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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문화와 유산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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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02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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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한회사 야생초 대표 남우영

가을도 막바지에 접어들었습니다. 조금씩 겨울의 찬바람도 불기 시작하는 이 시기 한국에서는 김치를 만드는 김장철이 시작됩니다.
한 해 동안 먹을 김치를 만드는 김장 문화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이어져 왔습니다. 요즘은 조금 뜸해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한 가족이 모두 모여서 수 십 포기의 배추를 쌓아두고 김치를 만드는 일은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익숙한 풍경입니다.

2013년에는 한국의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되기도 했습니다. 세대를 거쳐 대물림되고, 각 가정마다 재료를 활용하는 창의적인 방법이 중요한 문화가치를 가진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김치를 만드는 것은 복잡한 과정이 필요하고, 이 때문에 각 가정마다 전해지는 노하우가 필요한 일입니다.

어떻게 배추를 절이고, 무엇을 넣어 김치소를 만들고, 어떻게 김치소를 배추에 버무리며, 얼마만큼의 시간을 들여 김치를 발효하는지 등에 따라서 김치의 맛은 천차만별로 달라집니다. 까다롭게 정해지는 김치의 맛은 장류와 함께 한 가정의 ‘손맛’을 대표합니다.

한국에서는 거의 모든 김치가 소금에 절여 만들어집니다. 이런 절임과정이 김치를 만드는데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죠. 하지만 전통적인 의미에서 보면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소금을 사용하고 고춧가루가 많은 김치소로 버무리는 김장 방식은 그 역사가 채 1세기도 되지 않습니다.

조선시대까지 김장을 하는 방법은 매우 다채로웠습니다. 그 시기에 소금은 매우 귀했기 때문에 소금을 사용하지 않고 김장을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도 함께 만들어졌습니다. 소금 절임을 하는 것은 진한 소금물의 나트륨을 이용해서 배추에 있는 세포막을 파괴하기 위해서입니다. 파괴된 세포막을 통해서 김치소가 배추에 스며들게 되고, 우리에게 익숙한 김치의 맛이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전통적으로는 그 외에도 여러가지 방법이 사용되었습니다. 뜨거운 물에 배추를 살짝 데치거나 뜨겁게 달구어진 석판에 배추를 볶거나 식초물에 배추를 담궈서 세포막을 파괴하고 김치를 만들기도 했죠.

그런데 왜 지금은 소금절임 방법만 살아남은 것일까요? 일본이나 중국에서 김치를 만들 때는 소금 절임보다는 삶거나 볶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그런데 한국은 삶거나 볶는 방식보다 소금으로 배추를 절이는 방식에 익숙하죠. 그 이유는 바로 ‘유산균’ 때문입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의 김치는 단순한 반찬의 개념입니다. 적당한 양념이 가미되게만 하면 되는 식품인 것이죠. 그래서 맛과 빛깔 등이 김치를 선택하는 중요한 기준이 됩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김치의 맛과 빛깔보다는 김치 속의 유산균이 훨씬 중요했습니다. 김치 유산균의 기능성을 잘 살리는 것이 한국 김장 문화의 핵심인 것입니다. 김치의 유산균은 자연 상태의 배추나 무를 통해서 공급됩니다. 그런데 배추나 무를 뜨거운 물에 끓이거나 불에 볶게 되면 배추나 무에 있는 유산균이 살 수 없게 됩니다.

이런 방법으로는 천연 유산균 발효가 일어나지 못합니다. 그에 반해서 소금물로 절이게 되면 염분으로 다른 균들은 제거되고 소금에도 잘 견디는 유산균이 남아 발효가 됩니다. 거기에 갖은 양념을 하게 되면 맛뿐만 아니라 유산균의 기능성 또한 고스란히 가진 김치를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불가리아에 사는 사람들은 유산균의 존재는 몰랐지만 요구르트를 먹으면 몸이 건강해지고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것은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요구르트를 만들고 틈날 때마다 섭취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죠. 한국인들도 김치를 절여서 발효시켰을 때 몸에 좋은 유산균들이 더 몸에 좋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서 알았을 것입니다. 특히 잘 발효된 김치는 배탈이 나거나 몸에 문제가 생겼을 때 약처럼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예전과 다르게 요즘은 소금을 접할 일이 많아졌고, 염분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데에 대한 부작용도 많아졌습니다. 세계적으로 건강을 위해 소금 섭취를 줄이는 것이 중요해지면서 김치의 높은 염도도 문제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한국에서는 김치 유산균의 기능은 더 극대화시키고 소금은 줄인 새로운 유산균 저염김치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김치와 김장 문화 역시도 시대에 맞게끔 더 과학적으로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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