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점점 고령화 사회로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대도시 보다는 농·어촌 지역의 고령화의 정도가 심하다. 우리 군도 여기에서 예외가 아니다. 특히 각 읍·면의 소재지를 벗어나면 그 정도가 더 심하게 나타난다. 농·어촌의 골목길을 누벼 다니는 어린이들의 모습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다. 텅 빈 그 공간을 우리네 노부모들이 당신들의 보금자리를 힘겹게 지켜나가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자기가 태어난 고향을 지키며, 가슴속에 소박한 꿈을 품으며 논밭을 일구고 산과 바다에서 하루하루의 땀방울을 더해가며 힘겨운 현실에 넘어지고, 타협하고, 때로는 부딪치면서 그 꿈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젊은이들이 있다.
이들은 자신들이 속한 분야에서 아직은 초보자(?)에 불과하다. 그러하기에 실패에 맞서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미약하나마 힘과 용기를 불어 넣어 보고자 연재를 기획한다.
“지역에서도 싸고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하루하루가 다르게 봄기운이 완연하다. 새눈을 틔웠던 가지에 연초록의 잎사귀가 앙증맞게 부풀어 오르고 있다.
이번호의 주인공은 울진의 구석구석에 가구를 배달하며 봄을 맞이하고 있는 김상환(36세, 울진읍)씨다. 상환씨는 지역민들이 되도록이면 어떤 상품이던 지역의 상가를 이용하는 것이 지역경기를 살릴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지 않겠냐며 지역 업체를 애용했으면 좋겠다고 말문을 열었다.
자동차 정비 일을 배우려고 했었어요
97년부터 이 일을 시작했으니 만 10년이 다 되어가네요. 고등학교(울진종고 91년 졸업) 3학년 시절인 9월에 경주로 취업 나가서 군에 가기 전까지 2년 동안 생활했습니다. 93년에 입대하고 95년 제대하면서 북면 모 카센터에서 2년간 있었어요. 자동차 정비 일에 관심이 있어 재미를 붙여서 제대로 기술을 익히고 싶었는데, 주인이 오히려 정비를 하는 것 보다 주유소 허드렛일을 많이 시켰어요. 불만도 생기고 배우고 싶은 것은 제대로 배울 수도 없고 해서 아쉬움은 있었지만 어렸으니까 미련 없이 그만뒀습니다. 그때 1~2달 정도 잠깐 쉬면서 친구들이 울진읍내에 있다 보니 하당 집에서 울진읍내로 자주 내려왔었죠. 지금도 같이 일하고 있지만, 여기에 친구가 먼저 일하고 있었어요. 놀러 와서 한두 번씩 일을 돕다가 자연스레 이 일을 시작하게 됐네요.
외지에서 구입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이 아쉽지만
울진에서 장사하는 어느 업종이든 비슷하겠지만 IMF 이후에 2000년도부터 매출이 많이 줄었어요. 2002~3년도에 더 나빠졌다가 조금 회복되어 가지만 예전처럼 활발하지는 않습니다. 본사 차원에서 지금은 1년에 6~8번 정도 순회방문서비스(평균 2달에 1번 꼴)를 하고 있는데, 한창 물건이 많이 팔릴 때는 1달에 2번 정도 방문서비스를 했으니 지금의 불경기를 짐작할 수 있죠.
계절별로 보면 상대적으로 봄과 가을에 많이 바쁩니다. 아무래도 이사철과 결혼시즌이 겹치게 되니까요.
가구는 크게 일상 가정에서 사용하는‘혼례용 가구’와‘사무용 가구’로 나눌 수 있어요. 최근 몇 년 사이에 지역민들이 혼례용 가구를 포항이나 삼척 등지에서 구매해오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아요. 그쪽은 매장이 크다 보니 다양한 가구들을 전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우리 쪽 매장은 공간이 한정되다 보니 제품들을 다양하게 전시할 수 없는 아쉬움이 있어요.
그러나 사실 가격차가 생각하는 것만큼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A/S면에서 보면 지역에서 구매하는 것이 이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쪽에 전시된 모든 제품들은 여기에서도 구매가 가능하고요. 카탈로그를 통해 상품들을 확인할 수 있거든요. 주문을 하면 똑 같은 제품 배달이 가능한데 직접 눈으로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보니 고객들의 마음은 그렇지 않은가 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가구점 4곳이 성업했었는데
제가 이 일을 시작할 무렵에는 울진읍만 보루네오, 삼익가구, 선퍼니처, 동서가구 등 4곳이 성업을 했었는데, 지역민들이 혼례용(가정용) 가구를 외지에서 구입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각 매장들이 규모가 축소되거나 없어졌습니다.
외지에서 구입하려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가격차가 울진하고 많이 난다는 이유일 것이라고 여겨지지만, 기름 값과 인건비가 가구에 모두 포함된다고 보면 그렇게 저렴한 것도 아닐 겁니다. 저도 급히 물건을 필요로 해서 밖으로 갔다 오면 최소 유류비만 5만원 가까이 소요됩니다. 또한 홈쇼핑이나 온라인상으로 구매하는 부분도 적지 않아요. 이 경우는 제품에 대한 만족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광고하는 물건과 배달되는 물건이 색상이나 원산지 등이 차이가 나는 경우도 많고 제품하자시 반송하기도 애매해 처리문제로 곤욕을 치루는 경우가 왕왕 있을 겁니다.
그리고 가구는 A/S를 필요로 할 때가 많아요.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할 때 조금만 더 생각하셔서 지역 업체에 대한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역에서 구입하면 기본적인 서비스는 다해 주니까요.
한편으론 지금까지 거래를 하면서 개인당 1~20만원 정도를 받지 못한 경우가 제법 돼요. 모두 합치면 액수가 족히 수백만원은 될 겁니다.
예전에는 명절 때마다 수금하기가 바빴는데 경기가 워낙 안 좋다보니 지금은 거의 외상거래를 못하고 있습니다. 할 형편도 안 되고요. 가구를 배달하기 위해 울진의 구석구석 거의 안 가본 곳이 없습니다. 지금 나오는 장롱의 최소 높이가 1,9m인데, 옛날 집은 천장이 워낙 낮아서 겨우겨우 들어갈 때가 있어요. 이럴 때는 한바탕 난리(?)를 피워야 합니다. 그리고 이런 집에 사시는 분들이 거의 혼자 지내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거든요. 좀 더 싸게 해드리고 싶지만 그러지 못할 때는 아쉬움도 많이 남고요.
아세톤, 신나 등은 탈색 우려로 절대 사용금지, 습기는 가구에 치명적
소파에 때가 묻어 있거나 볼펜 등으로 낙서가 돼 있더라도 지운다고 절대로 ‘신나와 아세톤’을 사용해서는 안 됩니다. 아무리 좋은 가죽이라도 탈색될 우려가 많거든요. 이런 경우에는 ‘물파스나 피비’라고 하는 가구 전용 왁스를 사용하면 웬만한 것은 다 지울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장롱의 냄새를 없애려면 마른 걸레에 소주를 살짝 살짝 묻혀서 닦아 내면 어느 정도 까지는 제거할 수 있고요. 특히 어느 가구든 습기에는 취약합니다.
벽에 곰팡이가 생기면 가구로 바로 옮겨오거든요. 장롱이나 책꽂이 등을 애초에 벽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설치를 한다든가, 장마철이 시작되면 습기제거제를 곳곳에 두고 보일러를 돌려서 습기를 최소한으로 줄여줘야 합니다. 습기가 차지 않도록 항상 주의를 요합니다.
한때는 원목가구가 유행한 적이 있었지만, 가격대가 만만치 않거든요. 원목가구는 가볍고 집에 오래 두어도 색깔이 서서히 변해가기 때문에 지겹다는 생각도 별로 없고 보기에도 좋습니다. 그러나 요즘 대부분의 가구는 화공약품과 본드를 많이 사용합니다. 무게도 엄청나고요. 책상의 상판을 혼자서 뒤집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요. 승강기가 없는 아파트의 고층에 배달하는 경우에는 거의 씨껍(?)합니다. 한편으로 요즘 가구들이 화공약품을 많이 사용하다보니 피부가 예민한 어린애들한테는 아토피 등 각종 피부질환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처음 가구를 장만했을 경우는 환기도 자주 시켜야하고 관리에 신경을 많이 써 줘야 합니다.
장롱의 생명은 ‘문짝’, 침대 매트리스는 최소 3달에 한번은 뒤집어 주고, 모든 가구는 수평을 잘 맞춰 주어야
붙박이 장이든 일반 장롱이든 ‘문짝’이 생명입니다. 장롱 전체를 봤을 때 몸통은 가격대가 달라도 재료 등이 크게 차이나는 것은 별로 없습니다. 문짝이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무게에 맞게끔 경칩이 필요한데 비용을 아끼려고 경칩의 수를 줄이는 경우가 있어요. 이런 경우는 몇 년이 지나면 거의 문짝이 뒤틀리게 됩니다.
그리고 침대의 매트리스는 한번 놓으면 그 상태로 몇 년이고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매트리스의 수명도 수명이지만 편안한 잠자리를 위해서도 번거롭더라도 최소 3달에 1번 정도는 앞뒤 좌우로 뒤집어 주면 좋지요. 또 메모리 매트리스도 있지만 이것은 가격대가 만만치 않고, 마루형 침대는 매트리스 없이 사용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있지만 그래도 매트리스를 사용하는 것이 좋아요.
가구도 10년을 주기로 해서 유행이 반복된다고 합니다. 제가 처음 시작할 때 하이그로시 제품이 2년 정도 유행을 했어요. 그러다가 체리톤의 색상이 많이 팔리다가 최근 몇 년 전 부터는 투톤(한 제품에 두가지 색상이 어우러져 있는 것) 칼라의 상품들이 많이 출시되다가, 요즈음은 옹이색상의 제품이 많이 나오면서 다시 하이그로시 제품도 서서히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가구 배치도 기본적인 틀이 있어요. 침대의 머리는 북쪽으로 하지 않고 주로 서쪽이나 남쪽으로 방향을 잡습니다. 나머지 가구들은 대부분 동쪽으로 많이 둡니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 중에 하나가 도배나 장판을 새로 깔면서 가구를 움직였다가 다시 설치하는 경우에 ‘수평’을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평이 맞지 않으면 문짝이 뒤틀려 버리거든요. 구매한 가구점에 문의를 하든가 약간의 경비를 부담해서라도 수평을 맞추는 것이 그냥 두었다가 못쓰게 되는 것보다는 훨씬 비용이 적게 듭니다.
얼마든지 고객이 요구하는 상품의 주문제작도 가능해
시쳇말로 강산도 변한다는 10년이 지나가네요. 한 번 발을 담근 곳이니 이 길로 계속 가야 안 되겠습니까? 2000년도에 일하다가 허리를 다쳐 2달 정도 잠깐 쉬면서 서울에 있는 둘째형 사업을 도와주면서 밖에 나가서 생활하고 싶기도 했어요. 이런 저런 고민도 했지만 하루하루 더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일하는 시간은 많은 편입니다. 하루 평균 12시간 정도는 문을 열어두니까요. 쉬는 날이 1,3주 일요일인데 울진 장날(2,7일)과 겹치는 날에는 그 다음 주에 쉽니다.
고객이 요구하는 상품의 주문제작도 가능하고요. 장롱에서부터 사소한 소품에 이르기까지 구입할 수 있습니다. 얼마든지 싸고 좋은 제품을 구매할 수 있고 교환이나 서비스 받기도 훨씬 편안하고요. 굳이 멀리서 찾지 마시고 지역에서 구입하는 것이 지역경기 활성화를 위해서도 좋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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