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만 남아있는 사찰, 검산사지를 찾아서

금산(錦山), 해발 388m의 등산로길 왕복 3km. 답답한 도심을 살짝 벗어나면 숲 속 자연을 찾는 사람들에게 좋은 쉼터를 제공해주는 산이다.
근남면 행곡3리 불영사계곡의 초입 부분에 위치한 금산은 동네 뒷산 같아 도시락은 물론 배낭도 없이 맨 몸에 생수 한 병 달랑 챙겨도 맘 편히 오를 수 있는 산이다.
특히 울진읍과 가깝고 여러해 전 등산로가 새롭게 정비되어 이곳을 찾는 등산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금산 정상에 이르기까지 등산로 곳곳에는 주변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여러 곳이 있어 행곡3리 마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고, 수십 리 불영사계곡을 굽이굽이 내달려온 광천과 탁 트인 동해바다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남쪽 방향으로 완만한 산 능선이 겹겹이 펼쳐진 풍경은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것 같고, 서쪽으로 끝없는 낙동정맥의 능선이 길게 늘어져 있다.
금산은 울진군에서 2006년 발간한 『울진의 名山 그리고 숲과 나무』에서 다음과 같이 소개되고 있다.
“옛날 호수에 바닷물이 들어와 소금을 만들었다는 ‘해염동(海鹽洞)’ 지금의 행곡3리 마을 앞산으로 西로 대흥리, 北으로 울진읍 읍남리와 연결되어 있으며 산속에 옛날 주석광산이 있었으며 불영사계곡의 입구이다. 산 정상에서 동남향을 바라보면 푸른 동해바다와 아롱거리는 망양정, 왕피천의 물굽이가 장관이다. 그리고 멀리 성류산 남수산이 아지랑이에 묻혀 보일 듯 말 듯 신비하다. 산에는 암벽 위에 멋진 자태를 자랑하는 소나무와 단풍나무, 때죽나무가 있고 참나무류가 계곡과 하단부에 자라며 꼬리진달래가 특이하다.(울진군, 2006,『울진의 名山』, 27쪽)”
등산로 곳곳에는 기암괴석들의 오묘한 자태와 좌우로 펼쳐지는 풍광이 한데 어우러져 등산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특히 제3전망대를 지나 오르막이라고 하기에는 낮은 경사진 길을 10여분 걷다 보면 등산로와 금산 동남쪽 방면으로 개설된 임도가 만나는 곳에 금산의 새로운 명물로 잘 알려진 남근바위를 만날 수 있다.
남근바위를 뒤로 한 채 남쪽 방향으로 직선거리 백수 십미터 숲 속에서는 세상에 숨겨진 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폐사지(廢寺址) 흔적을 만날 수 있다. 바로 검산사지(劒山寺址)로 추정되는 폐사지다.
▣ 금산(錦山)이란 명칭은 검산(劒山)에서 와전된 것이다
지역 사람들이 언제부터 이 산을 금산이라고 불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 명칭은 원래 검산(劒山)에서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현존 최고(最古)의 울진군지로 알려진 1899년 편찬된 『울진읍지』에는 월출암을 설명하며 “月出菴 在劒山絶頂俯瞰 滄海見日月之所出故因而名之”라고 언급하며 이 산을 검산으로 표기하고 있다. 2001년 발간된 『울진군지』에는 “행곡리 서쪽 금산에 있던 암자로 창해가 바라보이고 해와 달이 솟아오를 때의 정상(情狀)이 절경이라 하여 월출암이라 하였다고 전해지나 지금은 잔존하지 않고 그 터전도 알 수 없다. (울진군, 2001, 『울진군지』상, 556쪽)”고 기록하고 있다. 『한국사지총람』(韓國寺址總覽)하(下)(문화재청, 2010, 279쪽) 에서도 『울진군지』를 그대로 인용해 월출암지(月出菴址)를 소개하고 있다.
또 1899년 편찬된 『울진읍지』에는 ‘검산사는 천량암 서쪽 5리쯤’에 있는데 지금은 폐사되었다(劒山寺 在天糧岩西五里許 今廢)고 기록하고 있다.
참고로 현존 최고의 울진군지가 1899년 편찬된 『울진읍지』로 밝혀진 것은, 심현용 울진군청 학예사가 「울진지역 군지의 발간 현황」(울진향토사연구회, 2014, 『울진사향』 4호, 103~110쪽)을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더불어 1908년(융희 2年)에 당시 강원도 울진군수로 있던 유한용(劉漢容)이 편찬한 『울진군여지약론(蔚珍郡輿地略論)』 사찰조(寺刹條)에도 ‘월출암은 검산에 있다(月出菴在劒山)’고 기록하고 있다.
이와 함께 1939년 편찬된 『울진군지』(국역 울진군지, 울진문화원, 2012년) 산악조(山岳條) 번역문(27쪽)에는 검산은 군의 서쪽 2리 되는 대흥리에 있고(원문, 330쪽 : 劒山은 在郡西二里大興里), 같은 책 지세조(地勢條, p23)에도 ‘동쪽으로 6리를 달려 검산이 되어서...(중략)’라고 표기하고 있어 일제강점기까지도 검산으로 표기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 1979년 한글학회에서 발행한 『한국 지명 총람 』7(경북편 4, 113쪽)에는 검산사(劒山寺)터 항목에는 해석하지 않고, ‘금산절터[검산사(劒山寺)터]’항목에서 천량암 서쪽에 있는 옛 절터. 지금은 주춧돌만 남아 있다고 풀이하고 있다.
▣ 검산사지(劒山寺址)에 대한 문헌 기록은
검산사지는 근남면 행곡리 산 5번지, 해발 고도 220여m에 위치하며, 소나무와 신우대가 무성하게 우거진 골짜기 중턱에 있다.
검산사는 자세한 연혁은 알 수 없지만 문헌상 최초의 기록으로 1530년(중종 25) 편찬된 조선 전기의 대표적인 관찬지리서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 나타난다. 이 책 권45 강원도 울진현 불우조(佛宇條)에는 검산사가 백련산(白蓮山)에 있다고 기록되어 있어 고찰(古刹)이 존재했음을 확인시켜 준다.
그렇다면 검산사가 ‘폐사된(今廢)’ 시기는 기록상 언제 최초로 나타날까.『신증동국여지승람』이후 검산사 관련 문헌이 한동안 나타나지 않다가 270여년이 지난 조선 정조 23년(1799년)에 편찬된 『범우고』(『梵宇攷 1799년)』에 폐사되었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범우고』는 편자 미상이나 왕명에 의해서 편찬되었다. 1799년(정조 23) 고금의 문집과 읍지 등을 고증하여 각도에 흩어져 있는 절의 존폐·소재·연혁 등을 기록한 책이다.
단, 조금 앞선 기록인 『여지도서(輿地圖書)』상(上) (여지도서 : 1757년(영조 33)∼1765년에 각 읍에서 편찬한 읍지(邑誌)를 모아 성책(成冊)한 전국 읍지) 강원도 울진 사찰조(江原道 蔚珍 寺刹條)에는 불영사와 대흥사에 대해 기록하고 있지만 검산사에 대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고 있다.(『여지도서』“佛影菴 在縣所通達山四十里 四十間. 大興菴 在縣西最山二十里 三十三間”)
이로 미루어볼 볼 때 검산사는 18세기 후반기 이후에는 이미 사찰기능을 잃고 폐사된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1994년 출판된 『한국사찰사전(韓國寺刹事典)』에,
“劒山寺 在江原道蔚珍郡白蓮山(東國輿地勝覽 45) ○今廢(梵宇攷) ”(권상노 저, 『한국사찰사전(韓國寺刹事典)』 이화문화출판사, 287쪽)이라는 기록이 보인다. 이 사전은 우리나라 6,320곳 사찰의 위치와 창건, 역사 등을 기록하고 있는데, 퇴경당 권상노(權相老) 박사가 다양한 사료를 참구(參究)해 그 전거(典據)를 일일이 밝혀두어 사찰 관련 연구에 도움이 된다.
어쨌거나『신증동국여지승람』과『범우고』 이후로는 검산사에 관하여 대동소이한 내용이 반복된다.
검산사 위치에 대해『신증동국여지승람』에서는 백련산(白蓮山)에 있다고 기록하고, 1939년 편찬된『울진군지』사찰조(寺刹條, 61쪽)에서도 백련산에 있다고 한다. 다만『울진군지』지세조(地勢條, 23쪽)와 산악조(地岳條, 25쪽)에는 백련산에 대한 언급은 없고 검산(劒山)이란 표현이 각각 보인다.
그런데『울진군지』사찰조(61쪽)에는 천량암(天糧菴, 행곡2리)과 진광사(眞光寺, 울진읍내리) 성류사(聖留寺, 구산리 성류굴) 등이 모두 백련산에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 기록에 따라 해석해 보면, 지금의 금산으로부터 성류굴까지 이어지는 산들이 모두 백련산으로 불리워진 것. 즉 백련산이 지금의 금산으로 특정 지워져 지칭되기 보다는 상대적으로 넓게 불리며 사용됐다고 추측된다. 하지만 이들 『울진군지』 보다 앞선 문헌기록인 『범우고』에는 검산사 위치에 대한 언급이 따로 없다.
조선 중기의 학자 신경준(申景濬, 1712~1781)이 지은 우리나라 520여개의 절에 관한 자료집 『가람고(伽藍考)』와 1829년부터 1831년 강원 감영에서 편찬한 강원도 지리지 『관동지(關東誌)』에는 울진의 사찰로 불영암(佛影庵)과 대흥암(大興庵)에 대해서만 기록하고 있다.
다만, 1899년 편찬된 『울진군지』에서 ‘검산사는 천량암 서쪽 5리쯤’에 있는데 지금은 폐사되었다(劒山寺 在天糧岩西五里許 今廢)고 언급하고 있어, 검산사의 위치를 지금의 금산에 비정하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울진군지』상(울진군, 2001, 554쪽)에서도 “근남면 행곡리 검산 중허리에 있었고 신라 때에 세워졌으나 지금은 주춧돌만 남아있다”고 한다. 결론적으로 검산사는 금산 중허리에 위치한 것으로 해석된다.
또 『한국사지총람』(韓國寺址總覽)하(下)(문화재청, 2010, 울진군편(275~281쪽)) 검산사지(劒山寺址) 항목에는 『신증동국여지승람』 권45 강원도 울진현 불우조(佛宇 條) 기록을 인용하여 “백련산에 있다고 소개하며, 행곡리에 위치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또 그 외 자세한 연혁은 알 수 없으나 신라시대 때 창건되었다고 전해진다. 현재 사지(寺址)에는 초석만 남아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 검산사는 신라시대에 창건되었을까?
일단『울진군지』기록을 볼 때 주목되는 것은 검산사는 금산 중허리에 위치하였다는 것과 신라시대 때 세워졌다고 전해지는 내용이다.
여기서 울진읍 대흥리에 세워졌던 대흥사(大興寺)의 창건과 관련해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진다.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명산(名山)을 찾아 수행하던 중 울진 대흥리를 지나가게 되었다. 산세를 둘러보니 절터(寺址)가 세 개가 있을 형세라 생각하여 나무로 기러기 세 마리를 깎아서 날려 보내니 한 마리는 불영사 쪽에 날아가 앉고, 또 한 마리는 금산 절골에, 또 한 마리는 대흥사 쪽으로 날아가 앉았다고 하여 이곳에 절터로 잡고 절을 지어 대흥사라 불렀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디지털울진문화대전 ‘대흥사 이야기’ 참조).”
물론 민간에 전해오는 이야기를 모두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겠지만, ‘금산 절골’이라는 표현을 통해서 검산사 존재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오래된 절’ 인식이 반영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절골이란 말은 옛날에 절이 있던 데서 유래된 이름으로, 이를 거꾸로 해석해 보면 폐사된 지도 오래 전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 행곡리 마을 주민들에게 전해지는 말에 따르면 ‘금산에는 불영사보다 오래된 절이 있었다.’고 말한다.
현재 검산사지에는 예전의 절터가 있었던 약간의 흔적과 폐탑재(廢塔材), 기와 조각, 자기 조각 등이 흩어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다만 검산사 터가 이곳임을 증명시켜줄 만한 이렇다 할 유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사지가 위치한 곳은 기단대석(基壇臺石?)을 기준으로 지형상 남쪽 방향으로 완만한 경사지이다. 동쪽과 서쪽 방향에는 수 미터의 높이차를 보이는 골짜기가 형성되어 있다. 기단대석 아래에는 민묘(民墓)가 1기 있다. 특히 북에서 남으로 낮아지는 완만한 평탄지를 이용해 계단식으로 경작 활동을 한 흔적의 농토가 거의 원형을 유지하며 남아있어 눈길을 끈다.
사지에는 온통 신우대(조릿대)가 자리 잡아 무성하게 자라고 있다. 이곳은 지형의 변화가 적어 일부 유물은 지표상에 노출되어 있다.
▣ 수습 유물로 사찰의 창건 시기 등 실체 드러나
검산사지에서 고려시대나 조선시대로 추정되는 기와편과 도·자기류 등이 발견돼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예상보다 오래된 시기의 유물로 보이는 옥신석(탑신석)을 비롯해 기와편과 자기편 등의 유물이 산재되어 있어 의미가 있다.
우선 유물의 시기 판단의 중요한 기준이 되는 분청자(분청사기)가 수습된다. 분청자는 청자에서 백자로 넘어가는 중간 단계인 15,16세기 번성했던 생활자기이다. 또 고려청자도 보인다. 비록 원형의 모습은 아니지만, 도자기 표면에는 무늬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특히 사찰의 창건 시기를 엿볼 수 있는 유물인 석탑의 옥신석(屋身石) 2개와 기단대석(基壇臺石?) 1개가 남아있어 중요한 자료로 여겨진다.
주목되는 것은 옥신석으로 보이는 2개의 폐탑재 존재이다. 석탑은 무너진 후 방치된 과정에서 옥신석 일부만 남고 상륜부 등 나머지 부재는 훼손된 후 망실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옥신석에는 우주(隅柱, 건물의 모퉁이에 세운 기둥)가 표현되어 있다. 1층 옥신석(屋身石)으로 추정되는 유물의 크기는 너비 52.5㎝, 높이 60㎝이고, 2층 옥신석(屋身石)으로 추정되는 유물의 크기는 너비 33.5㎝, 높이 44.5㎝로 각 옥신에는 상협하광(上陜下廣)의 양 우주(隅柱)가 양각되어 있다.
옥신석의 제작 기법과 석탑의 양식적 특징으로 보아 고려 후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또 기단대석의 크기는 가로 95㎝, 세로 95㎝, 두께 26㎝로 표면이 거칠고 조잡해 투박하게 보인다.
심현용 울진군청 학예사는 “석탑의 크기가 소규모이고 옥신석이 위가 좁고 아래는 넓은 상협하광(上陜下廣) 형태를 띠고 있어 고려 중기 이후의 석탑으로 추정된다. 석탑은 대체로 절의 창건시 건립되므로 검산사도 고려 중.후기 때 창건됐을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고려청자나 분청자 편들을 봤을 때 조선전기에 사격(寺格)이 가장 번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와 전문가는 “기와편 유물로 볼 때 11세기에서 13세기 무렵의 고려시대 기와로 볼 수 있다. 또 임진왜란 이후의 기와편도 보이므로 이 사찰은 임진왜란 이후까지 존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이 출토된 유물을 통해 검산사는 대체로 고려 중기나 후기를 전후해 창건돼 조선 전기까지 번창했으나 임진왜란 이후 조선 후기 어느 시기에 폐사된 것이 아닐까 추측된다.
검산사지는 행곡리 마을 주민들에게 오래전부터 절터로 인식되고 있었으며, 60여년 전에는 크기가 60여cm로 추정되는 불상도 목격할 수 있었다는 증언도 나온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곳이 검산사지였다는 추정만 있었을 뿐 이렇다 할 학술 발굴조사는 한 번도 이뤄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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