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섭 (동원대학교 교수, 국제교류원장)
스탠 톨러(Stanley A. Toler)가 쓴『행운의 절반 친구』(한상복 옮김, 위즈덤하우스)에 보면, 돈을 벌어 성공하기 위해 열심히 사는 광고회사 팀장 주인공 조의 이야기가 있다.
열심히 노력한 덕에 회사에서 인정받고 많은 성과금을 받았지만, 주변에는 그의 성공을 축하해 줄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 심지어 동료도 없다. 늘 마음 한구석이 허전하던 조는 우연히 퇴근길에 작은 커피숍에서 혼자 커피를 마시는데 가게주인 맥이 그에게 말을 건넨다.
그는 맥과의 대화를 통해 세상을 향해 닫혀 있던 마음의 문을 열고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사는 삶이 얼마나 풍요롭고 아름다운 것인지를 느낀다. 그리고 시기와 질투가 난무하는 경쟁 사회에서 마음을 나누고 교감할 수 있는 ‘친구’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특히 ‘행운의 절반은 나의 노력으로부터 오고, 행운의 다른 절반은 친구로부터 온다.’라는 맥의 말에 큰 깨우침을 얻는다.
이 책의 저자는 커피가 조화로운 맛과 향을 만들어내듯이, 사람이 서로 어우러지면 행복과 성취를 끌어낸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친구도 인생에서 중요한 투자자산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저자는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티베트 속담을 인용한다.
“앞에 놓인 삶을 향해 미소 지어보라. 미소의 절반은 당신의 얼굴에 나타난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친구들의 얼굴에 나타난다.”
가지고 있는 것이 많고 적음을 떠나 누군가를 돕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어떤 이들은 베풀고 나누는 일을 통해, 오히려 남을 도우면서 자신이 스스로 상처를 치유 받으며 위로를 얻는다고 말하곤 한다. “받아서 행복하지만, 나누어서 더 행복하다.”라는 말과 같은 맥락이다.
사람은 누구나 늘 행복해지기를 희망하고 노력한다. 그러나 가진 것이 적어서 불행한 것도 아니고, 많다고 해서 마냥 행복한 것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일상에서 지치고 견디기 힘든 일들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늘 주위의 누군가로부터 위로받고 싶어 한다. 우리가 서로 돕고, 의지하며 살아가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웃 사람들이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관심을 가지고 도우려는 마음으로 살펴보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우리는 주변의 이웃에게 관심을 보이고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데 익숙하지 못하다. 내가 힘든 순간에 위로받을 수 있는 좋은 친구를 가지고 싶어 하지만, 그 방법을 잘 모르기 때문이다. 내 주위의 힘든 사람에게 나로 인해 위로될 수 있는 것도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모른다.
부처님의 가르침 가운데 선지식(善知識, kalyanamitra)이라는 말이 있다. 곧고 바른 성품으로 사람들을 바르게 이끌어주는 훌륭한 지도자를 이른다. 불가(佛家)에서 말하는 진실한 선지식은 부처와 보살을 의미한다. 수행자가 수행과정에서 여러 선지식을 만나야 하는 이유는, 선지식의 가르침이 어떤 일을 판단하거나 실천하는 데 본보기와 모범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린아이에게는 보살펴줄 부모가 필요하고, 장님에게는 눈이 필요하듯이, 우리에게는 바른길을 가르쳐주고 이끌어줄 지도자가 필요하다.
이런 선지식이 갖추어야 할 일곱 가지 덕목을 ‘선우칠사(善友七事)’라 하였다. 주기 어려운 것을 주고, 하기 어려운 것을 하며, 참기 어려운 것을 참고, 비밀스러운 일을 서로 말하며, 잘못한 것을 덮어주고, 괴로운 일을 만났을 때 버리지 않으며, 비천할 때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는 덕목이다. 제자 아난다(Ananda, 阿難陀)가 그 소중함의 크기를 묻자, 부처님은 이 일곱 가지 덕목이야말로 사람이 깨우치는 도리의 전부라고 가르쳤다.
커피숍 사장 맥은 조에게 이렇게 말한다.
“사업이라는 게 특히 그렇지. 사업의 핵심은 ‘어떤 사람을 만나서 어떤 관계를 맺느냐.’에 달려 있다네. 그게 성공과 실패를 좌우한다고들 하지. 고객은 물론 직원과 거래처, 사업 파트너, 투자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친구가 되어 자신의 꿈을 이루어가는 것이 바로 사업이야. 나 혼자 잘났다고 성공하는 사업이란 없다네. 수없이 많은 친구의 도움을 얻어야만 비로소 꿈을 이룰 수 있지. 그래서 훌륭한 경영자들의 자서전을 보면 성공 과정의 동반자였던 친구들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어. 하지만 사람들은 주인공만 열심히 보느라, 정작 그 부분을 놓치고 있다네.”
우리는 살아가면서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가운데 많은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기도 하고. 상처를 주기도 한다. 대부분은 많은 주위 사람으로부터 도움과 위로를 받아왔으면서도 그 고마움의 가치를 깨닫지 못한다.
어느 날 문득 돌아보니 이 모두가 나 자신의 이야기였다. 나 때문에 상처받은 분들도 당연히 많았으리라. 그러고 보니, 이 나이가 되도록 내 주위 사람들에게 큰 빚을 지고 살았다. 그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한 마음을 어떻게 갚아야 할지 큰 숙제를 안고 있음을 깨닫는다.
내가 지금 누리는 행운의 절반은 그들 몫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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