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 가고자 하면...

그녀는, 졸졸졸 맑은 물 흐르는 곳에 곧고 단정한 모습으로 사는 사람, 그런 경계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소연정’이라는 호를 가지고 있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은 시 낭송가 강향주(47) 씨가 평소 즐겨 듣기도 하고 애송하는 시이다. 세상의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인고의 시간을 거쳐 탄생하듯 꼭 그녀의 삶이 묻어나는 이야기 같다고 했다. 
울진군 기성면 척산리 시장 안. 유순하신 아버지와 온화하고 단정하신 어머니의 슬하에 딸만 8명이나 되는 딸 부자 집 둘째 딸로 향주씨가 태어났다.
“딸 셋까지는 아주 예쁘게 자랐어요. 탁아소에 다니면서 무용과 노래를 배우며 행복했었죠.”
5살 때, 언니가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향주씨도 등달아 학교를 따라다녔다고 한다. 당시 2살이던 셋째, 넷째는 엄마 뱃속에서 세상 구경을 준비하고 있었다. 작은 가게를 하시던 엄마에게는 그녀가 언니를 따라 학교에 가는 것이 잠시나마 도움이 되었던 것이었다.
당시 학교에서는 급식으로 보리빵을 나누어 주었고 빵을 얻어먹는 재미로 언니 뒤에만 졸졸 따라 다녔다고 한다. 출·결석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던 그녀였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언니랑 등교했다. 7살이 되면서 부모님은 아예 초등학교에 입학시켜 주었다.
다른 친구들보다 한해 일찍이었지만 2년을 언니네 반 청강생으로
다닌 덕분인지 글을 꽤나 잘 읽었다며 말해 놓고는 그녀가 웃었다.
“지금에서야 얘기지만 언니가 얼마나 귀찮았을까? 형만 한 아우 없다고 하지요. 항상 그 말을 실감하며 살아요. 언니는 그때 못다함을 지금 넘치게 채우고 있지요. 언제나 천사 같은 나의 언니가 있어 늘 감사해요.”
초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부터 향주씨의 등은 동생들에게 내어주어야 했다. 당시 언니는 몸이 약해서 인지 엄마의 시선은 늘 그녀를 향했다. 바로 밑 동생은 3살이나 어리다 보니 밑에 동생들을 보살피는 것이 수월하지 못했고 당시 여건으론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집 안 청소 등 일거리는 언제나 향주씨의 몫이었다.
엄마는 어린 동생이 한 명이라도 아플 때면, 그 당시 병원이 없어서 영덕까지 완행버스로 병원을 다녀와야 했고 길고도 긴 하루가 걸렸다. “그런 날엔 TV 드라마에 나오는 화면처럼 저는 실제로 동생을 업고 학교를 가야 했지요. 지금도 그때 일을 생각하면...” 말하고는 애써 웃음을 지어 보인다. 
동생을 업고 다니다 보니 어느 즈음에서는 왼손에 또 다른 동생의 손을 잡아야 했고 집안일까지 해야만 했다. 또래 친구들과 놀러 다녀야 한다는 생각은 상상도 못 했다고 했다. 밑에 동생들이 2~3년 터울로 많아지면서 해야 할 일들도 늘어만 갔다.
동생들의 기저귀와 옷가지는 끊임없이 쏟아져 나왔다. 지금 같으면 세탁기라도 있어서 빨래하는 일손을 줄일 수 있었겠지만, 겨울철에는 고무장갑도 없이 맨손으로 냇가에서 빨래를 해야 했고 엄마의 산파 노릇도 했었다. 어떤 아이 땐 미역이 없어 김국을 끓여 드릴 때도 있었다. 초라한 밥상에다 몸조리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한 엄마를 생각하면 그녀의 가슴이 지금도 아리도록 아프다고 했다.
온화하고 음악에 재능이 있던 아버지는 딸들에게 동요도 불러주시고 율동도 같이하며 자주 놀아 주었다고 한다. 어머니 또한 가곡을 즐겨 부르시며 지금도 피아노를 연주하신다. “딸들 대부분 예술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마도 부모님의 끼를 받고 태어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먹고 입는 일은 늘 힘이 들었지만 지금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고 한다. 아침이면 전쟁이었다. “조금 늦게 준비하면 속옷이랑, 양말 등은 가장 허접한 것만 남아있죠” 그것도 뭐든 남아야만 내 것이 되었다는 그녀는, 지금도 배려라는 단어가 묻어있어 제 것 먼저 챙기지를 못한다. 주는 기쁨에 늘 행복하지만, 아직도 받는 것에는 어색한 그녀이다.
향주씨가 중학교에 진학하면서 언니는 경주여고로 진학했다. 공부를 꽤나 잘했던 언니는 맏이로서 큰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겠다는 부모님의 생각과 기대가 있었던 모양이다. 언니가 없는 집은 허전했지만, 일거리나 동생들 돌보는 것에 바빠서 유년시절 즐거운 추억거리는 기억에 그리 많지가 않다. 
다행히도 유순한 동생들이라 좀 수월하긴 했지만 싸우기도 하고 같이 울기도 하며 고사리손을 모아 언니를 도와준다고 나서는 동생들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지금은 모두 가정을 이루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대견스럽고 그들이 있어 고맙고 행복하다고 했다.
착하고 조용한 그녀였지만 재능은 많았다. 악대부, 걸스카우트, 합창부 등 빠지지 않고 참여했으며, 학교 대표로 라디오에 출연하기도 하였다. 학창시절 동안 합창부엔 늘 그녀가 있었다. 중학교 시절 교내 백일장에서는 우수한 성적을 내기도 했다.
집안에 남자가 아버지뿐. 여자들만 있어서 그런지 남·여 공학인 학교가 싫어서 고등학교 진학을 당시 여고였던 울진여고로 다녔다. 예쁘게 다니는 친구들이 부러웠다. 그러나 언니가 입던 옷을 물려받는 처지였던 그녀는 이내 부러움을 감추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색과 디자인이 맞지 않은 교복과 교련복을 입을 때가 가장 싫었다고 했다.
서울로 상경한 그녀는 많은 희로애락을 담고 대학병원 산부인과에 취직했다. 병원에 근무하면서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주신 분이 이우영(62. 산부인과 전문교수) 과장님이다. 그분은 아버지와 같은 분이며, ‘사람다운 사람’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려준 인생의 롤모델이자 멘토가 되어주신 분이라고 향주씨가 말했다.
“그분은 항상 아래를 봐주시는 분이었어요. 소외받거나 낮은 위치에 계신 분들을 잘 챙겨주시던 분이라 모두가 존경했어요. 저도 그분처럼 살고 싶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지금도 좋은 책을 읽어보라며 보내 주신다고 했다.
건강을 위해 병원 산악회에 회원으로 시작한 등산은 전국의 산을 다 돌아봤을 정도로 많은 산행을 하였다. 지금도 그녀는 산을 여전히 좋아한다. 향주씨에게 병원 생활도 익숙해져 재미있게 다닐 무렵, 부모님께서는 딸이 서울에서 고생하는 것이 마음 쓰이고 혼자 있는 것도 걱정스러웠는지 울진으로 오기를 원하였다. 그녀 역시 바다도, 고향도 그리워 부모님의 뜻에 따라 울진으로 내려오게 되었다고 한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모여 사니 마음도 편하고 좋았다. 때마침 같이 근무하던 선배 언니가 결혼 후 집들이를 한다며 도와달라고 부탁해 갔던 그 집 시어머니가 향주씨를 보고는 자신의 막내아들과 한번만 만나보라고 주선해 남편 김광중(52)씨를 만나게 되었다.
그 당시 향주씨는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해 본적이 없었는데 갑자기 날아든 피앙세의 적극적인 구애로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렸다.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으로 이어졌으며, 딸 지민(25)이와 아들 동현(24)이를 얻었다.
우체국에 근무하고 있는 남편은 처갓집 일이라면 만사를 제쳐 놓고 나선다. 크고 작은 대소사는 물론이고 장모와는 친구처럼, 처제들에겐 잘 챙겨주는 오빠 같은 형부로 격 없이 지낸다고 했다. 결혼 당시, 막내동생이 초등학교 입학했다. 8살, 10살, 12살, 14살 등... 집에 들어서면 손바닥 만한 아이들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해 주던 남편은 그저 미소를 지었다.
친구처럼 늘 따뜻하게 대해주시던 아버님은 2000년 4월에 세상을 떠나셨다. 딸이 여덟명이나 될 때까지 아버지는 내심 서운하셨겠지만, 어머니에게는 서운한 내색을 한 번도 표현한 적이 없었다고 하셨다. “유일한 내 아버지의 마음이 보이며, 아버지의 그 빈자리는 지금 사위들이 채워주고 있어요.”
고단한 유년을 보낸 향주씨는 위치나 자리가 바뀌어도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새로운 것에 늘 도전하고 내일을 위해 남들보다 한 시간 더 투자해서 하루를 보낸다. “제가 부족하기에 항상 남들보다 한걸음 더 앞서서 나아가지 않으면 함께 동행하지 못한다고 생각하며 늘 새롭게 준비해서 행동으로 옮겨요.” 그녀에겐 주말에도 늦잠이란 단어는 어울리지 않는다.
향주씨는 아이들 키움에 있어서도 그녀의 근성이 나타난다. 새벽 6시가 되면 한전 뒷산에 초등학생인 아이들과 함께 올랐다. 어떤 날은 산행 중에 비닐봉지를 가지고 가 휴지를 줍기도 했다. 지금도 그러한 삶들이 몸에 밴 아이들은 성실함과 기본을 지키며 살아가는 것 같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2008년 본청에 근무할 당시 현충일 행사를 준비하면서 당시 사회복지과 이종교 과장님의 권유로 뜻하지 않게 헌시 낭독을 하게 되었다. 며칠 밤낮을 준비한 시낭송은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었으며, 그다음 해 현충일 행사에도 자연스레 맡게 되었다.
향주씨는 시낭송을 준비하면서 묘한 매력에 빠져들었고 좀 더 체계적으로 공부하여 제대로 들려주고 싶어서 강릉 관동대에서 피기춘 교수님의 가르침을 받았다.
그해 가을 서울 관악구청에서 개최된 글사랑 전국시낭송대회에 참가해 우수상을 받았다.
2011년 ‘월간모던포엠’에서 개최한 시부분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도 하였다. 울진 1호 시 낭송가로, 시인으로 이름을 올리며 그간 못 다한 공부를 위해 서울디지털대학 문예창작학과에 편입 후 졸업까지 숨 가쁘게 달렸다.
그 후, 울진에 시낭송 문화를 알리고 정착시키고자 행사마다 재능기부 봉사로 무단한 노력을 해왔다. 힘들었던 만큼 울진의 시낭송 문화가 아름답게 자리매김하는 모습을 보며 뿌듯한 마음 금할 수 없다고 한다.
그녀는 또 울진을 알려야겠다는 작은 사람의 포부로 경북도청 문을 두드렸고 도청 행사에 참여하기 시작하였다. 행사 때마다 울진군청 강향주로 소개해 달라고 부탁을 드린다. 울진을 더 홍보하기 위함이다. 시인 등단과 아울러 글쓰기에도 게을리하지 않으며 아직 펼치고 싶은 큰 꿈과 희망이 있기에 열심히 배우며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향주씨는 울진 시 낭송가 제1호의 무거운 짐과 한발 앞서 나아간 선배로써 시낭송을 배우고 싶어 하는 후배들에게 좋은 발자취를 남겨두고자 ‘시경(詩境)’이란 시낭송 동호회를 만들었다.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공간이 열려있고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도 올바른 언어 사용과 아름다운 시문학과 시낭송을 통해 문학적 기량과 소양을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싶다고 했다. 
울진군청에 재직한지 23년이 지난 지금의 그녀는, 또 다른 인생 경험을 하고 있단다. 지역 어르신들과 접촉하며 함께 웃고, 부딪기며, 그들의 삶의 철학을 배우고 있다며 행복해했다. 그녀는 아직도 남에게 주고 싶은 것이 많다. 그리고 고단했던 지난 세월을 원망하고 후회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또한 내 몫이며 모든 것이 나의 인생에 밑 그름이 되어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닥쳐도 헤쳐나갈 자신감을 주어 오히려 감사하다”고 했다.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의 삶도 게으름을 더하며 살지는 않을 것이다. 주어진 삶에 충실하게 후회 없는 삶으로 늘 준비하고 새벽을 밝히며 살아갈 것”이라고 했다.
시는 그녀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 미소를 머금을 수 있는 여유를 주었다. 이제는 생활이 되어버린 ‘시를 그녀는 사랑한다. 마음이 채워지지 않을 때 한편의 시와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덧 행복해진다고 말한다.
‘외유내강’ 그녀에게 딱 어울리는 단어이다. 강인하고 진취적이지만 농담도 장난 끼도 많다는 그녀는 “저는 아마도 엄마를 꼭 빼어 닮았나 봅니다.”라며 미소를 짓는다. 또한 “저의 지난날 고단했던 삶이 제 모습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어 너무나 감사한 일이지요.”
세월이 지나면 또 얼마나 열심히 달려왔는지 훗날 미소로 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이야기한다. 남들보다 한걸음 앞서 출발선에 선 그녀는 엄마를 생각하며 지었다는 자작시 한편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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