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섭
(동원대학교 교수)
사람에게는 세 개의 손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 가운데 두 개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오른손과 왼손이다. 이 두 손은 사람이 생존에 필요한 기술을 익히는 신체 도구이다. 이 도구는 인간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기술을 터득하여 만물의 영장이 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이 도구로 익힌 기술은 생존을 위한 것이었고, 인류문명의 과학기술 발달에 유용했을 뿐이었다. 그래서 신(神)은 인간에게 이 두 개의 도구 외에, 눈에 보이지 않는 손 하나를 더 배려해주었다.
바로 “제3의 손”이라고 하는 ‘겸손(謙遜)’이다. 자신을 낮추고, 타인을 존중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며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이 있음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를 말한다. 육체에 달린 두 개의 손은 자기 눈에 보이지만, 인간의 영혼 속에 들어있는 겸손은 볼 수 없다. 다만 주변에 있는 사람이 느낄 수 있을 뿐이다.
그런데 이 겸손(謙遜)이라는 덕목은 날 때부터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두 손으로 기술을 익히듯이 스스로 노력해 갖추어야 한다. 얼핏 쉬운 것 같지만 사실은 매우 어렵다.
몇 해 전의 일이다. 삼성그룹이 신입사원을 뽑는 직무적성 검사에서 언어논리 영역 문제로 ‘겸양(謙讓)하다.’라는 말의 반의어를 물었다. 겸양의 반의어로는 교만, 거만, 오만, 자만 등으로 뜻은 비슷하지만 쓰임이 약간 다른 여러 가지가 있다. 정답은 ‘젠(잘난)체하다.’였다.
‘교만(驕慢)’은 자신의 지위가 높음을 자랑하여 뽐내고 건방지게 행동하는 것이고 ‘거만(倨慢)’은 자신을 남에게 드러내기 위해 거들먹거리는 모양새를 말한다. ‘오만(傲慢)’은 태도나 행동이 잘난 체하며 남을 업신여긴다는 의미이고, ‘자만(自慢)’은 자신을 스스로 과신하여 겸손하지 못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를 다스릴 수 있는 것은 ‘겸손(謙遜)’ 뿐이다.
맹자(孟子)는 겸손의 시작은 바로 ‘사양하는 마음(辭讓之心)’이라 했다. 그는 ‘사양하는 마음은 곧 예절의 시작이다(辭讓之心 禮之端也).’라고 하여, ’사양하는 마음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無辭讓之心 非人也).’라고 하였다.
기업의 경영자 가운데 직원들의 의견을 경청하지 않고 독단적인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있다. 그는 자신의 결정이 최선이라고 믿으며, 팀원이나 다른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무시한다.
부하 직원이 열심히 노력하여 성과를 내도 그 공(功)은 모두 자기가 한 것으로 내세우며 잘난 체한다. 그러다가 혹시라도 입장이 곤란해지는 경우가 생기면 부하 직원 뒤로 숨는다. 그 사람의 됨됨이를 의심받으면서도 부끄러움을 모른다. 결과적으로, 이는 내부 의사소통의 실패와 직원 만족도 저하로 이어지고,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질서가 무너져 회사의 성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사기(史記)』에 살린 한고조(漢高祖) 유방(劉邦)이 천하(天下)를 얻은 공(功)을 부하들에게 돌리는 대목을 보자.
“군막 안에서 계책을 짜서 천 리 밖의 승부를 결정짓는 것이라면 나는 자방(子房, 장량)만 못하다.
국가를 안정시키고 백성을 다독거리며, 먹을 것을 공급하면서도 식량 운송로가 끊어지지 않게 하는 것은 내가 소하(蕭何)만 못하다.
백만 대군을 몰아 싸우기만 하면 승리하고 공격하면 반드시 취하는 것이라면 내가 한신(韓信)만 못하다.
이 세 사람은 모두 나보다 훨씬 뛰어난 인걸들이다. 나는 다만 이들을 기용하여 그 능력을 활용한 것, 이것이 내가 천하를 얻은 까닭이다.”
모름지기 경영자라면 조직을 이끌어 길 때, 반드시 모두에게 공평한 잣대를 적용하여 평가해야 한다. 조직 운영의 기본이다. 그래야 믿고 따른다. 제갈량(諸葛亮)도 공정(公正), 공평(公平), 공개(公開)라는 ‘삼공(三公)’을 조직 경영의 원칙으로 삼았다고 하지 않는가.
어리석은 사람은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잘나고 똑똑한 줄 안다. 그러나 그것은 더 잘나고 똑똑한 사람을 만나보지 못해 생긴 착각에 불과하다. 그래서 옛 어른들은 한결같은 마음으로 맡은 일에 정성을 다하는 사람의 선(善)함을 함부로 이용하지 말라고 가르쳤다. 한평생을 살아도 그런 사람 만나는 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겸손은 천하를 얻고 교만은 언젠가 화를 부른다.
신(神)이 주신 제3의 손, 겸손(謙遜).
살면서 우리에게 꼭 필요한 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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