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원섭 교수
춘추전국시대의 일이다. 위(魏)나라 왕이 조(趙)나라의 도읍 한단(邯鄲)을 공격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때마침 여행을 하고 있던 신하 계량(季梁)이 이 소식을 듣고 급히 돌아왔다. 그는 왕에게 말했다.
“제가 돌아오는 길에 어떤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은 남방의 초(楚) 나라를 향해 가고 있다고 하면서 북쪽을 향해 마차를 몰아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초나라로 간다면서 북쪽으로 가는 까닭이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그는 ‘이 말은 아주 잘 달립니다.’라고 엉뚱한 대답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저는 ‘말이 아무리 잘 달린다 해도 이쪽은 초나라로 가는 길이 아닙니다.’라고 일러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은 ‘나는 돈을 넉넉히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마부의 마차를 모는 기술도 아주 훌륭합니다.’라고 또 다시 엉뚱한 대답을 하였습니다. 왕께서도 생각해 보십시오. 그 사람이 탄 마차는 목적지인 초나라와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계랑은 말을 잠시 멈추었다가 다시 말했다.
“왕께서는 항상 천하를 모두 복속시켜 패왕(覇王)이 되겠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지금 왕께서는 나라가 조금 크고 힘이 세다는 것만을 믿고 한단을 공격하려고 하는데, 그렇게 하면 왕의 영토는 좀 더 넓어지고 명성은 잠시 떨칠 수 있겠지만 천하를 복속토록 하겠다는 왕의 목표로부터는 점점 멀어지는 것입니다. 이것은 제가 길을 가다가 만난 사람처럼 생각은 초나라로 간다고 하면서 정작 마차는 북쪽으로 몰고 가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니겠습니까?”
계량은 왕에게 천하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무력(武力)이 아닌 덕(德)으로써 천하를 제패할 것을 진언(進言)한 것이다.
당(唐)나라의 대문호이자 같은 시대의 이백(李白), 두보(杜甫), 한유(韓愈)와 더불어 이두한백(李杜韓白)이라 칭송을 받으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백거이(白居易, 772~846)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신악부(新樂府) 50수』의〈입부기시(立部伎詩)〉편에 실려 있는 이야기로서 남원북철(南轅北轍)이라는 고사성어로 자주 회자되는 말이다. 즉 수레의 끌채는 남(南)을 향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바퀴는 북(北)으로 가고 있다는 뜻으로 생각하는 바와 실제로 행하는 것이 서로 모순되고 있음을 비유한 말이며 ‘북원적초(北轅適楚)’라고도 한다.
언론미디어법과 비정규직 문제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민생법안은 정치놀음에 떠밀려 서랍 속에서 잠을 자고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국회는 문을 열었지만 여전히 식물국회나 마찬가지이다.
민주노총이 주도하는 파업이 한 차례 지나간 후 연례행사처럼 이번에는 국회에서 국회의원들의 항의농성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국회에 비해 적지 않은 새 얼굴들이 배지를 달았지만 이번 국회에서도 정치판은 하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공약사업의 핵심이었던 ‘대운하사업’을 임기 내에 추진하지 않겠다고 대통령이 발표했다. 워낙 물고 늘어지니 포기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런데 이번에는 민주당에서 못 믿겠다고 또 시비를 걸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이 실제로는 ‘대운하사업’이라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포기할 것을 주문할 때는 언제이고 막상 포기하겠다고 발표를 하자, 이번에는 그 진정성을 못 믿겠다고 시비를 하니 지금 우리 국민들은 참으로 우스운 꼴을 생중계로 보고 있는 셈이다.
대선공약을 바꾸는 한나라당이나 꼬투리를 하나 잡으면 끝까지 우려먹으려는 민주당이나 다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비아냥을 피하기는 어렵게 됐다.
방 안에서는 정치싸움이 그칠 새가 없고 마당에서는 밥그릇 싸움이 살벌하게 반복되면서 그 상처는 고스란히 우리 서민들의 몫으로 남았다. 이렇듯 안팎이 난리이니 애꿎은 서민들의 시름은 갈수록 깊어만 간다.
마이크를 들이대면 한나라당은 한나라당대로 민주당은 민주당대로 각각 모두가 다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투쟁하고 싸우고 있다고 호소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나라를 잘 살게 만들겠다는 여야의 정책은 극과 극이다. ‘모 아니면 도’ 식의 떼쓰기가 여전한 가운데 입만 열면 현란한 미사여구를 동원해서 서민들을 현혹시키는 정치인들. 이들은 과연 누구를 위해 지금 저리도 피 터지게 싸우고 있는 것인가?
지금 이 나라 정치판에는 계량(季梁)과 같은 현명한 정치인이 없는 것인가, 아니면 지금 말고삐를 잡고 있는 사람이 문제인가.
정치인은 모름지기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하고, 말고삐를 쥐고 있는 자는 더 큰 천하를 만들기 위해 포용과 아량을 더 발휘해야 할 때이다.
우리는 그저 제발 눈앞의 자기 이익만을 놓고 싸우지 말고 국가와 민족을 위해 서로 상생하는 정치를 해주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원래의 목적지인 남쪽으로 가고 있는 걸까? 마차 속에서 숨을 죽이고 있는 서민들은 지금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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