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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섭 칼럼] 주막집 개(狗)와 사당 쥐(社鼠)

  • 장원섭 교수
  • 입력 2026.06.25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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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전국시대 송(宋)나라에 술을 잘 빚는 이가 주막을 열었다. 그가 빚은 술은 맛도 좋을 뿐 아니라, 장사 수완도 뛰어나 얼마 안 가 몰려드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갑자기 술이 안 팔렸다. 그는 영문을 몰라 동네 어른을 찾아가 물었다.

“술맛도 여전히 좋고 손님도 정성스럽게 대하는데, 왜 갑자기 술이 안 팔리는지 모르겠습니다.” 동네 어른이 대답했다. 

“아직도 모르는가? 당신 집에 기르는 개가 사납기 때문이라네.” 그가 되물었다. 

“개와 술이 무슨 상관이 있습니까?”

“당신 집을 지키는 개를 무서워하기 때문일세. 사람들은 어린아이들을 시켜 술을 사 오게 하는데, 심부름하는 아이들은 당신 집 개가 무서워 다른 주막으로 간다네. 그러니 술이 안 팔리는 걸세.” 

 

한비자는 “나라에도 이런 개(猛狗)가 있다.”라고 말한다. 그런 개들은 바른 생각으로 바른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을 끊임없이 물어뜯으려고 하므로, 나라에 갈수록 사나운 개들만 득실거려 늘 시끄럽게 되는 이유라는 것이다.

한비자는 제환공(齊桓公)과 재상 관중(管仲)의 대화도 소개한다. 

 

제환공이 물었다. 

“나라를 다스리는 데 무엇을 가장 걱정해야 하는가?” 관중이 잘라 말한다.

“사당(社堂)의 쥐입니다.” 환공이 다시 물었다. 

“왜 사당의 쥐가 걱정거리인가?” 관중의 대답은 명쾌하다.

“사직단은 지신(地神)과 곡신(穀神)을 모시는 신성한 곳입니다. 사당을 지을 때 나무를 세우고 진흙을 바르는데, 쥐가 거기에 구멍을 파고 들어가 삽니다. 

 

이 쥐를 잡으려고 연기를 피우자니 사당이 타버리지나 않을까 걱정이요, 물을 대서 죽이자니 사당의 흙이 무너지지나 않을까 걱정입니다. 그러니 사당의 쥐를 잡는 건 쉽지 않습니다. 

 

나라 안에도 사당의 쥐와 같은 자들이 군주의 측근에 있습니다. 이들은 밖에서는 권세를 부려 막대한 부(富)를 쌓고, 안에서는 패거리를 지어 국정을 농단합니다. 그런 걸 뻔히 알지만, 그들을 쉽게 잡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이 대목에서 한비자는 법가의 대가(大家)답게 일갈한다.

“주막집 개(猛狗)처럼 충신을 물어뜯고, 사당의 쥐(社鼠)처럼 군주를 어지럽힌다면 나라가 어찌 온전하겠는가?” 

우리에게 ‘주구사서(酒拘社鼠)’로 회자되는 이 고사는 『한비자(韓非子)』 「외저설우상(外儲說右上)」 편과, 『안자춘추(晏子春秋)』 「후인척집(后人摭集)」에 실려 있다. 


예로부터 어느 국가, 어느 사회에서나 군주의 측근에는 무리를 지어 군주의 비위를 맞춰가면서 사적인 이익을 독점하는 부류들이 항상 존재했다. 그들은 권력의 속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으므로 이들이 한 번 권력의 중심에 들어가 무리를 지어 둥지를 틀면 솎아내기가 여간 쉽지 않다.

 

오늘날 드러난 우리 사회의 병폐도 이와 조금도 다를 바가 없다. 과거처럼 몇몇 권력자나 부패한 자들이 패거리를 지어 권력을 휘두르거나 국정을 농단하는 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다. 이제는 아예 막강한 권력을 가진 정부기관이 대놓고 권력자에게 아부하고 나서고 있다. 

 

통째로 곪을 대로 곪아가는 모습이 더 큰 문제가 되어버린 형국인데, 설상가상으로 권력자들은 언제나 이런 주막집 개(猛狗)와 사당의 쥐(社鼠)와 같은 부류의 아첨을 좋아한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옥(玉)을 다루는 장인(丈人)은 가끔 옥처럼 보이는 돌 때문에 난감해한다는 말이 있다. 대비되는 물건이 서로 비슷해 보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조직을 망치는 자들은 충성스러워 보일 수 있고, 나라를 망하게 하는 자들은 오히려 충신으로 보인다. 문제는 그들이 바로 주막집의 개(猛狗)요, 사당의 쥐(社鼠)라는 걸 모르는 데에 있다.

 

문득 가까이에서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사나운 개 소리에 흠칫 놀라 뒤를 돌아본다. 나를 보고 짖는 건가? 

답답한 마음에 고개를 들어 먼 데 산을 바라본다.

짙어만 가는 숲 사이로 봄은 벌써 들판을 가로질러 저만치 달아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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