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우씨, 나무와 함께할 때 제일 좋아

나무를 손질하는 날카로운 기계음과 망치 소리가 현장에 가득하지만 누구 하나 계의치 않고 자신의 일들을 하고 있다. 현장의 책임을 맡고 있는 최건우(46세)씨는 일꾼들이 작업을 할 때 별다른 간섭은 하지 않는다. 다만 작업 전에 충분한 설명과 이야기를 나눈다.
최건우씨는 목조주택을 짓기 시작한지 14년이 되었지만 집을 지을 때마다 초심을 잊지 않는다. 사람들이 편하게 생활하고 조망할 수 있도록 언제 어디서든지 생각나는 대로 노트에 그리고 또 그리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주택을 의뢰한 사용주가 혹 불편한 점이 없는지 세심한 체크는 필수이다. 또한 공사 중에도 고객의 요구사항이 설계상에 큰 문제점이 없는 범위 내에서 과감한 수정도 진행한다. 때로는 재정적인 손실이 발생하지만 고객 만족 차원에서 수용하는 편이다. 
형제들이 많아 집은 늘 좁아
죽변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줄 곳 성장한 건우씨는 70년대 동네에서 ‘울진갈매기’라고 불리며 주먹깨나 쓰며 주름잡았다던 최용기(76세)씨의 4남 2녀 중 다섯째라고 본인을 소개했다. 부친은 가족들의 생계보다는 운동을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리기를 좋아한 탓에 가정형편은 어려웠다고 했다.
어머님은 어판장에서 생선을 팔아 아버지를 대신해 생계를 책임지셨지만 건우씨가 대학 다닐 때 고생만 하시다가 세상을 떠나시고 말았다. 누나 최언진(57)씨와 인천에서 직장 생활하는 큰형 상우(52)씨가 집안에 크고 작은 일들을 도맡아 하면서 어머니의 빈자리를 채워주었다.
강릉에서 군무원으로 직장생활을 하는 정우(50)씨와 부산에서 회사 생활하는 대우(49)씨 그리고 대구에 살고 있는 여동생 진미(42)씨 등은 상대적으로 누나 형 덕분에 조금은 편하게 지냈다. 식구가 많은 집들 대부분 비슷하겠지만 좁은 집에서 가족들이 몸을 빗대고 살아서 그런지 형제들 간에 정은 깊었다고 한다. 
대학은 나에게 큰 변화를...
건우씨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산에 있는 대학을 진학하려 했지만, 본고사도 치러야 하고 가정 형편도 넉넉하지 못한 탓에 4년제 대학을 다닌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 주변에 조언도 듣고 담임선생님의 추천으로 구미에 있는 폴리텍대학으로 진학했다.
“사실 방위산업체에 취업을 한다면 군 입대도 면제해준다는 얘기도 있고 해서 진학을 결심했지요.” 선반기능사, 밀링기능사 자격증을 획득해 졸업과 동시에 방위산업체에 취업원서를 냈지만, 나이 규정에 미달된다며 탈락되었다.
“나름 목표를 세우고 열심히 학업에 증진했지만 실력이 아니라 규정보다 한 살이 더 많다는 이해가 되지 않는 이유로 취업이 안 됐지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대학에 진학하고 2년 뒤 곧바로 졸업했는데도 나이 때문에 방위산업체에는 취직이 안 된다고 하니 그때 서운함과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고 한다.
방위산업체에 보통 5년 정도를 근무하는 것이 규정이지만 당시 업체에서 6년을 근무시킬 요량으로 호적에 한해 어린 나이로 정규학교에 입학한 학생들을 우선으로 뽑는 바람에 취업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취업 좌절로 힘들어...
나이로 인해 취업에 실패한 건우씨는 마음에 상처를 크게 받았다. “학교에서 취득한 자격증으로 다른 회사에 취업을 할 수도 있었지만, 그쪽 관련 분야에서 일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들지 않았어요.” 그때 받은 상처로 일하기가 싫었다고 했다.
“형님들이 살고 있던 부산으로 무작정 갔어요.” 놀고도 싶었고 그냥 아무 생각도 없이 내려간 부산이지만 현실은 꼭 그렇지 못했다고 한다. 다들 공장으로 일하러 가고 텅 빈 자취방에서 혼자 무료하게 지낼 수도 없었다.
얼마 후 신발공장에 취직해 군대 입대하기 전까지 일했다. 몸은 피곤했지만 친구같은 형들과 함께 지내며 사회생활에 조금씩 적응해 나갔다. 건우씨에게 공장일이 몸에 익숙해지고 제법 숙련공 흉내를 내며 적응해 나갈 때 영장이 날아왔다고 한다.
건우씨는 군대를 가지 않으려고 방위산업체에 취업하려 했지만 계획대로 되지 않아 욱하는 마음에 해병대나 공군으로 자원입대를 하려고 마음먹기도 했다. 그러나 형님들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는데 막상 영장이 날아오니 기분이 묘했다고 한다.
영장을 받고 죽변으로 돌아와 있는 동안 운전면허증을 따고 알루미늄 샷시를 제작하는 가게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입대하는 전날까지 일했다. 입대 전 기분도 그렇고 몇 달이지만 그냥 무의미하게 놀다가 입대하고 싶지는 않았다고 했다. 
제대 후 곧바로 찾은 산골마을
대구에 있는 50사단에서 군사 훈련을 받고 집에서 출퇴근하는 단기사병으로 군 복무를 마쳤다. 그리고는 제대하는 그 날 곧바로 버스를 타고 봉화로 갔다. 봉화군 소천면 두음리라는 산골 마을에는 당시 서너 가구만 살고 있던 오지 동네였다.
집에서 시골로 들어간다고 하면 반대할 것 같아서 잠시 여행을 다녀온다고 말했지만 마음속으론 그곳에서 평생을 살리라 마음먹고 들어갔다고 한다. 당시 마을은 도시에서 생활하다가 퇴직한 안식교회인 몇 분이 뜻을 모아 살던 곳이었다.
처음엔 그곳 교회에서 먹고 자다가 목사님이 알선해준 빈집을 수리해 살기 시작했다. 주변에서 일손이 필요하면 도와주고 농사일도 같이 하면서 농사일도 배웠다. 또 귀농 바람을 타고 한두 가정씩 이사를 오면서 집 짓는 일도 도우며 살았다.
시골이라 주변에는 일꾼을 구하기도 어렵고 모든 여건이 부족한 상태라 건우씨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해오는 일이 많아졌다. 집 짓는 일은 처음엔 생소했지만 어느 순간 동네에서 제일가는 일꾼으로 성장해 있었다고 한다.
집 짓는 기술자로...
도움을 많이 받고 있었던 교회에서 새롭게 예배당을 지으면서 건우씨는 목사님을 대신해 주도적으로 교회건축에 참여하게 되었다. 기초 설계부터 미장 등 막노동 일을 시작하다 보니 지금껏 어설프게 배워두었던 집 짓는 기술을 체계적으로 완성하는 기회가 되었으며, 건축 관련 일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일을 마치면 집에 돌아와 건축 관련 서적을 보면서 공부를 시작했다. 낮에는 현장에서 일을 하고 밤에는 부족한 부분을 책에서 찾았다. 잠도 부족해 몸은 피곤했지만, 건축 현장에 나가면 흥이 나고 기분이 좋아졌다고 했다.
1년 만에 교회를 짓고 나니 집 짓는 일에 대해 자신감이 생기고 주변에서 집수리랑 집 짓는 방법을 의논해 왔다. 그러던 중 처음으로 지인의 집을 지어주었다. 헌 주택을 개조하는 일이었지만 주인장 입맛에 맞추어 최선을 다해 지어주었다고 한다.
이 일 이후로 입소문을 타고 입감이 밀려들었다. 봉화 지역을 벗어나 멀리 전라도까지 입소문을 타고 의뢰가 들어왔다. 그리고 봉화 두음리 마을도 귀농인들이 늘어나면서 집을 개조하거나 새로 건축하면서 건우씨는 늘 바쁜 일상을 보내야 했다. 
인생의 동반자를 만나
그러던 중 94년 봄날에 일만 열심히 하던 성실한 건우씨를 눈여겨보았던 교회 장로님 내외가 경남 산청에 살고 있던 아가씨랑 맞선을 주선해 주었다. 장로님의 성화에 못이기는 척하면서 진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고 한다. 새벽에 버스를 타고 저녁 무렵이 되어서 아가씨가 사는 집에 도착했다.
저녁밥을 먹고 어른들과 대충 인사를 나누고는 두 사람은 동네 어귀를 거닐며 어색한 첫 데이트를 했다고 한다.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별다른 대화도 없이 조금 걷다가 집으로 돌아왔지만, 여운은 가슴속 깊이 남았다고 한다.
건우씨는 첫눈에 아가씨가 마음에 들었으며 아가씨도 호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고 한다. 시골이라 숙소가 마땅치 않아 아가씨 집에서 방을 내어주었다. 잠이 오지 않아 밤도 길었으며, 무슨 용기로 그랬는지 다음날 아침 건우씨는 하루를 더 있겠다고 해 장로님 내외만 봉화로 돌아갔다.
하루 더 있겠다고 말할 때 아가씨도 부끄러워하며 좋아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날 저녁 청혼하겠다고 어른들에게 말씀을 드렸더니 처음엔 당황하시더니 크게 웃으시며 허락하셨다. 지금 생각해도 어떻게 그런 배짱이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평생 반려자로 옆자리를 지키고 있는 아가씨 전영신(45)씨는 건우씨의 결혼 제안에 토를 달지도 않았다. 오래전에 만나 사귀고 있었던 연인처럼 모든 일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지만, 막상 건우씨 집에서 문제가 생겼다.
결혼식 문제로 죽변에 돌아와 아버님께 말씀을 올렸더니 형들이 장가를 안 간 상태에서 동생을 먼저 보낼 수 없다고 반대하셨다. 속전속결로 이뤄지나 했던 영신씨와의 결혼은 1년 뒤로 기약하고 약혼식을 먼저 올렸다.
몸은 떨어져 있었지만, 마음은 늘 곁에 있었다. 전화 통화나 편지로 사랑을 확인하면서 그리움을 달래던 그해 가을 둘째 형님이 장가를 가면서 자연스레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결혼할 당시 수중에는 200만원 밖에 없어 신혼여행이고 뭐고 다 생략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도 그때 신혼여행을 제대로 가지 못한 것이 집사람에게 제일 미안하다고 했다. 또한 신혼생활도 초라하게 시작했지만 부끄럽지 않았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는 공간이 중요했지 주변의 시선과 화려함을 쫓아가는 것을 두 사람 모두 싫어해 어쩌면 천생연분을 만난 것 같아 하나님께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나무와 인연을 맺어
2001년도에 국유림관리소와 인연이 되어 그곳 영림단에서 2년 정도 일하게 되었다. 간벌작업과 나무 심는 일을 하면서 나무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또한 우연히 업무연수 교육과정에서 미국 스타일의 경량목 구조물을 이용해 목조주택을 짓는 방법을 접하게 되었다.
나무를 이용해 집 짓는 방법과 노하우를 현장과 책을 통해 배워나갔다. 그리고 나무집을 짓는 곳이 있으면 찾아다니며 배웠다. 그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나무를 이용해 집을 짓는 곳이 흔하지 않아 가르치는 스승도 찾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독학으로 배우고 노력한 결과 나무로 골재를 세우는 전문가로 원주, 평창, 둔내 등 강원도 일대를 장악하게 되었다. 2005년도에는 북한 금강산 지역 현재호텔에서 페밀리호텔을 짓는데 목조팀을 구성해 6개월 동안 금강산에 머물며 공사에 참가했다.
대규모 호텔을 짓는 공사에 참여한 경험이 건우씨에게는 너무나 좋은 기회가 되었다. 나무로 대한민국에서 어떠한 모양의 집을 나무로 짓는다면 책임지고 지을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2006년도에 세웅건축이라는 이름을 걸고 사무실을 냈다.
봉화 영주 인근 지역에서 목조주택을 전문으로 한다는 소문이 나면서 사업체도 제법 탄탄하게 운영되었다. 산골 마을 중 최고 오지라고 생각했던 봉화 두음리 마을도 제법 많은 40여 가구들이 부락을 형성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고향이 그리워
건우씨도 두음마을에 1,600평의 제법 넓은 땅을 구입했지만 고향 죽변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업체를 울진으로 옮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다. 확고한 지지기반이 다 되어있는 봉화, 영주를 버리고 울진을 선택하기 위한 준비기간이 필요했다.
2010년 울진에서 살고 싶은 생각에 먼저 사업체 홍보를 시작했다.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준비해 나가면서 울진의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고향에서 저렴한 가격에 집을 지어주고 싶다는 생각과 지역을 위해 봉사한다는 마음으로 준비했다고 한다.
소비자에게 믿음을 주고 신뢰를 준 덕분에 울진과 평해, 후포 등에 목조주택 여러 채를 지어 인지도를 높여나갔다. 그리고 올 3월 가족 모두가 울진으로 이사를 왔다. 가족들이 새 둥지를 이룬만큼 고향에서 책임감도 들고 더 열심히 봉사해야겠다는 생각이다.
오늘도 고객이 의뢰한 행복한 주택을 짓기 위해 힘차게 톱질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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