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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최초로 제작된 ‘시발(始發) 자동차’

  • 입력 2016.03.04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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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택시(백암여관 최초 자가용)

소개하는 사진 2장은 국내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지프형 자동차인 시발자동차(?)이다.

사진을 살펴보면, 콘크리트죠 단층 건물인 온정 백암호텔 정문 앞에 어린아이가 백테 타이어를 장착한 지프형 자동차 앞부분을 배경으로 범퍼에 손을 얹은 채 수줍게 웃으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백암호텔 정문 오른쪽 기둥에는 ‘평해백암온천관(平海白巖溫泉館)’이라고 쓰인 세로 현판이 붙어 있고, 오른쪽으로는 왜식풍 2층 목조 건물에 담배포 안내 간판이 걸려 있다.

소개하는 또 다른 사진 한 장은 자동차의 전면부를 촬영한 것이다.

사진에서는 자동차의 보닛(본넷, 본네트), 휀더(차체 패널), 휠 아치(휠 오프닝), 카울(보닛 안쪽과 윈더실드 아래쪽이 만나는 부분), 윈드실더(앞유리창, 윈더스크린), 라디에이터 그릴(통풍구), 엠블럼(자동차 회사 문양), 헤드라이터 모양 등을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어린아이는 이 사진을 제공한 황지성 백암온천호텔피닉스 회장 동생 황창성씨의 어린 시절 모습이다.

황 회장은 이 자동차가 자신이 어렸을 때 백암호텔(백암여관)을 운영하던 부친이 자가용으로 처음 구입한 시발자동차라고 설명한다.

황회장의 작고한 부친은 황국문(黃菊文)씨로 지나간 격동의 시기에 면의회(面議會) 의원(議員), 면의회 의장, 온정면 선출직 면장(面長)과 임명 면장 등을 역임했던 인물이다.

그런데 사진속의 자동차를 자세히 살펴보면, 인터넷상에서 사진으로 접할 수 있는 시발자동차의 외양과는 부분적으로 다른 모양을 하고 있다.

특히 라디에이터 그릴의 경우, 시발자동차는 외관 디자인부터 엔진까지 6.25전쟁에 참전한 미군들의 지프형 자동차 모양을 본뜨면서 당초 평평한 모양에서 V형태로 돌출된 모양으로 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호에 소개하는 자동차는 라디에이터 그릴의 형태에 곡선이 많이 반영되어 있는 등 시발자동차와는 전체적으로 다른 인상을 주고 있다.

또한 바퀴에서 튀어 오르는 흙탕물을 막기 위해 설치한 휀더의 경우에도 시발자동차는 아예 없거나 겨우 흉내만 내고 있는데 반해, 이 자동차의 휀더는 상대적으로 미적 감각을 살리면서 두껍고 넓은 모양을 하고 있어 대조된다.

전체적으로 시발자동차에 비해 완성도가 높은 디자인을 채택하고 있는 이 자동차가 디자인이 변형된 또 다른 시발자동차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회사에서 생산된 자동차인지 현재로서는 명확하게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사진 제공자의 증언과 함께, 시발자동차가 일상에서의 기능과 미적 감각을 고려하여 수차에 걸쳐 디자인을 소폭으로 변형했던 점을 고려할 때 좀 더 늦은 시기에 생산된 시발 자동차로 미루어 추정할 뿐이다.

각종 기록에 따르면, 6.25 한국전쟁이 휴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55년 8월부터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생산되기 시작한 차량인 시발자동차는 서울에서 정비업을 하던 최무성, 혜성, 순성 3형제가 창업한 국제차량제작사에서 미군들의 지프차 엔진과 변속기를 재활용하고, 드럼통을 두들겨 펴서 차대를 만든 것이다.

중요 부품들은 미군들이 사용하던 차량의 것을 재활용했지만, 일부 엔진 부품과 차대를 한국인들이 공작 기계로 깎고 다듬어서 만드는 등 국산화율이 절반이 넘었다는 점에서 시발자동차는 국산차의 원조로 평가받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처음 생산되는 자동차라는 뜻으로 한자어 ‘시발(始發)’이라는 상표를 사용한 이 자동차는 한글로는 ‘ㅅㅣ-ㅂㅏㄹ’로 표기됐다.

지프형 6인승, 배기량 2195CC, 최고 시속 80km의 시발자동차는 수제 자동차여서 한대를 제작하는데 4개월 정도 걸렸던 것으로 알려진다.

6인승에 더해 9인승 세단과 시발택시까지 등장하면서 일부 계층에서 시발자동차를 구입하기 위해 ‘시발계(始發契)’까지 만드는 등 시발자동차가 인기를 끌었지만 1961년 5.16 군사쿠데타 이후에 정부의 보조금이 끊기고, 일본차 수입이 허용되는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1963년 5월에 국제차량제작사가 문을 닫으면서 시발자동차 또한 단종 된다.

소개하는 사진은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의 역사와 함께 울진 지역의 시대상과 문화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자료로써 가치가 뛰어나다.
(사진 제공. 황지성 백암온천호텔피닉스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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