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하는 자료는 1973년 4월에 울진읍 읍남리에서 태어난 김모씨의 출생 신고서이다.
신고서를 살펴보면, 출생자의 본적과 호주 성명, 본(本, 본관 本貫), 호주와의 관계, 주소, 성명, 출생 연월일, 출생 장소, 부모 성명, 기타 사항 등을 기재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끝부분에는 신고인의 본적과 주소를 적은 후 서명 날인하도록 하고 있다.
이 신고서에는 특히 김모씨의 출생 장소가 자택으로 되어 있고, 뒷면의 인구 동태 사항란의 조산자 또한 의사나 조산원이 아닌 기타로 되어 있는 점으로 미루어볼 때, 김모씨가 출생할 당시 집에서 가족 또는 이웃들이 직접 출산을 도운 것으로 보인다.
7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울진 지역에서는 출산할 때 병원을 찾지 않고 집에서 애를 낳는 경우가 허다했다.
당장 먹고 살기 어려운 시절이었던 만큼 병원을 이용할 때의 출산 비용도 만만찮았지만, 어느 동네나 경험이 풍부한 산파(産婆)가 한두 명씩은 있기 마련이었으므로 대부분 별 걱정 없이 집에서 아이를 낳았다.
임산부가 달을 채워 아기를 낳을 때가 되면 집안의 경험 많은 아낙네, 특히 임산부의 시어머니나 이웃의 산파가 출산을 도왔다.
산파는 산모가 진통이 시작되면 아기를 낳을 때까지 옆에서 쉬지 않고 아픈 허리를 쓰다듬어 주고, 다정한 말로 격려하고, 아기가 세상으로 나올 때를 기다렸다.
아기가 나오면 아궁이불이나 팔팔 끓는 뜨거운 물로 소독한 가위로 탯줄을 자르고, 따뜻한 물로 목욕을 시켰다.
산파는 단순히 아기를 받아주는 사람이 아니라 임신에서 출산까지 전 과정을 함께 한 든든한 동반자였다.
불과 십 수 년 전까지만 해도 사정이 이러했는데, 출산 과정 자체가 하나의 상업적 의료 행위가 되어버린 지금 생각하면 산파나 조산사라는 단어 자체가 생경하게 느껴진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세상에 태어난 숱한 아이들이 장티푸스나 이름도 모를 전염병으로, 또는 제대로 얻어먹지를 못해서 일찍 죽고는 했다.
배 아파서 낳은 자식이 1년을 넘겨서 출생 신고 한번 해보는 게 소원이라던 얘기도 그리 먼 옛날 얘기는 아니다.
아이들이 태어나면 1개월 이내에 출생 신고를 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었지만, 이를 지키는 시골 사람들은 드물었다.
출생 신고를 일찍 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사망 신고를 하러 가는 일이 허다했던 만큼, 대다수는 아이가 태어나고 1년쯤 지난 다음에 출생 신고를 했다.
특히 출생 신고를 할 때 출생자가 1년 전에 태어났다고 하면 벌금을 물어야 했던 만큼, 출생 신고일에 맞추어 출생연월일을 기재했다.
또한 출생 신고서 양식을 기재할 수 없는 문맹자나 농사일 등으로 바쁜 사람들은 5일장에 가는 이웃 사람이나 마을 이장들에게 출생 신고를 대신 부탁하는 일도 빈번했다.
이렇다보니 70년대 이전에 태어난 시골 사람들은 원래 나이보다 한두 살 더 많거나 어리게 되어 있는 건 보통이고, 생일, 한자 이름, 음력 또는 양력 생일 기재, 심지어 남자가 여자로, 여자가 남자로 호적에 등재되는 경우가 많아 심심찮게 시비가 일고는 했다.
지금도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아서 전문가들은 행정 절차상의 문제, 신고 내용의 부정확성, 신고 지연․누락의 문제, 자료 활용상의 문제, 제도적 장치의 미비, 근거 법령상의 문제점 등을 우리나라 출생 신고 체계의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소개하는 공문서 한 장은 지난 시절의 사회상과 시대상을 엿볼 수 있도록 하고, 한참이나 동떨어진 시대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의 가치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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