저것 모두 다 불편하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울진사랑 상품권은 농협 등에서 구입하여 사용할 수 있는데,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일단 판매처를 방문하여 상품권을 구입한 다음, 상품권 사용업소를 방문하여 필요한 물건을 구입해야 한다.
울진읍 A상회에서 만난 한 주부는 “그냥 현찰로 가게에서 상품을 구입할 수 있는데, 왜 시간과 다리품을 팔면서까지 일부러 농협을 방문해 상품권을 구입한 다음 사용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특히 “상품권을 액면가의 80% 이상 사용하지 않으면 잔액을 제대로 환불받지도 못하는 등, 지역경제를 위해 상품권을 사용하는 주민들에게만 이중 삼중의 부담을 지우는데 왜 구태여 상품권을 사용하겠느냐?”고 말했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대부분의 상품권은 60% 이상만 사용하면 현금으로 환불이 가능하다.
상품권을 사용해본 소비자들 대다수는 상품권을 사용할 시에 소비자는 물론 소상인들에게까지도 일정부분 할인혜택이 주어져야 상품권 사용이 보다 활발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처럼 인센티브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순진하게 ‘울진사랑’이라는 구호로만 무장해본들 결국 절대 다수 주민들의 호응을 받지 못할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절대적인 홍보부족 “상품권, 그런 거 안 받아요”
울진 5일 장날 재래시장 안에서 만난 김모(여. 37세. 북면)씨는 채소류를 고르고 난 다음 계산을 하기 위해 물건을 파는 할머니에게 상품권을 내밀었다가 “상품권, 그런 거 모릅니다. 현찰도 아닌데 받을 수 없다”는 대답을 듣고 상당히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고 전한다.
산골마을에서 곡류나 채소류 등을 조금 마련하여 5일 장날에 노점상을 펼친 나이든 노인들은 대부분 상품권보다는 현금을 선호한다.
다수의 노인들이 상품권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지도 못할뿐더러, 설혹 알고 있어서 받았다고 하더라도 현금으로 교환하기 위해 농협 등을 찾아가야 하는 번거로운 일을 매번 겪어야 하니 결국 상품권을 기피하게 된다.
이렇게 상품권 기피증은 가끔씩 상인들과 소비자들 사이의 실랑이로 번지기도 하면서 끝내 소비자들이 재래시장을 떠나게 하는 결과를 낳아, 울진군의‘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차원에서 상품권을 발행한다’는 당초의 취지를 무색하게 한다.
울진군 담당자는 수회에 걸쳐 재래시장과 상가 등을 돌면서 울진사랑 상품권을 홍보했고, 앞으로도 지속적인 홍보를 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갈 길은 멀어 보인다.
울진군은 이에 따른 특단의 홍보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인근 포항시 죽도시장의 경우에는 상가연합회에서 상품권 사용의 활성화를 위해 상품권을 일정액 이상 구입할 경우 무료주차권을 제공하고, 상품권 사용자들에게 경품추첨 기회 등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일부 지자체는 한달에 한번씩 ‘지역 상품권을 사용하는 날’을 특별히 지정하는 등으로 공무원들이 앞장서서 그날 하루만큼은 관내 업소에서 지역 상품권만을 사용하여 물건을 구입하는 등 주민들을 대상으로 자체 홍보를 강화해 나가고 있다.
지역 최대 업체, 울진원자력본부와의 미묘한 신경전
울진군은 애초 울진사랑 상품권 발행을 계획할 당시 울진원자력본부에 상당한 기대를 걸었었다.
울진원자력본부는 직원 등 종업원 소비액이 2005년 259억4천만원에 이를 만큼 대단하고, 1천여 명이 넘는 직원들에게 현재 관내에 영업소가 없는 이마트 상품권을 일년에 20만원 정도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울진군은 울진원자력본부 직원들에게 지급되는 관외 영업소의 이마트 상품권을 울진사랑 상품권으로 교체하여 지급해 줄 것을 수차에 걸쳐 울진원전 관계자등에게 협조공문 및 면담 등을 통해 요청했지만, 할인혜택이 전혀 없다는 이유 등으로 인해 울진원전 관계자들이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울진원자력본부는 이마트 상품권을 대량으로 구입하는 과정에서 일정부분 할인혜택을 받고 있고, 그 할인 분으로 추가 구입한 상품권을 비정규직 직원들에게까지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와 관련해 울진군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울진원자력본부 관계자들과 접촉하여 울진사랑 상품권 사용을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여전히 그 결과는 불투명하다.
상품권 들고 대형마트로.. 재래시장은 오히려 위축
얼어붙은 지역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한 자구책 차원에서 발행이 계획됐던 울진사랑 상품권의 주요 회생 목표는 재래시장이었다.
그러나 재래시장 상인들은 울진사랑 상품권 발행 이후 오히려 재래시장을 찾는 손님들이 줄어들었다고 볼멘소리다.
상품권을 구입한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상품권 사용문제로 가끔은 실랑이를 벌여야 하는 재래시장을 더욱 외면하고 대형마트로 몰려든다는 이유에서다.
울진 재래시장 안에서 수십 년간 소형 점포를 영업 중인 박모씨는 “수년전부터 정부차원에서 재래시장을 살리겠다며 불법 노점도 철거하고 장옥도 현대식으로 새로 단장하고 했는데, 울진사랑 상품권이 발행되면서 오히려 손님들이 줄어들었다”고 주장한다.
전국적인 추세기는 하지만, 실제 울진에 입주중인 일부 대형마트는 중소 영세 상인들의 경쟁력을 잃게 한다는 점 등으로 꾸준히 비판을 받아오고 있다.
이런 점과 관련하여 재래시장 안에서 영업 중인 일부 상인들은 울진사랑 상품권 발행이 가뜩이나 위축된 영세상인들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한다.
울진군은 지역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상품권을 발행, 유통시켜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취지로 지난해 10~11월 한국조폐공사를 통해 1만원권 10만장(10억원)과 5천원권 10만장(5억원) 등 20만장(발행액 총 15억원)의 울진사랑 상품권을 제작·발행하여 유통시키기 시작했다.
지난 1월부터 농협 등을 통해 판매되기 시작한 울진사랑 상품권은 울진 지역 어디에서나 사용이 가능하며 상품권 액면가의 80% 이상을 구매할 시에 잔액이 환불되고 유효기간은 발행일로부터 3년이다.
울진사랑 상품권은 2월 22일 현재 7억8천8백만 원어치가 환전 또는 유통 중에 있다.
현재 전국적으로 40여개의 지자체에서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으며, 울진군의 경우 산하 공무원 600여명이 매월 1인당 5만원 이상의 상품권을 의무적으로 구입하여 시중에 유통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울진군은 추후 인센티브 부여 및 각종 시상식때 상품과 상금을 배제하고 울진사랑 상품권으로 대체해 나갈 방침이다.
/ 이명동기자(uljinnew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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