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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몰고 온 가을비와 함께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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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12.02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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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백두대간(진고개에서 선자령 구간), 산행거리 26Km, 산행시간 9시간


/ 최복남(어린이집 교사)

아주 오랜만에 펜을 드니 무척이나 어색함도 있는 반면에 오랜 친구를 만나 반가움을 나누는 느낌이 든다. 그동안 나름대로 바쁘다는 핑계로 책도, 산행도 멀리하고 오로지 앞길만 보고 뛰다가 걷다가 주저앉을 때도 있지 않았는가.

새 학기 시작부터 바빴던 일정으로 체력이 떨어진 탓에 내 발걸음은 아주 더디다 못해 허걱대고 네발로 걸어야하지 않았던가. 커다란 각오와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만 나는 나이라는 걸림돌 앞에서 살아남고 버티지 않았는가.

어느 순간에 내 등 뒤에서 바람처럼 들리는 작은 소리에 민감하게 반응을 하면서 그런 생각들이 근래에 와서는 왜 이리 성난 파도소리처럼 들리는지... 상처받는 생각들을 떨쳐 버리고 싶어 주섬주섬 배낭을 챙기고 새벽길을 나선 본다.



부지런한 산우님들과의 만남, 날씨도 부지런히 제갈 길을 걸어가고 그 뜨거웠던 여름도 어느새 가을 앞에 제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뒷곁에 머무르고 있다. 차가운 기온에 따스한 온기를 찾아 불빛이 흐르는 휴게소에 마주 앉아 따뜻한 우동 한 그릇에 이른 아침을 챙긴다.

산행의 출발 지점인 진고개에서 간단히 몸을 풀고 발걸음을 옮겨본다. 내 시야에 펼쳐지는 가을의 멋스러움과 아름다움 그리고 자연 그대로 간직한 순수함. 가을은 어느 순간에 이렇게 곱게 단장하고 우리를 맞이하고 있었다. 아름다운 산야에  나는 나이를 잊고 마치 소녀인 마냥 아름다운 색채 앞에 방긋 웃기도 하고, 좋아라, 하기도 하고 마음까지도 자연과 함께 팔짱을 끼고 걸어가고 있었다.

이 물들어가는 가을을 나 혼자 보기 너무 안타까웠다. 고지가 높을수록 얌전했던 날씨는 거센 바람과 비를 동반해 잠시 숨을 돌릴 틈도 없이 우리 일행의 발걸음을 재촉했다. 휘청거리는 몸은 가누기도 힘들었지만 함께 동행해준 산우님들이 곁에서 바람막이가 되어 힘듬을 덜어낼 수 있었다.





백두대간 선자령의 바람처럼 나도 흔들릴 때가 있지 않았는가. 간간히 내리는 빗줄기와 마치 성난 파도처럼 커다란 함성을 지르며 멈추질 않는 바람소리, 융단처럼 펼쳐진 초원위에 바람은 잠시 자리를 펴고 쉴 생각도 없이 멈추질 않았다.

나는 사색에 빠져들며 자연이 준 것을 겸손하게 받아들였다. 다시한번 몸을 가다듬고 걷는다. 잠시나마 미워했던 생각과 그로 인해 나는 얼마나 힘들어 했는가. 사람들은 자신을 알지 못하기에 남의 가슴에 칼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말을 던진다. 그 던진 말들이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휘날려 여기저기 뿌리를 내리듯이 말이란 자신과 닮은 얼굴이라 생각하게 된다.

바람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나는 바람과 비를 겸손하게 받아들이면서 하나하나 마음을 비우고 가벼워져 가는 배낭을 메고 또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아주 오랜만에 긴 산행에 도전하는 오늘, 오늘의 종착지인 대관령 휴게소에서 등산화 끈을 여유있게 풀며 편하게 배낭을 내려놓고는 긴 시간동안 걸어온 힘듬을 토닥인다. 뿌듯한 것은 마음뿐만 아니라 다시금 걸어갈 수 있는 자신감이라 할까, 참고 견디다 보면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 왔던 지난 나의 삶들이 결코 후회스럽지 않았다고...



도전이란 나이와 아무런 상관이 없기에 노력은 부지런함 속에서 오는 것이라고... 오늘처럼 바람이 쉼 없이 부는 것처럼 살다가 보면 거세게 흔들 때도 있을 것이고, 편한 초원처럼 조용한 날도 있을 것이니 그리 너무 힘들어 하지 말라고 그러한 마음의 다짐을 가벼워진 배낭 한 곁에 넣어 채
워본다.

오늘처럼 긴 산행을 하면서 힘들 때 같이 걸어가며 따스하게 손 내밀어 준 그대, 그대는 진정한 산꾼이며, 좋은 산우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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