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을 치되 잡스러이 치지 말고 똑 이렇게 치렸다
쿵
부자유를 위해
쿵딱
식민주의와 그 모든 괴뢰를 위해
하나가 되려는
우리들의 꿈
우리들의 사랑을 갈라놓는
저들의 음모를 위해
쉬
저들의 부동산과 평화로운 잠을 위해
쿵
우리들의 피어린 희생을 위해
가진 것 없는 우리
하나뿐인 영혼
하나뿐인 몸을 던져
쿵
외진 땅 서러운 아들딸들아
아닌 밤 네 형제가 없어져도
북채 잡고
세상의 모든 압제자를 위해
눈물 삼켜
딱 한 번
쿵
북을 쳐라
한밤이 가까워 오면
돌고 도는 지구도 제자리를 바꾸고
파수꾼은 우주의 시계판 위에
시간의 흐름을 표시하리니
사람들은 잠에서 깨어나고
때가 되면 우리는 우리의 할 일을 하게 될 것
북을 쳐라
새벽이 온다
새벽이 오면 이방인과 그 추종자들이
무서움에 떨며 물으리니
누가 아침으로 가는 길을 묻거든
눈 들어 타오르는 해를 보게 하라
오오 영광 조국
동방에 나라가 있어
거기 사람이 살고 있다 하라
때가 오면 어둠에 지친 사람들이
강변으로 나가 머리를 감고
밝은 웃음과 사랑 노래로
새로운 하늘과 땅을 경배하리니
북을 쳐라
바다여 춤춰라
오오 그날이 오면
겨울이 우리에게 가르쳐준
모든 언어 모든 은유를 폐하리라
정희성(시인)
<17인 신작시집 : 마침내 시인이여. 1984>
이 시는 1980년대에 시인 정희성이 썼습니다. 격정적으로 쓴 꽤 긴 시이기도 합니다. 시인은 8.15라는 역사적 사실을 통해 지금은 군사정권의 암담한 현실이지만, 언젠가는 민주주의를 쟁취할 것이라는 희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결국, 민중의 항쟁으로 군사독재정권은 무너졌고 민주주의는 회복되었습니다. 그러나 시인이 노래한 것처럼『하나가 되려는 우리들의 꿈』인 겨레의 소원인 통일은 오지 않았습니다. 시인은 우리를 가둔 어둠이 물러나도록, 새벽이 오도록, 북을 치라고, 깨인 시민이 되라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올해가 8·15해방의 감격을 맞이한 지 78주년이 되는 광복절입니다. 8.15광복을 맞이한 지, 반백 년이 더 된세월이 흘렀습니다. 만고에 남북을 함께 비추는 보름달은 여전히 둥글지만, 한겨레의 사람살이는 여전히 반쪽 달입니다. 집안 족보가 그렇고, 말과 글, 남북 철도와 도로 등이 끊겨 반쪽의 형국입니다. 항일투쟁의 역사도 반쪽입니다. 그간 간간이 짧은 소통과 왕래가 잠깐 있었지만, 여전히 불통과 관계단절의 역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우리 겨레는 한 하늘 아래 살지만, 여전히 남북한은 고립된 육지의 섬사람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때로는 불구대천의 사이처럼 지내기도 했습니다. 정작 불구대천의 이웃이 따로 있는데도 말입니다.
통일의 희망은 사막의 신기루처럼 어른거리다 사라지곤 합니다. 하지만 사람에게는 희망이라는 의지가 있기에 절망을 극복합니다. 우리 역사가 그래 왔습니다. 시인의 말처럼 언젠가는『밝은 웃음과 사랑 노래로 새로운 하늘과 땅을 경배하…』는 날은 반드시 오고야 말 것입니다.
4356년, 광복절을 맞이한 오늘, 독립운동가 이동녕은 우리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습니다.
『동지들 우리가 나라를 잃고 광복을 하고자 하면 손에 손 꼭 잡고 대동단결 해 주시오』
(시인 김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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