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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들이 이해하고 배려해주면 더 없이 감사하죠

  • 김석칠기자 기자
  • 입력 2007.11.2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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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전(門前)에서 문전까지 배달해주는 택배서비스는 우리들의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전화 한 통이면 편안하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특히 인터넷과 홈쇼핑이 일상화되고 보편화되면서 물량이 급격히 증가해 택배업에 참여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 우리 군에도 20여개의 각기 다른 택배지점이 영업을 하고 있다. 때로는 온라인상에 모 택배의 서비스가 불친절하다는 비난의 글이 올라와 해당 업체가 곤욕을 치루기도 한다. 
 

울진읍에서 4년째 택배 영업을 하고 있는 최상준(35세, 울진읍)씨로부터 택배에 얽힌 이야기들을 들었다.

 

친구의 권유와 울진에서 일자리를 찾던 중에 택배업을 시작

태어난 고향은 서면 왕피리입니다. 2남 3녀 중에서 막내인데 5살 때 근남면 수곡으로 이사를 와서 20여년을 살았습니다. 수곡초등학교와 제동중학교, 울진종합고등학교를 졸업했고요. 92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바로 충북 단양에 있는 구인사(천태종 본산)에 갔습니다. 고등학교 학창시절에 봉화사(울진읍 소재) 학생회 활동으로 인연을 맺게 됐는데, ‘입시공부를 할까, 취업(기술교육) 준비를 할까’ 고민하면서 한 달여 정도 있다가, 부산에 사는 형 집으로 가서 입시를 준비한다고 몇 개월 있다가 대학진학은 접고 울진으로 올라왔습니다. 
 

단기사병으로 근무하면서 그때 누나가 페인트대리점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일을 도우면서 군 복무를 마쳤습니다. 소집해제 후 가깝게 지내던 분 소개로 울진새마을금고에서 2년 정도 근무하였는데, IMF를 직면하기 전인 90년대 후반 우리나라의 금융시장이 개방된다는 소식에 구조조정을 하면서 자진해서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29살 때쯤에 일자리 추천을 받아 서울에서 2년 정도 생활했지만 피치 못할 사정으로 다시 울진에 내려오게 되었죠. 먼저 택배업을 시작한 친구의 권유도 있었고, 울진에서 할 일을 찾다가 택배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이야 택배업 전체의 사정이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닙니다만, 제가 시작할 무렵이 다소 늦은 감은 있었지만 택배업이 나름대로는 괜찮은 사업이었습니다. 그러나 매년 치솟는 유가(油價)와 택배업체들이 증가함에 따라 운송비가 떨어지는 등 사정이 나빠지고 있어요. 예를 들어 처음 시작할 무렵에는 하루 배송물량이 1백개 정도만 되어도 생활하는데 괜찮았는데, 지금은 150개 이상의 물건을 배송하여야 처음 시작할 무렵의 수익을 맞출 수 있습니다.

 

 

계절별로 물량의 차이가 많고, 명절 특수 때에는 ‘배달과의 전쟁’  
계절별로도 물량의 차이가 많이 납니다. 가을과 겨울철이 물량이 제일 많고 그 다음으로 봄, 오히려 여름철은 택배업의 비수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명절(추석과 설날)을 기해 며칠 전부터는 택배가 절정입니다. 하루 평균 물량의 2배 가까이 증가합니다. 배달을 해도 끝이 안보이고 밤 10시, 11시까지 배달해야 겨우 하루의 배달 물량을 마무리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밤 10시가 넘어서 배달하면 고객들의 시선이 불편합니다. 자고 있는 경우도 있다 보니 배달하기가 곤란하기도 하구요.
 

누가 늦은 시간까지 배달하고 싶겠습니까만, 물량이 엄청나게 많다 보니 배달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당일 날의 물량을 치고 나가야지 그러지 못하고 다음날로 미루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습니다. 명절 성수기에는 매일 물량이 그 정도는 되니까요. 그냥 해야 됩니다.  
 

고객들도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배달을 늦게 가더라도 대부분이 반갑게 맞아주시는데, 젊은 사람들일수록‘물건을 이 시간에 갔다 주면 어떻게 하냐’며 시간에 대한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입장만 너무 이해해달라고 하는 것 같지만 물량이 많을 때는 고객들이 이해해 줬으면 좋겠는데...


‘급하다. 내 물건 먼저 갔다 달라’ 미리 전화하기가 겁나...   
물건 때문에 고객들과 통화하면 99%가 ‘지금 당장 갔다 달라’고 합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예정된 시간을 알려주려고 해도 전화하기가 선뜻 내키지 않는 것도 사실입니다. 휴대폰 요금도 한 달 평균 10만원은 넘으니 적은 액수는 아닙니다. 그래서 배달하기 전 10분 전 쯤에 연락을 하죠. 그런데 어르신들은 전화한 순간부터 저희들이 도착할 때까지 밖에서 기다립니다. 이래저래 미리 전화하기가 난처합니다. 전화 통화를 통해 어디에 물건을 맡겨달라고 하는 사람은 그나마 좋은(?) 사람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어디에 몇 시까지 갖다 달라고 강요하기도 하고요.
 

또 자기물건이 급하다며 빨리 갔다달라고 생떼 비슷하게 쓰는 사람들이 있어요. 제 입장에서는 물건은 다 같거든요. 그리고 어디에서 시작해 어디를 거쳐야 최대한 빨리 물건을 전달할 수 있는 일정한 루트가 있는데 막무가내 식으로 나오면 답답합니다.
 

물건을 보낸 분들도 ‘왜 아직 물건이 안 들어갔나?’ 라고 따지듯이 물어오면 달리 답변할 말이 없어요. 도시의 물량이 우리 군보다 훨씬 더 많아 예정된 시간에 배송되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닌데, 이해와 배려를 바란다면 너무 지나친 것인지...

 


‘김장김치’는 무겁고 터질 위험이 있어 애로사항 많아, 겹겹이 포장해야  
시기별로 울진에서 타 지역으로 배송되는 물건의 종류는 일정합니다. 봄부터 초여름까지는 대게와 매실, 감자 등이 추석부터 늦가을까지는 송이, 오징어, 쌀, 고구마, 감, 김장김치 등이 겨울에는 대게가 주를 이룹니다.
 

그리고 여름휴가 시즌이 끝나면 휴대폰충전기와 옷가지 등의 물건이 많죠. 휴가를 왔다가 돌아가면서 깜박 잊었던 물건들이죠. 또 대학생들의 방학이 끝날 때쯤이면 이불가지와 옷, 컴퓨터를 담은 박스가 제법 되고요.
 

배송하는 물건 중에서 제일 애로사항이 많은 것이 ‘김장김치’입니다. 무게도 만만치 않지만 터질 위험이 늘 있거든요. 택배에서 받을 수 있는 물건의 무게가 30kg인데, 부모들 마음이라는 것이 조금이라도 더 보내고 싶어 하잖아요. 제 어머니 역시 무게에 아랑곳하지 않고 채울 수 있는 만큼 채워서 포장을 하니까 무게에 대해서는 십분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촌으로 자식들이 많은 집에 가면 몇 집만 다녀도 1톤 정도는 금방 채웁니다.
 

김치 역시 짐을 실을 때는 적재할 수밖에 없으므로, 포장하는 사람이 겉보기에는 튼튼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더 단단히 싸야 합니다. 즉 물건이 계속 움직인다고 생각하고 포장해야 됩니다. 김치는 비닐로 3~4번 싸는 것은 기본입니다. 하나의 물건이 배달되기까지 많게는 7번, 평균 5~6번 정도는 옮겨 싣습니다. 대충 묶으면 물건이 파손되거나 훼손될 위험이 많아지는 만큼 무식할(?) 정도로 꼭꼭 싸야합니다.  
 

만약 김치가 터지면 김치 값도 문제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같이 실려 있는 물건들이 오염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럴 때는 본사의 사고전담 처리반으로 신고를 하고 그쪽에서 조사를 통해 고객과 협상을 합니다. 가령 ‘얼마짜리 무슨 물건이냐’고 조사한 뒤, 물건이 훼손된 이유가 포장과 연관이 있다면 100% 환불은 어렵고 협상 금액을 절충합니다. 사고처리 과정이 마무리 될 때까지 평균 1~2달 정도 소요가 되는데, 피해를 본 사람들이 ‘보상금을 왜 빨리 안주냐?’고 불평하면서 빨리 안 되면 인터넷에 올린다고 협박(?)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한편 발렌타인데이나 화이트데이에는 선물용의 배송물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는데 예상외로 거의 없어요.
 

그리고 고마운 사람들은 힘들게 일하고 있는 우리들에게‘고맙다’는 한마디를 건네주시는데 감사하죠. 또 개인적인 친분으로 저에게 배송을 의뢰했는데, 물건이 파손되거나 훼손되면 정말 미안한데 그런데도 다시 절 찾아 물건을 맡겨주시니 고맙고요.    

 

 

 

택배업 종사자들도 고쳐야 할 점 많아, 실천으로 옮겨야 

택배업에 종사하고 있는 우리들도 고쳐야 할 부분이 많습니다. 방문 전에는 꼭 전화해야 되지만 시간과 물건에 쫓기다 보면 전화를 못하는 경우도 있고, 할아버지나 할머니가 전화를 받고 집 위치를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버릇없이 대하는 점도 고쳐나가야 합니다. 고객이 물건을 보내는 순간부터 도착할 때까지 자기물건처럼 아껴야 되는데 이것도 실천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친절해야 되지만 일이 힘들다는 이유로 그렇지 못한 점도 아쉽죠. 좁은 지역이다 보니 한두 다리 건너면 서로가 대부분이 아는 사람들이잖아요. 하나씩 조금씩 실천할 수 있는 것부터 행동으로 옮겨야겠죠.

 

배송물량의 60~70%는 의류, 지역에서 밖으로 나가는 물량보다 들어오는 물량이 몇 배는 돼 
배송하는 물건들은 홈쇼핑과 인터넷으로 구입한 의류(신발 포함)가 60~70%를 차지하고, 그다음으로 식품과 관련한 물건들이 많습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울진읍내 시장안의 문을 닫은 옷가게가 상당합니다. 제가 택배업을 시작하면서 거래를 했던 울진읍내의 옷가게가 지금은 반 이상이 문을 닫았습니다. 또 타 지역으로 나가는 물건보다는 우리 군으로 들어오는 물량이 훨씬 많은 것을 생각해보면 많은 돈이 지역에서 유통되는 것이 아니고 상당부분이 외부로 빠져나간다고 추측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울진군 전역을 살펴봐도 운송비를 할인해 줄 수 있는 곳이 한 곳도 없습니다. 

할인을 하기 위해서는 한 달에 몇 백건의 물량이 꾸준히 있어야 하고, 저희 영업소가 본사와 협의 후 승인이 떨어져야 가능한테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는 곳이 하나도 없다는 것도 울진의 열악한 지역경제를 나타내는 하나의 지표가 아닐까요. 인근의 영덕군은 과일로 1년은 아니더라도 수개월씩 계약을 통해 운송비를 할인받는 곳도 있거든요.
  
앞으로 어떻게 살겠다고 하는 인생의 계획이 계획대로야 되겠습니까만, 지난 4년 동안이 택배를 하면서 삶을 배웠다면 이제부터라도 고객들에게 불친절했던 부족한 부분들을 메워나가야 되겠죠. 고객이 있어야 저희들이 있는 것이니까요.  
 

고객들이 무게를 조금만 줄여서 싸주고, 포장을 튼튼히 해주고, 자기 물건만 우선적으로 고집하지 않고, 배송시간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저희들의 입장을 헤아려 주는 고객과 저희들이 상부상조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집니다. 저도 조금씩 개선해 나가면 차츰 나아지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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