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문(城門)의 누대(樓臺)에 오르며 길게 탄식하며 한숨을 쉬는 공자에게 제자 자유(子遊)가 물었다.
"선생님께서는 무엇을 탄식하시는지요?" 공자가 대답했다.
“큰 도(道)가 행해지는 세상은 천하를 모두 공유(公有)한다. 어질고 유능한 사람을 뽑아 관직을 맡겨 신의(信義)와 친목을 다진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홀로 자기의 어버이만을 모시지 않았으며 홀로 자기 자식만을 사랑하지는 않는다. 노인들은 편안히 여생을 보낼 곳이 있으며, 젊은이들에게는 일자리가 있고, 어린이에게는 모두 잘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져 있다. 과부와 홀아비, 부모 없는 고아, 자식 없는 외로운 이, 그리고 불치의 병에 걸린 이로 하여금 다 부양을 받을 수 있게 하며, 남자는 일정한 직분(職分)이 있고 여자는 돌아갈 가정이 있었다. 재물이 땅에 버려지는 것은 싫어하지만 반드시 자기만 사사로이 독점하려 하지 않으며, 힘은 자신으로부터 나오기를 원하지만 자기만을 위해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음모가 없고 도적이 생기지 않아서 집집마다 바깥 대문을 잠그지 않는다. 나는 이런 사회를 바란다.”
『예기(禮記)』 「예운(禮運)」편에 실린 공자의 이 말씀은 자신이 바라는 이상사회, 바로 ‘대동(大同)’이었다.
공자가 주장한 ‘대동’은 만인의 신분적 평등과 부(富)의 공평한 분배, 인륜의 구현을 특징으로 하는 유교의 이상사회 곧 ‘천하위공(天下爲公)’이라 하여 온 세상이 만백성들의 것이라는 뜻이다. 즉 모든 사람이 서로 돕고 서로 사랑하는 국가를 모든 사람들이 빠짐없이 참여해서 만들어나간다는 의미이다.
오늘날 중국의 국부(國父)로 추앙을 받는 쑨원(孫文)이 평생을 통해 가는 곳마다 부르짖은 것도 바로 ‘천하위공(天下爲公)’이었다. 그가 그렇게 끊임없이 절규하다시피 한 이유는 무엇일까.
19세기 말, 청(淸)나라는 거의 외국 열강의 식민지나 다름없었다. 지배계층은 부패하고 무능했으며 국민 역시 무기력에 빠져 있었다. 아편전쟁으로 영국에 패하면서 나라가 망해가는데도 여전히 아편은 저잣거리에 만연했다. 청일전쟁 패배로 일본에게 타이완(臺灣)과 펑후(澎湖)제도를 빼앗기고 조선에서도 물러나야 했다. 중국은 종이호랑이가 되었고 엄청난 위기감이 중국 전역을 휩쓸었다.
쑨원은 이런 위기를 자초한 원인을 중국 사회가 안고 있는 ‘공(公) 의식’의 결여라고 생각했다. 이 난국을 타개하려면 국민을 깨우치도록 하는 것이며 그 중심되는 구호가 바로 ‘천하위공’, 즉 천하는 만민의 공유물이라는 주장이었다.
우리라고 다를까. 조선왕조 5백 년 내내 권력자들은 선공후사(先公後私), 멸사봉공(滅私奉公)을 내세워 희생을 요구하면서도, 실제로는 권력과 국가재산을 사유화했다. 나라를 다스리는 지도자들에게 공(公) 의식이 없는데, 백성이 어떻게 공(公) 의식을 가질 수 있겠는가.
오늘날도 달라진 것이 없다. 국민으로부터 끊임없이 지탄받으면서도 정치인들은 선거 때만 되면 사당(私黨)을 만들고 국가 대사를 당리당략에 따라 결정하곤 한다. 가장 중요한 ‘투명함(公明)과 바름(正大)’이 결여되어 있다.
굵직한 현안을 발표할 때마다 온 나라가 벌집을 쑤셔놓은 듯 시끄러운 것도 바로 이런 현상의 연장이다. 이런저런 연고가 있는 정치권 인사들의 행태는 가관이다. 대통령 후보와 장관까지 했던 국회의원들이 시위를 주도하고 도지사가 삭발에다 국회의원회관 로비에서 단식농성을 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시위나 농성, 단식, 삭발과 같은 방법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 지금은 서로 머리를 맞대고 국가적 차원의 해법을 찾아야 할 때다. 우리 사회를 더 큰 혼란 속으로 밀어넣는 위험천만한 행동은 하지 말아야 한다.
이들도 이런 사실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당장은 정치적 손익계산에만 매달려 들끓는 지역 민심에 올라타기 위해 안간힘을 쓸 뿐이다. 법치(法治)의 주축으로서 백성에게 공(公) 의식의 모범이 되어야 할 정치인들이 모두 ‘떼법(法)’과 ‘힘자랑’에 빠져 있으니 대체 이들에게 천하는 누구의 것일까?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을 놓고 공자처럼 탄식하는 이가 어디 한둘이겠는가. 우리 서민들에게 재미를 느끼면서 살아가는 세상은 올 수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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