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나는 ‘과학상상그림그리기대회’에 학교 대표로 뽑혀 나가게 되었다.
처음에는 선호라는 친구와 함께 나가기로 했는데, 교육청에서 각 종목에서 한명씩만 대회에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우리학교가 소규모 학교이기 때문이며 다른 소규모 학교들도 한명씩 대회에 나온 것 같았다.
나는 그렇게 그림을 잘 그리는 편은 아니지만 선호보다 연습기간이 길어서 출전하게 되었다. 말씀은 안하셔도 어쩔 수 없이 선호를 탈락시킨 과학 선생님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 졌을 것이다. 대회에 나가고파 하는 학생들을 어쩔 수 없이 떨어뜨려야 한다는 것, 혼자서 얼마나 마음고생을 하셨을까?
나와 선호 뿐만 아니라 고무동력기와 글라이더, 물 로켓에서도 두 명씩 오랜 기간 동안 연습하고 있었다. 모두의 실력들이 쟁쟁해서 선생님이 어떻게 결정 하실 수가 없어, 둘이서 잘 상의하고 연락을 해달라는 말을 남기시고 고개를 떨구셨다.
그 중에서 특히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정말 하는 짓도 비슷하고 단짝이라서 어디든 붙어 다녔던, 글라이더로 함께 나가기로 한 현우와 건영이가 제일 힘들어 했다. 현우와 건영이는 틈만 나면 과학 선생님께 “선생님 교육청에 한번만 더 말해 보시면 안 돼요? 저희 둘이 같이 나가면 안 돼요? 선생님.”하면서 어찌나 간곡히 부탁을 하는지, 과학 선생님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콕콕 쑤시게 했다.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어쩌면 간단한 일이였을지도 모르는 선택에 ‘왜 그렇게 힘들어하고, 왜 그렇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연습을 했던 친구들이‘어떻게 연습했고, 얼마나 대회를 바랬고,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잘 알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일 때문에 평소 장난기 많고 활발한 현우와 건영이는 결정하는 순간만큼은 정말 진지했고 누구보다 더 힘들어 했으며, 얼굴에서는 그 많았던 장난기를 찾아 볼 수 없었다.
며칠 후 대회 출전 최종 멤버로는 글라이더 건영이, 물 로켓 만학이, 고무동력기 장열이, 그림그리기는 나로 결정되었다. 과학 선생님과 연습을 할 때는 여러 명이 시끌시끌하고 북적북적 거렸던 과학실이, 최종멤버 4명으로 결정이 되어 연습할 때에는 후배들 그리고 친구들 모두가 말도 잘 안하고 “내가 나가는 게 아니었는데, 내가 못하는데, 친구를 누르고 올라 온 만큼 더 잘해야 할 텐데”라며 우울해하고 연습을 할 마음조차 없어 보였다. 또한 가장 중요한 우리가 가지고 있던 유일한 승부수였던 “자신감”까지 친구들에게서 급속도로 떨어져 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시간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들은 함께 연습하고 땀 흘렸던 그 친구들을 대신해 올라온 만큼, 대회에서 잘해서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기쁘게 해드려야지 하는 생각이 번쩍 들었는지 다시 연습에 가속도를 붙였다.
그러던 어느 날, 대회를 앞 둔지 이틀 전 체육시간에 축구를 하던 건영이가 발목을 심하게 다치게 되었다. 그래서 건영이가 그 다리를 이끌고는 대회를 나가기가 불가능해졌다.
그래서 대신으로 현우가 나가게 되었다. 현우는 건영이에게 많이 미안해하는 것처럼 보였다. 건영이는 현우에게서 그런 기색이 보일 때마다 “화이팅!” 하면서 미안해하는 현우에게 격려를 해줬다. 만약 2명이 나갈 수 있었다면, 건영이가 다리를 다쳤어도 현우가 있기 때문에 나가려고 했겠지만, 건영이는 혼자서 아픈 몸을 이끌고 나가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그때도 현우는 “선생님, 건영이랑 같이 나가게 해주세요. 제가 건영이 도와주면 되요. 교육장님한테 한번만 더 말씀해주세요”하면서 과학 선생님께 부탁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과학 선생님은 더 마음 아파하고 있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래서 연습기간 내내 다른 이유일 수도 있겠지만, 과학 선생님의 웃는 모습을 많이 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 시행착오를 겪고 우리 모두는 5월 17일 대회를 나갔다. 모두 열심히 했지만 어떤 이유인지, 그리 결과가 좋을 것 같지는 않다고 대회에 나갔던 친구들은 하나같이 말했다. 나도 한다고는 열심히 해봤지만 다른 학교의 친구들에 비해서 많이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휴, 내가 나오는 게 아니었어”하면서 후회도 많이 했다. 현우나 다른 친구들도 “아, 내가 나오지 않았다면 다른 친구들이 더 잘했을 텐데”하면서 낙심했다.
만일 둘이 함께 했다면 ‘이번에 못해도 다음번에 잘하면 되지? 그렇지’하면서 서로를 격려 했을 텐데, 각각 다 혼자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나도 참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난 이번을 계기로 많은 것들을 뼈저리게 느꼈다. 하나는 `더 열심히 할 걸', 다른 하나는 `우리학교 같은 소규모 학교에 대한 뼈저린 현실을.'
나는 이때까지 기성초등학교, 기성중학교를 다니면서 “우리학교가 작지만 참 좋아!”하면서 자부심을 가졌었다.
하지만 얼마 전 그 대회를 통해서 소규모학교에 대한 현실을 뼈저리게 느낀 나는, 우리가 처한 현실이 참 슬펐다. 학교가 작은 것이 무슨 죄가 있어서 선생님들과 친구들을 이럴 때 마다 아프게 만드는 것일까 하면서.
교육장님께 한번 글을 올려볼까? 건의를 드려볼까? 부탁을 해볼까? 라는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마우스를 잡은 내손은 끝내 ‘경상북도 울진교육청’이라는 글귀를 클릭하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자신이 없었다. 울진교육청에서 가장 높으신 교육장님께 말씀드리기가, 학생신분으로 어긋나는 것도 같고 주제 넘는다는 소리를 들을 까봐, 또 혹시나 학교에 불똥이 튈까봐. 그것이 무서워서 나는 내 친구들이 아파하는 모습을 물끄러미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내 친구들과 후배들이 흘린 땀은 다른 누구, 아무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학교에서 만큼은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 어떻게 연습했고, 얼마나 대회를 바랬고, 얼마나 열심히 했는지’ 잘 알기에….
그 후 우리 학교는 큰 폭풍을 맞고도 언제 폭풍이 왔냐는 듯이 평화롭고, 꿈의 학교라는 명성을 이어나가기 위해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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