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울진"이라는 슬로건은 우리에게 귀에 익은 단골 메뉴이다. 최근 들어 각 지자체마다 연꽃단지 조성을 통한 관광객들의 볼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엄청난 투자를 하고 또한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언제 부터인가 연호공원은 사계절 내내 많은 볼거리를 우리에게 제공해 준다.
울진읍청년회2대회장 / 전종호
12월에서 이듬해 3월까지는 큰고니(백조, 천연기념물 제201호) 무리가 연호지와 왕피천에서 겨울을 나게 되면서 백색 군무의 웅장함과 철새 떼의 비상이 보는 이들을 즐겁게 해주고, 5월부터 10월까지는 뜬잎에서 선잎으로 이어지는 연의 푸르름과 홍련의 향기도 함께 어우러지고, 가을에는 홍련 단풍이 장관이다.
우리들은 살아 숨 쉬는 생태박물관을 시내 한복판에 그것도 자연적으로 얻은 셈이다.
최근의 일기(日氣)는 기상관측상의 기록을 갱신하고 기네스북에 오를 만큼 기이한 만휘군상(萬彙群象)이 난무한다. 흔히들 산업화로 인한 오존층 파괴가 지구 온난화 현상을 앞당기고 있다며 환경 단체들의 자성하는 목소리가 높다.
동해 바다가 지척인 옆자락에 위치한 연호정 푸른 송백(松柏)과, 새로이 단장한 연호공원의 아름다움, 하늘을 가득 담은 연호지는 지나가는 행인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데 그리 낯설지 않은 풍광이 되었다.
따라서 아름다운 연호공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연호공원의 현주소를 정확히 파악하고 관찰해서 원인을 해소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하겠다.
지난 몇 해 동안 연호지가 겪었던 일들을 기록한 연호일기 일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이른 봄부터 뜬잎을 띄워 선잎까지 올리느라 분주하던 연호의 홍연(紅蓮)도 일찌감치 풍년을 약속한 듯하였다.
울진읍 청년회 회원들의 마름제거 작업도 예정대로 적시에 투입되어 연 생육과 수질개선에 아주 큰 도움을 주었다. 7~8월의 따사로운 햇빛을 맘껏 받은 홍련은 화려하고도 은은한 꽃잎만 피우면 될 것을?
이것은 이루지 못할 우리의 희망사항이었던가? 100㎖도 채 안 되는 장마에 연호지는 힘없이 무너지기만 하였다. 어찌 어제 오늘 만의 일이던가? 기습폭우에 역류(易流)하는 황톳물은 연호지로 밀려들어 2m 가까이 커버린 연잎을 물속으로 수장(水藏)하여 버렸다.
이 모습은 처절하기까지 할 정도로 안타까운 현실이었다. 하루 지나 남대천 수위가 낮아지자 폭탄에 힘없이 무너진 건물더미가 쓰레기를 덮어쓴 채 괴물처럼 서 있듯, 연호지의 홍련도 같은 모습이다.
며칠 지나 또다시 똑같은 일들이 그대로 반복되었다. 봄부터 애써 심고 가꾼 일들은 공염불이다. 이제는 ‘YTN의 돌발 영상’감도 되지 못한다. 한마디로 ‘돌발 영상이 아니라 늘상 영상감’이 되어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수장 된지 4~5일이 지나면 기공이 꽉 막혀버린 연잎은 시들시들 검게 타버린다.
청년들은 군청 산림과의 소방호수차를 빌려 황톳빛 연잎을 물로 씻어도 보았지만 그렇게 기대 할 만큼 만족한 결과를 얻지 못하였다. 보름이 지나자 쨍쨍 내리쬐는 삼복더위에 완전히 말라버린 연잎은 연호를 시커멓게 뒤덮었다. 이것은 분명 인재(人災)다.
조금만 더 있으면 말 그대로 여름휴가 시즌이다. 시원한 동해 바닷가 해수욕장에는 전국에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관광 울진을 찾고 또한 머물다 갈 것이다.
그들에게 관광 울진의 볼거리를 만들어 주는 것 또한 우리가 해야 할 일인 셈이다.
이제는 연호지에 자동수문이라도 만들어 수위조절을 통한 홍련재배를 시도할 때가 도래한 것 같다. 이름도 울진 연호 인터체인지라고 명(名)할 만큼 울진의 제일 관문에 위치한 연호지를 살릴 방법을 우리는 정녕 모르고 있는가? 아니면 살릴 용기가 없는가? 아니면 재정이 없는가?
연꽃 없는 연호공원을 한번쯤 생각해보자. 몇 년 전 사석에서 연호정에 관한 토론을 하다가 누군가 한 말이 생각난다.
"연호는 우리 울진군민의 휴식처입니다. 사랑하고 아낍시다"라는 현수막을 보고, "연호가 무슨 울진읍의 휴식처이지 울진군의 휴식처란 말인가?"라고.
2014년 동계 올림픽이 과테말라에서 발표되던 날 우리 모두는 평창이 지명되기를 간절히 염원했다. 모두가 대한민국 국민이기 때문일 것이다.
연호공원을 사랑하고 아끼는 게 더욱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칠팔월 연호정을 찾는 모든 이에게 홍련 향을 듬뿍 나눠 주는 게 꿈만은 분명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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