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역 소금 어물 지고 춘양장은 언제 가노
대마 담배 콩을 지고 울진장을 언제 가노
반평생을 넘던 고개 이 고개를 넘는구나
서울 가는 선비들도 이 고개를 쉬어 넘고
오고 가는 원님들도 이 고개를 자고 넘네
꼬불꼬불 열두 고개 조물주도 야속하다
가노가노 언제 가노 열두 고개 언제 가노
(후렴)시그라기 우는 고개 내 고개를 언제 가노』
이 노래는 지역의 바지게꾼들과 관련되는 구전민요로서 북면 두천리에 사는 한 노인이 기억하고 있던 것을 채록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울진군에서 동서방향으로 내륙지방을 연결하는 옛길 12령을 넘어 봉화군을 오가면서 장사를 했던 보부상들의 바지게꾼 놀이가 ‘제31회 성류문화제’를 통해 내·외지 관람객들의 관심 속에 오랜만에 재연되었다.
성류문화제 이틀째 날인 9월 29일 개막식 식전공연으로 오후 6시 30분부터 1시간 가량 엑스포공원 주공연장에서 재연된「12령 바지게꾼 놀이」는 울진만의 독특한 문화자산으로서, 전문가들로부터 울진 고유의 정체성 확보는 물론, 브랜드화 할 수 있는 놀이가 될 것이라는 평가를 얻은 바 있다.
2007년 지방문화원 중심의 노인 참여 프로젝트인『땡땡땡 실버문화학교』사업으로써 울진문화원(원장 전인식)에서 추진해 온「12령 바지게꾼 놀이」재연은 30여명의 근남면 노인회 노인들이 각각의 배역을 맡아서 진행됐다.
흥부 장마당 출발→두천 주막 마당(멍석말이)→성황당 고사→고개 넘기→솥단지 밥 해먹기→고개 넘기→춘양장 도착→고개 넘기→주막 마당→고개 넘기→울진 도착 후 난장 등의 순으로 재연된 이날 행사는 근남면 노인 회원 20명과 풍물패 회원 10명 등 3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남태연(원남면)씨가 선소리꾼을 맡아서 전체적으로 놀이를 이끌어갔다.
‘선질꾼’, ‘선길꾼’, ‘등금쟁이’로도 불린 ‘바지게꾼’은 일제 강점기인 1911년부터 ‘조선회사령’, ‘시장규칙’ 등의 법령이 제정되면서 보부상이 점차 몰락한 이후에도 6.25전쟁을 전후한 시기까지 지속적으로 울진과 봉화 지역을 넘나들면서 장사를 했다.
이들은 주로 울진 지역에서 생산되는 미역과 어물 등을 가져가서 봉화 지역의 소천장, 춘양장, 내성장등에서 팔았고, 되돌아올 때는 그 지역에서 생산되는 곡물, 삼베, 담배 등을 사서 울진으로 지고 와서 팔고는 또 다시 같은 길을 떠나는 등짐장수 생활을 이어갔다.
울진 지역의 바지게꾼과 관련하여 북면 두천리에는 1995년 문화재 자료 제310호로 지정되어 있는 ‘울진내성행상불망비(蔚珍乃城行商不忘碑)’가 자리하고 있다.
인근 지역 주민들이 ‘선질꾼비’라고 부르는 ‘내성행상불망비’는 쉽게 보기 힘든 철비(鐵碑)로써 1890년경 울진과 봉화를 왕래하면서 물물교환으로 상행위를 하던 바지게꾼들이 그 당시 봉화 내성(乃城)에 살고 있던 그들 조직의 최고 지위격인 접장(接長)인 봉화사람 정한조(鄭韓祚)와 반수(班首)인 안동사람 권재만(權在萬)의 고마움을 기리고자 세운 것이다.
조선조 말기에 세워진 이 철비 2기는 일제 강점기의 ‘철재 동원령’ 때 땅속에 묻어 두었다가, 해방 후에 골기와를 얹어 비각을 세웠고, 1965년 대구에 살고 있는 후손이 찾아와서 동내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양기와로 비각을 보수했다.
1999년 세월이 흘러서 퇴락한 보호각을 신축한 울진군은 2006년 6월부터 11월까지 이 비석에 대한 보존처리 공사를 시행했다.
한편 울진문화원은 지난 2004년 ‘보부상 십이령 바지게꾼 놀이’의 자료 조사를 목적으로 안동대학교 박물관에 용역을 의뢰했었다.
안동대 박물관은 2004년 3월부터 1년 동안 선질꾼들이 십이령을 넘어서 오고가는 길목에 자리 잡은 북면 일대와 서면 일대의 13개 마을을 돌며 현지 주민들을 만나고 선질꾼과 관련한 십이령의 전설, 선질꾼 관련 민담, 선질꾼의 생활상들을 조사했다.
울진문화원 관계자는 향후에 예산이 확보되는 대로 바지게꾼들과 관련한 자료에 사진을 넉넉하게 곁들여서 단행본을 출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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