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섭(동원대학교 교수)
“전국 평균치, 15억 정도 아파트면 서민들이 사는 아파트라는 인식들이 좀 있어서 15억 아파트와 청년, 신혼부부 이런 부분에 대한 정책은 건드리지 않았습니다.”
10.15부동산 대책과 관련하여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여당 소속의 한 국회의원이 방송에 출연해서 한 말이다. 일반 상식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이야기가 관련기관 현역 의원의 입에서 나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전국적으로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한술 더 떠서 이번에는 대통령의 부동산 책사로 불리는 국토부 1차관이 그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만약에 (집값이) 오르지 않고 유지가 되면서 내 소득이 또 쌓이면, 그때 가서 사면 되거든요.”
이번 정부의 부동산 규제에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가 없이 무리하게 매수하지 말고 집값이 떨어지기를 기다리라는 것이다.
도무지 중요한 정책을 세우는 실무 관료의 발언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어렵다. 더구나 이 차관은 30억 원대 고가 아파트를 갭투자로 샀다는 의혹까지 불거지면서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라는 비판 여론까지 커졌다.
이에 과거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만 믿었다가 낭패를 봤던 무주택자들의 불안 심리를 헤아리지 못했다는 비판과 반발 여론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이번에 발표된 부동산 대책이 소리만 요란한 빈 껍데기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말 중요한 본질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이 그 자리에 앉아 부동산 정책을 수립하겠다고 나서는 것이 문제이다. 그럴싸한 포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속에 들어있어야 할 세부 내용에 초점이 맞춰져야 하는데 말이다.
중국 전국시대 초(楚)나라에 한 보석상이 있었다. 어느 날 크고 아름다운 옥(玉)이 수중에 들어왔다. 그는 큰 이익을 남길 궁리를 하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진귀한 보물에 어울리는 고급스러운 상자를 만들어야지. 포장이 고급스러우면 내용물이 돋보여서 더 비싸게 팔 수 있을 거야.’
상인은 좋은 목재로 근사한 상자를 만들고 향내가 진한 나무로 내피를 만들어 속에 끼운 다음, 다시 물총새 털을 곱게 깔아서 거기에다 옥을 담았다. 멋진 상자에 들어간 옥은 더욱 아름답고 고급스러워 보였다.
그가 저잣거리에서 좌판을 펼치자 순식간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때, 돈 많은 고관이 와서 그 상자를 들고 요모조모 뜯어본 다음 값을 물었다. 그는 옥값에다 상자값까지 얹어서 가격을 부르자, 고관은 두말없이 지불하고 샀다.
그런데 고관은 상자만 소중하게 여겨 집어넣고 속에 든 옥(玉)은 상인에게 도로 돌려주는 것이 아닌가. 뜻밖의 일에 상인이 놀라 눈이 휘둥그레져서 이유를 묻자, 그는 “내가 탐이 났던 건 상자이지 옥이 아니라네.”라고 하고는 상자만 가지고 가버렸다.
‘옥을 포장하기 위해 만든 나무상자를 사고 그 속의 옥은 돌려준다(買櫝而還珠)’라는 고사는 여기에서 유래했다. 이는 호화롭게 꾸민 겉 포장에 현혹되어 정말 중요한 실체를 잃는다는 의미로 두루 사용되고 있다. 『한비자(韓非子)』 「외저설(外儲說)」에 실려 있는 고사이다.
압도적인 다수의 권력을 움켜쥐고 있으니 저들이 약간 실수한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인식도 문제이다. 표결에 부쳐 다수의 힘을 발휘하면 된다고 믿는 것이다.
다수결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가 있다. 민주주의를 신봉하여 모든 공직자를 추첨으로 선정하던 아테네도 장군만은 능력 있는 사람을 선임하기 위해 다수결로 밀어붙이지 않았다.
아인슈타인이 상대성이론으로 점점 명성을 얻자, 그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싫어하던 히틀러는 독일의 과학자 200여 명을 동원하여 그의 상대성이론이 틀렸다는 내용을 서명받아 발표하도록 했다.
이 말을 들은 아인슈타인이 말하였다. “내 이론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데는 200여 명의 과학자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능력 있는 물리학자 단 한 사람이면 족하다.”
싸움은 다수의 힘이나 지지하는 사람들의 군중심리를 이용해서는 안 된다. 진리는 다수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기가 한 발언임에도 머쓱했던지, 카메라 앞에서 변명으로 장황설을 늘어놓고 억지로 웃는 모습마저도 더 비굴해 보이는 건, 아마도 무식한 언행이 몰고 오는 반사효과 때문일 것이다.
가뜩이나 쌀쌀해지는 날씨에 민심은 갈수록 꽁꽁 얼어붙는다. 체감온도는 벌써 한겨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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