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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굴 믿어야 하나

  • 페인트 최
  • 입력 2007.08.08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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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 하나로마트 주차장 넓은 터를 가끔 무심히 볼 때가 있습니다.
끝까지 다 듣고 싶은 음악이 라디오에서 나오거나, 어느 미국영화의 장면과 똑같이 검은 비닐봉지가 부는 바람에 나비처럼 춤을 춘다던지, 미처 못 끝낸 통화를 하거나, 녹아 없어지게 피곤한 날 잠깐의 편안함으로...... 또는 아무 이유 없이 넓은 마당을 잠시 응시하며 고물차에 앉아 있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다가 보면 그 마당엔 흘린 건지 버린 건지 귀여운 몽당연필, 제대로 된 긴 연필도 있고, 머리띠, 머리 핀, 머리고무줄도 있고 아이스크림 껍데기서부터 자잘한 쓰레기도 있지만 거의 깨끗한 날도 많습니다.

 

오전이나 해거름이 내가 잘 이용하는 시간이지만
그 날은,
한 낮의 볕도 볕이지만 내가 늘 주차를 하곤 하던 구석자리가 비어 있지 않아서, 마당 한 가운데에 차를 세워놓고 급히 내리는데 뭔가가 발밑에서 반짝  하질 않겠습니까.팔아먹은 두 돈짜리 내 금 목걸이보다 더 묵직한 것이 한 닷 냥은 되지 싶은 18k 반지였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합니~
당근 가까운 파출소를 나는 안 갔고, 마트 직원한테 안 맡겼으며, 히히 웃으며 주머니에 넣고 집에 와서 자랑 했습니다.
오늘 나 비상금 주웠다고......

 

이모 둘, 외숙모, 일하는 아줌마, 나, 이렇게 양쪽으로 뺨치게 말 많은 전문가 흉내를 서로 내고, 손가락에다 걸쳐보고 마지막으로 막내 이모가 손에 끼고 하루 밤을 잤습니다.

그 다음날 반지를 달라니까, 이모가 자던 방 머리맡에 있을 거라고 했습니다.

없었습니다.
청소를 하는 아줌마가 그 방까지 청소를 다 끝냈으나 못 봤다고 했으며,
자다가 답답하여 분명히 머리맡에 빼놓았다는 이모의 말만 남았습니다.
둘의 말을 믿으면 그 반지는 그 자리에 있어야 되는데......


 

큐빅이 반짝반짝 앙증맞게 박혀 있던 닷 냥은 됐음직한 그 반지는 그렇게 사라졌습니다.
결국엔 내 것이 아니었던 거지만......
나는 아까워 죽습니다.

누구의 손을 타고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지는 모르나,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는 반지의 운명이고, 사람을 믿고 못 믿는 문제로 조금 괴로웠으나 그것도 흘려보냈습니다.

 

눈에 보이든 안보이든 믿을 놈이 하나도 없는 세상이라고 사람들이 말합니다.
서로를 믿고 산다는 게 힘든 세상이라니......

그래서 나는 이렇게 믿기로 했습니다.
내 것이 되기 싫어 간밤에 문지방을 넘고 계단을 내려가 문을 열고 유유히 어둔 길을 그 반지가 걸어갔다고......

 

진실은 서로의 가슴속에 꽁꽁 숨겨져 있고, 우리가 찾아야  할 건 아무것도 없고,
내가 만들어 믿고 살아야 할 세상이라면 왕 크고 아름답게 만들어 버리죠 뭐......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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