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수능시험 때가 되면 지역출신의 학생들은 울진에서 시험을 볼 수가 없는 관계로 시험을 보기 위해 항상 인근 도시인 포항으로 이동해야 한다.
시험이 다가올수록 수험생들을 압박하는 심리적 부담감은 절정에 이른다. 그리고 이때가 되면 교육전문가들은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시험전날과 시험당일의 컨디션 조절이 중요하다고 여러 가지 조언과 충고를 아끼지 않는다.
정신적·육체적으로 최고로 예민(銳敏)해진 시험 전날 우리 군의 수험생들은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아야 한다. 왜냐하면 포항에 마련된 고사장으로 이동해야 하며, 시험 전날 예비소집이 있기 때문에 항상 하루 전에 내려가게 된다. 그래서 지역의 학생들은 시험 준비를 위한 최종 마무리 정리가 아니라, 전혀 다른 환경에 적응 아닌 적응을 하기 위해 또 다른 싸움을 해야 한다. 불면증에 시달리는 학생, 두통을 호소하는 학생,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고생하는 학생, 여관에 비치된 낯 뜨거운 성인용품으로 인한 스트레스 등 정작 시험을 위해 쏟아 부어야할 시간과 에너지들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전혀 엉뚱한 곳으로 소진되어 버린다.
이런 사유들이 ‘시험 성적에 몇 점의 하락을 가져 왔다’라는 구체적인 증거는 없다. 그러나 시험에 만전을 기해도 심적으로 부담감이 가는 형국에 다른 곳에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큰 손실인지는 자명하고, 불과 몇 점 차이로 당락(當落)이 결정된다고 했을 경우에는 심각하게 고민되어야 할 부분이다.
울진에서 공부하고 낯선 환경에서 시험을 치러야하는 지역의 사정도 군의 유능한 학생들이 타 지역으로 유학을 가게 되는 하나의 동기로 일정부분 작용했을 것이다.
그동안 단지 거리가 멀고 교통이 불편하여 시험지 유출의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로 고사장을 마련해 주지 않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그리고 시험지구로 결정된다면 추가로 늘어날 경비문제 등도 우리 군이 고사장으로 지정되지 못한 이유로 덧붙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학생들이 시험을 치루기 위해 1박 2일간 소요하는 최소 비용이 5만원 정도임을 감안할 때, 매년 학생들이 수능시험을 치르기 위해 지출한 경비가 시험장 신설로 소요될 비용들을 감당하고도 남겠다는 지적도 우스갯소리로 넘길 부분은 아니다.
시험지구로 확정되어 지역의 학생들이 지역에서 시험을 친다고 해서 성적이 갑작스레 향상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에게 울진이 오지가 아니라 타 지역의 학생들과 동등한 권리를 누리고 있다는 자신감(?)은 심어줄 수 있다.
청소년들이 지역의 미래라고 상투적으로만 얘기할 것이 아니라,‘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의 눈높이를 높고 멀리서만 잡을 필요 없다. 어쩌면 시험 전날 두 다리를 쭉 펴고 누워 마음을 가다듬으며 편한 마음으로 시험장에 갈 수 있는 것이 지역의 학생들이 소망하는 꿈인지도 모른다.
10년 넘게 졸린 눈을 비벼가며 찬물로 세수하고, 더위와 추위에 시달리고 끊임없는 부모님의 잔소리와 학원을 전전하며 본인이 선택한 학과와 학교를 가기 위해 몸부림치는 학생들에게 자신감을 심어주자.
시험지구의 결정이 우리 지역에 거주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작지만, 한편으론 의미 있고 가장 큰 선물일 수 있다.
우리 모두의 뜻을 모은 발 빠른 대응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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