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郡보건소 청년 한의사...의술(醫術)보다 인술(仁術) 펼쳐

  • 입력 2016.11.18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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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울진군보건소 공중보건의 이동윤 한의사, 3년째 지역 어르신들께 따뜻한 사랑 전해


이동윤 한의사

예부터 올바른 의원(의사)의 자세를 일컬어 ‘일구(一口), 이족(二足), 삼약(三藥), 사기(四技)’라고 했다. 첫째가 환자와의 대화(口)요, 둘째가 환자를 자주 찾아가는 의원의 발품(足)이며, 약(藥)을 잘 쓰고 병을 고치는 기술(技)은 그 다음이라는 말이다.
  
윤리와 도덕이 결여된 의사들이 한 번씩 세인들의 입도마에 오르기도 하는 각박한 세태 속에서 의술보다 인술을 펼치며 시골 어르신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젊은 공중보건의가 있어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사랑과 아름다움으로 세상을 채색하고 있는 화제의 주인공은 울진군 보건소에 근무하는 공중보건의 이동윤(27세) 한의사이다.


이동윤 한의사가 보건소를 찾은 한 어르신을 시술하고 있다
  
제주도 출신인 그는 가천대학교(구 경원대학교) 한의예과를 졸업하고 병역 의무 대신 궁벽한 울진에서 3년 가까이 진료 활동을 하고 있는 사실상 한의사로서는 새내기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늘 깨끗한 위생복과 밝은 미소로 보건소를 찾아오는 농촌 어르신들에게 부모를 대하듯 친절을 베풀어 훈훈한 화제가 되고 있다.
  
울진군은 지역 특성상 나이 들어서까지 농사를 짓는 어르신들이 많고, 그런 만큼 허리나 다리, 목 등에 고통을 호소하는 어르신들 또한 흔하다.
  
이동윤 한의사는 보건소를 찾은 어르신들을 진맥한 후에 침과 뜸으로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은 물론, 밝고 환한 미소와 맑은 목소리로 아픈 마음까지 어루만져 주는 것으로 근동에 소문이 자자하다.
  
몸과 마음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늘 상냥하게 배려하면서 일상 생활 속에서 손쉽게 실천할 수 있는 운동과 식이요법 등을 설명해주는 그를 통해 어르신들은 큰 힘을 얻으며 고마워한다.


김옥자 할머니는 “하도 고마워서 이동윤 한의사를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한다”고 말한다

이동윤 한의사는 지난 5월 모내기철에 울진읍 호월1리에 거주하는 김옥자(78세) 할머니의 목숨을 살리기도 했다.
  
호월1리 무월(멀이) 마을회관에서 만난 김 할머니는 “몇 해 전부터 조금만 움직여도 숨골이 콱콱 내리 누르면서 숨이 턱까지 차 올라와서 멀쩡하다가도 비실비실하고, 가끔은 쓰러지기도 했어요. 그저 나이가 들어서 그렇겠거니 하면서 이 병원 저 병원, 이 약국 저 약국을 찾아다니다가 보건소 한의사가 침을 잘 놓는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갔지요. 두 번째로 찾았을 때 그 한의사가 진맥을 하더니 빨리 큰 병원으로 가 보라고 했어요. 그 선생님이 대구 경북대 병원을 소개해줘서 그 병원에서 큰 수술을 받았어요. 지금 심장박동기를 달고 있는데, 그 선생님이 아니었으면 벌써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겁니다. 어떤 의사나 약사도 그런 얘기를 해주지 않았거든요. 심장이 나쁜 줄도 모르고 수년 동안 애꿎은 병원과 약국만 이리저리 옮겨 다녔니더. 나는 그 선생님을 죽을 때까지 잊을 수가 없니더. 하도하도 고마워서요.”라고 말한다.
  
김분녀(86세) 할머니도 “나도 발이 화끈거리고 아파서 밤에 잠을 제대로 못 잤니더. 그런데 그 의사 선생님을 찾아가서 침을 맞으면서부터 훨씬 덜합니다. 실력 있고 친절하고 그런 선생님이 없니더. 보건소에서 목이 말라 물을 찾으면 의사 선생님이 직접 복도로 쫓아나가서 따뜻한 물을 떠다 줍니다. 정수기 위치만 가르쳐주면 될 텐데요.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변함없이 친절할 수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치료를 받고 돌아올 때는 문밖까지 나와서 배웅을 할 정도라니까요”라며 옆에서 김 할머니의 말을 거든다.

1,2년차에 북면과 금강송면에서 근무한 후 3년차에 울진군보건소로 옮겨와서 근무를 시작한 이동윤 한의사도 울진에서 생활하는 동안 가장 보람된 일로 김옥자 할머니의 일을 손꼽는다.
  
“김옥자 할머니 일이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타고난 성격이 워낙 웃는 것을 좋아하고 어르신들과 친하게 지내는 일에 스스로도 재미를 느껴요. 서로 대화를 이어가면서 배려하고 따뜻한 말 한마디를 전하는 것이 큰 힘이 될 수 있다고 생각되고요. 1차 보건의료기관인 보건소에서 여러 여건상 아주 뛰어난 의술을 펼칠 수는 없지만, 그런 만큼 외롭고 심신이 불편한 어르신들을 내 부모처럼 따뜻하고 친절하게 진료할 수는 있으니까요.”
  
이동윤 한의사는 “요즘은 의사들 간의 실력 차이는 평준화되어가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결국은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데, 의사가 환자에게 관심을 가지고 친절하게 대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르신들이 허리가 아프다고 찾아와도 그 부위만 볼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건강 상태를 살펴서 원인을 파악해야 환자에게 도움이 됩니다. 환자들 처지가 돼서 마음을 교류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 가족이 아파서 찾아왔다고 생각하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어르신들에게 희망만 심어줘도 절반은 치료가 된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환자의 의지고, 결국 아픈 몸은 스스로 낫는 거거든요. 의사는 옆에서 지켜보면서 치료를 도와줄 뿐이고요.”라고 말한다. 


호월1리 마을회관에 모인 어르신들은 이동윤 한의사가 보배 같은 선생님이라고 입을 모은다

  
내년 4월이면 이동윤 한의사는 복무가 만료되어 울진을 떠날 예정이다. 그런 만큼 보건소를 찾는 어르신들은 아쉬움이 크다.
  
이동윤 한의사는 장차 일반 의과대학에 편입하여 의사 면허를 취득할 계획을 갖고 있다.
  
“의학에 관심이 많습니다. 다 같이 사람의 몸을 다루는 학문이면서도 한의와 양의가 제도적으로 막혀 있는 부분이 있어요. 사정이 그렇다보니 실상 제가 하고 싶은 것의 반밖에 못합니다. 그래서 의대에 편입해서 의학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아니면 한의원에 들어가서 몇 년 근무하고 싶기도 하고, 그것도 아니면 한 일 년 정도 쉬면서 해외여행도 다니고 싶고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시간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여행을 다니는 건 결혼 전이 아니면 힘들 것 같아서요”
  
한편, 어르신들은 “번번이 웃는 얼굴로 따뜻한 말과 염려를 아끼지 않는 보배 같은 선생님을 다시 만나기는 힘들 텐데, 얼마 안 있어 떠난다니 너무 아쉽다”고 한결같이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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