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울본부 안희성 과장, 수산인더스트리 장상중 과장을 만나다

한울원자력본부 안희성 과장

수산인더스트리 장상중 과장
지난 5월 10일 한울원자력본부에서 주목할 만한 기록이 세워졌다. 한울원전 5호기가 계획예방정비 기간 외에는 한 번도 멈추지 않고 전기를 생산하면서 1,000일 무정지 연속운전을 달성한 것이다.
화려한 기록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헌신한 이들이 있기 마련. 이번 기록의 숨은 주역 한울원자력본부 제3발전소 발전3부 안희성 과장(30)과 수산인더스트리 한울제3사업소 기계1팀 장상중 과장(39)을 만났다.
두 사람은 한 목소리로 이번 기록은 “발전소 모든 구성원이 노력한 결과일 뿐”이라며 입을 모았다.
안희성 과장은 2014년 입사한 이래 한울5호기 발전부에서 일하고 있다. 원전 운전을 담당하는 발전부는 발전소에서 가장 중요한 부서로 손꼽힌다. 보직은 발전과장으로 발전부 동료들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평상시엔 발전소의 머리인 주제어실에서 근무하지만 원자로, 터빈, 발전기 등 설비에 작업이 있으면 직접 현장에서 상황을 확인하고 힘을 보태기도 한다. 주제어실과 현장 사이를 원활하게 이어주는 가교이자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발전부의 마당쇠다.
그가 속한 발전부는 체력 소모가 심한 부서이기도 하다. 정해진 일정에 따라 교대근무를 하기 때문에 밤낮이 바뀌기 일쑤다. 더군다나 지하철 등 심야에는 운행을 멈추기도 하는 다른 산업현장과 달리 원자력발전소는 24시간 내내 가동하는지라 밤에도 쉴 틈이 없다. 안 과장은 “밤에도 발전소는 돌아가기 때문에 한시라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그래도 수면 패턴이 자주 바뀌어서 그런지 해외 나가면 남들보다 시차 적응 하나는 빠르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힘든 교대근무를 소화하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그는 “뭐니뭐니해도 가장 중요한 건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원전은 안정적으로 대량의 전기를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지만 그에 따른 책임 역시 무겁기 때문이다. 특히 발전부는 행동 하나하나가 안전과 직결되는 만큼 더 엄격하고 신중하게 업무에 임한다.
주제어실을 지키고 있어야 하는 최소 인원이 정해져 있어 함부로 자리를 뜰 수 없는 것은 물론 식사도 그 안에서 해결한다. 어떤 설비를 작동할 때는 실수로 다른 설비를 건드리지 않도록 눌러야 하는 버튼을 동료 직원이 손가락으로 정확히 지시하고 있을 정도다. 답답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철저히 규정에 따라 발전소를 운전하고 이중 삼중 확인하는 과정은 만에 하나라도 발생할 수 있는 오류를 예방하는 든든한 안전장치다.
그는 “1,000일 무정지 연속운전 기록 달성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된 거 같아 뿌듯하다”며 “한수원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협력사가 원전 안전운영을 위해 함께 땀 흘린 덕분에 이런 큰 기록을 달성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인공은 기계설비 정비 전문가 장상중 과장(39)이다. 2007년 기계설비 정비 전문회사인 수산인더스트리에 입사해 한울5호기에서 발전기, 터빈 등 주요 기계설비 정비를 해왔다. 정비업무에 잔뼈가 굵다보니 주변 직원들 사이에선 든든한 해결사로 통한다. 울진에서 나고 자란 장 과장은 14년간 함께한 5호기가 1,000일 무정지 연속운전이라는 기록을 달성해 누구보다 감회가 새롭다.
한울5호기가 1,000일 연속으로 운전하는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로 그는 “그때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며 지난 봄에 있었던 살파 다량유입 사태를 꼽았다. 살파는 대형 플랑크톤의 일종으로 반투명한 젤리처럼 생긴 해양생물이다. 작은 건 손톱만 하고 큰 건 엄지손가락쯤 된다. 원자력발전소는 터빈을 돌린 뜨거운 증기를 다시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냉각수로 사용하는데 이를 끌어들이는 취수구 앞에 장애물 ‘살파’가 가득 찬 것이다.
바다가 새하얗게 뒤덮일 정도로 많은 양이 갑작스레 나타나니 한울본부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자칫 취수구를 막아버리기라도 하면 냉각수 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밤중에 연락을 받고 눈이 반쯤 감긴 채 헐레벌떡 발전소로 돌아온 그는 동료들과 함께 “발전소를 지켜내야 한다”는 마음으로 취수구 설비에 달라붙은 살파를 쓰레받기며 양동이로 일일이 긁어냈다. 끈적끈적한 탓에 잘 떨어지지도 않았다. 비바람이 세차게 부는 악천후 속에서 우비를 뒤집어쓰고 몰려드는 살파와 그야말로 전쟁을 치렀다. 덕분에 한울5호기는 1,000일 연속 무정지 연속운전을 달성할 수 있었다.
이렇게 설비와 동고동락하다 보니 원전은 그에게 삶의 터전이자 친구와 같다. 매일 현장을 돌며 설비가 잘 있는지 확인해야 마음이 편할 정도다. 1년 6개월마다 하는 계획예방정비가 다가오면 더욱 정성을 쏟는다. 든든히 설비를 정비해둬야 안전하게 전력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울진이 태어난 곳이라 그런지 더욱 애착이 가고 이번 기록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담당 설비가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도록 정비해 새로운 기록을 이어가는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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