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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의 시] 우리말 사랑

  • 울진뉴스
  • 입력 2023.11.24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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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고 일어나 / 달리기를 하면 발목 삘까 봐 / 조깅을 한다.

땀이 나 / 찬물로 씻으면 피부병 걸릴까 봐 / 냉수로 샤워만 한다.

아침밥은 먹지 못하고 / 식사만 하고

달걀은 부쳐 먹지 않고 / 계란 프라이만 해 먹는다.


일옷은 입지 않고 / 작업복만 골라 입고

일터로 가지 않고 / 직장으로 가서

일거리가 쌓여 밤샘 일은 하지 않고

핏발 선 눈은 / 충혈된 눈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면

아내는 반찬을 사러 가지 않고 / 슈퍼에 간다.


실컷 먹고 뒤가 마려우면

뒷간으로 가지 않고 / 화장실에 가서

똥오줌은 누지 않고 / 대소변만 보고 돌아와

오랜만에 아내와 마주 앉아 / 얘기를 나누다 잠이 들면 될 텐데

와이프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다 잠이 든다.

 

서정홍/농부 시인


서정홍의『한글사랑』이라는 시는 순우리말과 한자어, 고유어와 서양식 외래어를 대립짜임으로 나타내고 있다. 우리 말이 있는데도 이런 한자말, 일본말, 양글말(영어) 따위를 아무 생각 없이 마구 쓰는 것에 대해 비판과 반성을 촉구하고 있다. 

 

그가 말하듯이 큰물같이 밀려드는 외국어에 우리말이 오염되어 가고 있다. 언론매체는 물론 길거리 간판, 상품과 아파트 이름 등 국적 불명의 외국어가 넘쳐나고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이미 굳어진 한자 말이나 다른 외국어를 쓰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 산(山)을『뫼』, 학교(學校)를『배움집』, 이화여자대학교(梨花女子大學校)를 『배꽃계집아이큰배움집』같은 낱말은 이미 죽은 말이 되어 잘 쓰지 않는다. 

 

한편으로 한자가 뜻글자라 일반인들의 이해를 염려하지만, 학문 언어영역은 전문가에게 맡기면 된다. 

그래서 한글로만 써도 아무 불편함이 없다는 사례로 이미 한글로만 기사를 내는 한겨레 신문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신문 구독자들은 한글로 된 기사를 읽고 그 뜻을 이해하는 데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우리말에 없는 외국말은 써야겠지. 이 경우에도 우리말로 바꾸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우리말이 있는 데도 일상에서 버젓이 한자 등 외국말을 쓰는 것이다. 

 

어떤 도로 주소에『샘실』을 천연~으로, 『내앞』을 천전 등으로 바꾸어 놓았다. 이는 아름다운 우리말을 두 번 죽인 거나 다름없다. 어디 이것뿐인가.

요즘 필자가 받은 초청장에 『공사다망』이라는 글귀가 있었다. 굳이 공사다망(公私多忙)이라고 써야 할까? ~여러 일로 바쁘시겠지만~ 이라고 썼다면 좋았을 텐데. 

10월 9일은 한글날이다. 우리 말글은 배달겨레의 얼이다. 우리는 말로만 한글 사랑을 외칠 게 아니라, 진정한 한글사랑은 우리 말글로 우리 말법에 맞게 쓰는 일이다. 외국말 오염에서 벗어나자. 이것이야말로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가 가지는 진정한 뜻을 살리는 길이다.                                                         

김진문(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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