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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최초 ‘보부상단(褓負商團) 차정서(差定書)’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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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03.0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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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경시 옛길박물관 소장, ‘1909년 매화시장(梅花市場) 울진개진교육회(蔚珍開進敎育會) 도공원(都公員)으로 홍재명(洪在明)을 임명한다’는 내용 담아
  
조선 순종 3년인 융희 3년(1909년) 4월에 강원도 울진군 매화시장(梅花市場)의 울진개진교육회(蔚珍開進敎育會) 도공원(都公員)으로 홍재명(洪在明)이라는 인물을 임명한다는 내용의 보부상단 차정서(差定書, 임명장)가 발견되어 관심을 끈다.   
  
도공원 임명권자(任命權者)는 개진교육회 울진 지사의 장무원(掌務員)인 장성필(張聖弼)이라는 인물이다.
  
보수상단의 조직 체계는 통상적으로 반수(班首)→접장(接長)→본방(本房-도공원, 본방공원, 명사장, 명사공원, 공사장, 공사공원, 한산공원)→서기(書記)→집사(執事)→각 시장(市場) 보부상(褓負商)으로 이루어졌다.
  
문서에 나타나는 장무원이라는 직책은 1899년 ‘상무사(商務社)’의 설립과 함께 보부상단의 직제가 바뀌면서 예전의 반수(班首)를 일컫는 새로운 명칭이다. 
  
그리고 도공원은 각 지역 보부상들의 본부격인 임방(任房)의 실무를 총괄하는 직책이다. 
  

보부상단(褓負商團) 차정서(差定書)

경북 문경시 문경읍 새재로에 위치한 ‘옛길 박물관(http://oldroad.gbmg.go.kr/)’이 소장하고 있는 이 문서는 「江原道蔚珍開進敎育會爲憑信事(강원도울진개진교육회위빙신사-강원도 울진개진교육회가 다음과 같은 사실을 증빙한다) 梅花市場都公員差定爲去乎不輕察任爲宜事(매화시장장도공원차정위거호불경찰임위의사-매화시장 도공원으로 임명하니 임무를 수행함에 가벼이 하지마라) 隆熙三年四月(융희삼년사월-조선 순종 3년 4월) 右下洪在明差定(우하홍재명차정) 右支社掌務員張聖弼(우지사장무원장성필)」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문서에 나타나는 ‘울진개진교육회’는 1905년 초에 ‘공진회(共進會)’가 스스로 해산하고 난 뒤 같은 해 10월 전국적으로 조직된 ‘동아개진교육회(東亞開進敎育會)’의 울진 지부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구한말에 이어 일제강점기 당시에 ‘개진교육회’라는 별도의 명칭으로 활동한 보부상 단체를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며, 또한 이 문서에서 보부상단의 고유 직제인 ‘도공원’과 ‘장무원’이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을 볼 때 동아개진교육회를 줄여서 개진교육회로 명명하고 있는 것으로 확실시된다.
  
그러나 동아개진교육회가 결성되어 활동하다가 해산된 시점과 이 문서가 생산된 연도를 시기적으로 대조해보면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하나 발견된다.
  
동아개진교육회는 1905년 10월에 결성되고 난 후 1907년 12월에 재구성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지만, 1908년 5월에 통감부 당국의 13도 관찰사 회의 당시에 해체 방침이 정해지면서 같은 해 8월에 자발적으로 회를 해체하게 된다.
  
해체 이후에 동아개진교육회는 ‘대한실업협회’와 합병하여 ‘제국실업회’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런 점에서 이 문서는 동아개진교육회가 해체된 지 8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여전히 개진교육회라는 명칭을 사용해가면서 매화시장의 도공원으로 홍재명이라는 인물을 임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풀리지 않는 의문점을 남긴다.
  
다만 각종 자료를 통해 당시에는 중앙의 제도 변화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각 지역 보부상단이 많았던 점과, 통신수단이 원활하지 않았던 당시의 시대 상황 등을 염두에 두고 시기적으로 약간의 차이를 보이는 이 문서를 이해할 수 있을 뿐이다.
  
동아개진교육회는 공진회가 해체된 이후 상무사 간부 출신의 이규항 등이 전 참정 조병식을 추대하여 전국의 보부상들을 통할하고자 만든 단체로써 ‘위로는 황실을 보호하고 아래로는 재원을 풍식(豊殖)하게 한다’는 거창한 구호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명예 감독과 찬성원 등을 당시 조선의 침략 당사자인 일본인들을 추대한 점 등으로 인해 일제의 지배 정책에 순응하는 친일 협력 단체로 틀을 마련했다는 후대의 평가를 받고 있다.
  
한편 울진 지역에서도 일제강점기 이전까지는 중앙 조직과 긴밀하게 연계된 보부상단 조직이 봉화 지역 등 내륙을 오가며 양 지역의 특산물을 연결해주는 상행위를 영위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2010년 울진문화원에서 펴낸 울진십이령 역사 문화지 『가노가노 언제가노 열두고개 언제가노』에서 김도현 박사는 십이령 길의 샛재 성황사에 게첩되어 있는 각종 현판을 해석한 결과, “울진 지역에서도 1919년 이전까지는 중앙의 조직과 연계된 보부상단이 활동했었지만 일제강점기에 접어든 1919년 이후 해체되었고, 보부상단의 해체 이후에 그 역할을 대신한 행상단이 십이령 등을 넘나든 선질꾼이다”고 밝히고 있다.


  
울진 지역에는 북면 두천리에 문화재 자료 제310호인 울진내성행상불망비(蔚珍乃城行商不忘碑)가 철비(鐵碑)로 현존하고, 십이령길의 샛재 성황사(城隍祠)에 보부상단의 직책이 적힌 다수의 현판이 존재한다.
  
또한 지난 2013년 작고한 이규형(李圭亨) 옹이 창작한 ‘12령 바지게꾼 놀이’가 보존회와 울진문화원 등을 거치며 명맥을 이어오고 있지만, 보부상단과 관련한 실물 문서가 발견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 문서는 한말에서 일제강점기 당시 울진 지역의 상거래 실태와 상인 조직의 실상을 일부분이나마 더듬어 유추할 수 있는 중요한 지역사 자료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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