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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로 인해 한사람이라도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면 만족합니다”

  • 김석칠기자 기자
  • 입력 2007.12.26 1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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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죽변면 사회복지사 김덕일씨

사회복지는 모든 사회 성원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자기실현을 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책임을 지며, 복지 대상과 직접 일하거나 사회제도적 개선과 관련된 제반 활동에 적극 개입한다. 복지 대상자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삼으며, 복지 대상자가 자기 결정권을 최대한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다.[사회복지사 윤리 강령 中에서]  
 

1987년 49명으로 시작한 사회복지전담공무원제도는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여 전국에는 1만여명의 공무원들이 현장을 뛰고 있으며, 우리 군에서도 40여명의 사회복지전담 공무원들이 본청과 각 읍·면사무소에서 많은 업무량과 씨름하고 있다. 
 

이번 호의 주인공은 죽변면사무소에 근무하는 김덕일(35세) 사회복지사다. 11월 26일 업무시간이 지난 저녁에 사회복지 업무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었다.  
          

‘과연 지금하고 있는 이 일이 평생에 걸쳐서 내가 해야 될 일인가...  열정을 가지고 일하고 싶다’ 

안동시 남후면이 고향입니다. 대학에서는 전산처리 분야를 전공하여 졸업 후 구미시의 중소기업에서 cad와 cam을 이용한 설계파트에서 일을 했어요. 그러다가 IMF 사태에 직면하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1년 반 정도를 공무원시험 준비를 했는데, 합격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 후 기아자동차에 입사하여 기아자동차 화성공장에서 일반사무 업무를 5년 6개월 정도 했습니다. 근무하면서 2,3년이 지난 서른이 되던 무렵부터 ‘앞으로의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과 고민들을 하게 되었어요. 회사일도 나름대로는 적응을 했지만, ‘과연 지금 하고 있는 이일이 평생에 걸쳐서 내가 해야 될 일인가’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거든요. 또 퇴근 후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깝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회사에 계속 근무하면 과장, 부서장의 직위에 머무를 수밖에 없는 현실적인 답답함도 있었어요. 이러다보니 일에 대한 열정이 많이 식어버리고 생기지가 않더라고요. 그렇다고 뚜렷하게 ‘하고 싶다는 뭔가’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대학 때부터 전공한 전산분야를 할 것인지, 다른 분야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하게 되더라고요. 그때 선택하는데 있어 큰 작용을 한 것이 ‘열정을 가지고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또 회사를 그만두더라도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었고요.  

 

여러 가지 생각들이 들었고 이래저래 알아보기도 했고요. 그리고 당시 친구가 사회복지사를 하고 있었는데, 사회복지 업무라는 것이 상담은 기본적으로 해야 하고, 어려운 사람들의 가려운 부분을 찾아 긁어줘야 하고, 정책적·행정적으로도 할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제가 어릴 때부터 동네의 노인분들이 칭찬을 많이 해주기도 하였고, 집에 아이들이 놀러오면 가기 싫어할 정도로 아이들을 좋아했거든요. 사회복지라는 일이 나하고 맞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2005년 4월 사회복지사 1급 취득, 2006년 1월 2일 죽변면사무소 첫 발령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정(情)을 느끼며 일하고파’ 

그래서 회사에 다니면서 앞날을 준비하자는 차원에서 사회복지사에 대해 공부를 하여 2005년 4월에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을 취득했고, 그해에 공무원 시험에 합격해서 2005년 12월 31일자로 회사를 그만두고, 2006년 1월 2일자로 죽변면사무소로 첫 발령을 받게 되었습니다. 관심이 이쪽으로 정해지고 ‘해야 되고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사회복지를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고 싶어서 2005년에 대학원에 진학을 했습니다. 

 

아버지(김승년, 70세)가 제가 이일로 전향하는 것에 반대를 하기 보다는 만류를 많이 했습니다. 아버지 나름대로 사회복지사에 대해 연봉과 해야 할 일 등에 대해 알아보시기도 했는가 보더라고요. 기아자동차 다닐 때의 연봉이 제가 초임 사회복지사로 받게 되는 연봉의 2배는 되었거든요. 

 

또 부서장님도 제 나이와 결혼을 하고 나서 생계를 고려했을 때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라고 설득을 하기도 했고요. 부서장님이 일에 대한 배려를 해 줄 테니 재고해보라고 당부도 하셨죠. 한편으론, 사실 대학에서 전산을 전공한 것도 저의 주관이 별로 없었습니다. 당시 컴퓨터 관련분야가 조명을 받았고 나도 덩달아 밀려들어간 거나 마찬가지였거든요. 

 

그러니 열정이 생기지 않은 것도 어쩌면 당연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회사의 사무라는 것이 한없이 무미건조합니다. 저는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재미와 정(情)을 느끼면서 일을 하고 싶었죠. 사회복지관련 일에 대한 뚜렷한 목표가 생겼기 때문에 내가 가고 싶은 길을 조금 더 일찍 간다는 다짐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이 일로 접어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민생활지원과 국민기초생활보장업무 등 사회복지에 관한 전반적 업무 다뤄, 대상자 선정시 개선되어야 할 맹점(盲點)으로는 ‘소득조사’ 부분

죽변면사무소에서 제가 맡고 있는 사회복지업무는 주민생활지원과 국민기초생활보장업무, 긴급지원업무 등을 주로 맡고 있습니다만 사회복지에 관한 전반적인 업무 전체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상담을 하러 오시는 주민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호소하는 경우가 제일 많습니다. 

 

한편 사회복지 대상자를 선정하는데 있어 개선되어야 할 맹점(盲點)으로는 ‘소득조사’ 부분에 있습니다. 월급은 받는 사람들은 소득이 명확하게 드러나지만 자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소득을 신고하지 않으면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문제점이 있어요. 결국 소득 신고한 것을 바탕으로 지원자 기준을 선정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습니다.  

 

법적 기준에 의해서는 지원이 되지 않는 사람들 중에서도 정말 상황이 좋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요. 부양의무자(아들, 딸, 사위, 며느리)가 있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필요한데 제도적 장치로는 지원할 수 없어요. 사정이 정말 딱한 사람들이지만 개인적으로 해주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분들은 군청 주민생활지원과 서비스연계팀을 통해 반찬이나 청소, 목욕봉사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또한 할아버지가 거동이 불편하고 할머니가 뇌병변으로 몸을 움직일 수 없지만 부양의무자가 있어 다행이라면 다행이지만 차상위 계층으로 의료급여의 혜택을 받게 된 경우도 있고요. 이래저래 사정이 딱한 분들이 많지만 제도적 기준에 의해 지원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있어도 현 제도에서는 불가능하니 안타까울 따름이죠.
   

‘마음의 여유, 베풂의 여유’를 가졌으면... 

정기적인 수급자 조사를 통해 지원 대상이었던 사람이 만약 지원에서 제외되면 살풍경(?)이 벌어지곤 했어요. ‘밤길을 조심하라’는 등 으름장과 협박을 하는 사람도 있었고 멱살도 잡히고 욕도 많이 먹기도 했죠. 그래서 처음에는 겁도 많이 먹었던 것도 사실이고요.  

 

또 이런 사람들은 화가 잔뜩 나서 면사무소로 찾아오면 저의 설명을 듣지도 않고 이해하려고도 하지 않아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업무적인 스트레스와 저 스스로의 체력적인 한계로 인해 지치고 힘들어서 내면과 외면을 가꾸는 자기관리가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자기방식만이 아닌 수용할 수 있는 마음가짐(여유)을 가지고 베풀어 보는 즉 ‘마음의 여유, 베풂의 여유’를 가져 봤으면 좋겠는데 현실적으로 그런 사람들에게는 너무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복지병’이라는 말이 있어요. 쉽게 말하면 ‘받는 데만 익숙한 것’을 말합니다. 지원대상자로 선정하는 것은 일시적인 도움을 통해 정상적으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인데, 대부분의 수급대상자는 그 자리에 머물러 회복을 안하려고 하는 경향이 많습니다. 노동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자립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죽변면 같은 경우는 현재 470가구 8백여명이 기초생활수급 대상자입니다. 수급자는 신청을 받아서 하는 경우와 각 동리의 이장님과 주위사람들의 추천, 직접 방문을 통해 대상자를 파악하는데 ‘본인동의’가 절대적으로 있어야 가능합니다. 파악된 사람들은 초기상담을 작성하여 주민생활지원과로 올리면 군의 통합조사를 통해 최종적인 결정이 내려지게 됩니다.    

 

주민생활지원과가 신설되면서 각 읍·면사무소에 ‘복지상담실’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외부와 차단되어 비밀스런 개인적인 사정들을 좀 더 허심탄회하게 들을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어 하루 평균 10~15건 정도의 상담이 이뤄집니다. 상담내용의 절반 이상이 경제적지원에 대한 요청이고 20~30%가 의료혜택에 대한 문의가 주를 이룹니다. 일자리에 대한 문의는 고용지원센터로 연계하기도 하고요.
 
‘저로 인해 한사람이라도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면 만족합니다’ 

지원 대상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고, 할머니들이 ‘아들 같다, 손자 같다’고 하시면서 손잡아주고 친근함을 표시해주면 힘들었던 일들을 잠시 접으며 보람을 느낍니다. 석사과정을 마치면서 논문에‘제가 있음으로 인해 한사람이라도 더 나아지고 행복해지면 만족한다’고 다짐을 했었습니다. 1급 시각장애자이신 할머니 한 분이 계시는데 청각이 엄청나게 예민하세요. 항상 문을 잠그고 생활하시는데 이젠 제 목소리를 듣고 누군지 바로 알고 문을 열어줍니다. 할머니가 그만큼 저를 믿어 주는 것이죠. 이를 때면 제가 하고 있는 이 일에 대한 보람이 배가됩니다. 할머니들이 많이 배려해주시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정(情)을 많이 느끼고 더 잘해야지 하고 마음을 가다듬기도 하고요.    

 

한편으로 장날에는 할머니들이 상담을 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면 가슴이 답답해 옵니다. 몸은 하나인데 해야 할 것은 끝이 없는 것 같고... 상담하기 위해 줄을 선 사람들이 ‘우리가족’이라고 생각했을 때, 함부로 대하면 기분이 상하는 것처럼 상담을 정감 있게 하고 싶지만 역시나 스스로의 한계에 부딪힙니다. 
   

울진은 유난히 정(情)이 많아, 대낮에도 술에 취한 사람들 때문에 어리둥절하기도
우리나라 어디를 가든지 시골은 정이 있지만, 울진은 정이 더 많은 것 같아 시골 정감이 좋습니다. 한편으로 바닷가 특색인지 모르겠지만 대낮에도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아 어리둥절하기도 했습니다.  

 

울진이 무엇보다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는 교통문제인 것 같아요. 울진을 ‘육지의 섬’이라고도 하더군요. 대학원 다닐때 1년 반을 36번 국도를 이용해 경기도로 다녔는데, 새벽으로 운전하면서 ‘이정도인 줄은 몰랐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이전의 직장 동료들이 휴가철에 8~9시간 가까이 걸려 놀러왔다 간 적이 있었는데, 가면서 하는 말이 ‘여기에 어떻게 사느냐’고 너스레를 떨더군요. 교통이 어렵다보니 자연적으로 문화·경제적인 혜택도 어려워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울진은 이미 초고령 사회, 경로당에 대해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이 있어야   
울진은 이미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노인이 인구의 20%이상 차지)로 접어들었습니다. 시골로 다니면 노인분들이 가장 쉽게 접근하고 이용하는 곳이 경로당인데, 정작 경로당에는 아무런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화투나 바둑, 장기를 두는 것이 전부입니다. 욕구조사를 한 적이 있는데 용돈마련을 할 수 있는 일거리와 방문간호 서비스, 웃음치료, 한글교육, 건강 체조들이 필요하고 경로당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기를 희망합니다. 노인분들이 여가라는 것을 모르고 살아 오셨지만 노후를 재미있게 보낼 수 있도록 체계적인 틀이 필요할 것입니다. 

 

‘찾아가는 복지’가 맞고, 또 그렇게 하고 싶지만, 실상은 면사무소로 상담을 하러 오는 사람도 때로는 감당이 안되죠. 그리고 각종 행정 업무를 처리해야 하니 현실은 너무 어렵습니다. 동기 중에는 하루의 업무시간을 마치거나 주말을 이용해 상담을 하기도 합니다. 

 

제가 좀 더 신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해서 주위 분들이 행복해질 수 있기를 바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스스로도 충분하고 깊은 역량을 키워야 되겠죠. 공부에 대한 욕심도 있고, 편안한 감을 맛볼 수 있도록 계속 노력 개발해야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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