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한 병이/오늘 점심이라면/막걸리 두 병이면/저녁까지/든든하겠다.
단풍이/오늘 점심 안주라면/노을만으로도/저녁 안주거리는/충분하겠다.
/혼자 산다고/더 독하게 외롭겠지만/풍경(風磬)처럼 울고/매화처럼 피면/견딜만하지 않겠니?
사랑 하나/ 남기고 산다면/사는 게/다/꽃길이지 않겠니?
(송춘길/사는 게 다/전문)
2021년 봄비
봄비가 옵니다/바람도 붑니다.
전농로엔/봄비가/꽃비가 되어/흩날립니다.
저는/살짝 치매가 온/어머니께/부침개를/부쳐 드립니다.
어머니의 미소가/연분홍 치마처럼/꽃비처럼
흩날리는/바람 불고/봄비 오는/어느 늦은/봄날입니다.
(송춘길/2021년 봄비/ 전문)
송춘길(시인)
지난해 8월 제주도 여행 중에 만난 『탄감자 선생』이 나에게 시집 한 권을 선사했다. 『사랑 하나 남기고 산다면』이라는 시집이다. 그는 『탄감자』라는 시에서 사월 햇살에 얼굴이 익어 『탄감자』선생이 되었다는 연유를 쓰고 있다. 그 이후로 학교에서 아이들이 그를 정겹게 불렀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나는 『송선생』이라고 하지만 『탄감자』라는 이름도 괜찮아 보인다. 그의 호가 되었으면 한다. 『탄감자 선생』은 한때 울진에서 중등학교 국어 선생으로 재직하기도 했다. 지금은 퇴임하여 그의 고향인 제주도에서 팔순이 넘은 어머니를 모시며 살고 있다.
이번 시집은 살짝 치매가 온 어머니를 모시고 간병일기를 시로 써 내려간 삶의 이야기이다. 시집을 단숨에 다 읽었다. 이 시집에는 어머니의 인생이 담겨 있다. 『아들아』,『어머니 손발』, 『어머니와 과메기』등의 시는 가슴 짠한 이이기다.
또한, 이 시집 전체를 꿰뚫는 것은 관계와 소통이다. 『만남은 인연이요, 관계는 노력이다.』라는 말이 있듯이 한마디로 화자인 탄감자 선생의 어머니에 대한 태도는 노력을 넘어 지극정성 그 자체다. 그리고 독자들에게는 가슴 짠한 감동을 주면서 때로는 웃음을 선사한다. 이 시집에는 모자간의 관계와 소통의 아름다운 장면이 대부분을 시로 표현되고 있다.
그 한 예로 『2021 봄비』라는 시에서는 어머니께 부침개를 부쳐 드리는 모습이나 어머니가 무의식중에도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흉보기 2』에 펼쳐져 감동케 한다. 『숙제』라는 시에서는 국어 선생인 어머니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장면은 감동과 함께 웃음을 자아내게 한다.
시란 과연 무엇인가. 독자가 읽어서 무슨 뜻인지 모르는 알쏭달쏭한 시도 많이 있다. 때로는 그러한 시들도 우리에게 생각하는 힘을 키우는 데도 필요하다. 그런데 『탄감자 선생』이 쓴 생활을 소재로 한 시도 우리에게 유용하다. 이번에 그가 펴낸 시집에는 현재 우리 삶에서 가져야 할 가치는 무엇이고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지를 우리에게 진지하게 되묻고 있다.
선대부모들이 우리에게 물려준 무언의 소중한 가치를 우리는 잊어버리고, 내다 버리고, 때로는 외면 해버리는 세대인 진짜 치매 세대인지도 모른다. 그러한 점에서 본다면 이 시집의 주제들은 누구나 읽어서 쉽게 이해하고, 때로는 깊은 생각을 하게 하고, 때로는 짠한 감동을 주는 쉬운 시이기도 하다. 그래서 쉬운 시는 결코 쉽게 씌여진 시가 아니다. 울진에 오면 시집 출간 축하주로 대포 한턱 쏘아야겠다.
김진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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