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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면신경 마비

  • 김종헌 원장
  • 입력 2008.02.13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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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개원한지 몇 개월 지났을 때 20대 초반의 여성이 심각한 모습으로 진료실에 들어와서 얼마동안 말을 하지 못하고 눈물만 흘리고 앉아 있었다.
사연인즉, 결혼을 1주일정도 앞두고 신경을 과다하게 쓰다 보니 어느 날 갑자기 입술 주위의 감각이 이상하고 말을 하거나 웃을 때 입이 돌아간다는 것이었다. 바로 안면신경마비 증세가 온 것이다. 결국 치료가 덜된 상태에서 결혼을 하게 되었는데 이 환자는 지금까지 진료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 중의 한 사람이다.

 

안면신경마비는 한방에서 구안와사, 와사풍이라고 하는데 병명이 시사하듯이 입과 얼굴, 눈이 그 관계된 신경의 마비로 인하여 어느 날 갑자기 양치질할 때 물이 흐르고 밥을 먹을 때 밥알이 튀어나오고 얼굴 한쪽이 마비가 되며 눈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태로 안면의 변형을 가져온다.
따라서 마비되지 않은 정상 얼굴 쪽으로 입이 당겨 올라가며, 마비된 쪽의 이마에 주름살도 생기지 않고, 눈물이 나고 눈을 제대로 감을 수 없기 때문에 결막염과 각막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또 언어장애를 일으키기도 하고 휘파람 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으며 미각장애도 초래한다. 가끔 마비 하루 이틀 전에 귀 뒤에 통증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안면신경마비의 전조증으로 볼 수 있다.

 

안면신경마비의 원인은 현대 의학적으로 정확히 밝혀져 있지 않으며, 다만 종류에 따라 원인을 대략 중추성(대뇌와 뇌간사이에 있는 안면신경 핵의 장애)과 말초성(안면신경 핵을 포함한 말초의 장애)마비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중추성 안면신경마비는 뇌출혈, 뇌경색, 뇌종양 등에 의해 생기며, 안면 하반부의 마비만으로 그치므로 입이 많이 돌아가지는 않으나 치료가 매우 까다롭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대부분 찬곳에 장시간 노출되어 일어나는 원인 불명의 벨 마비(Bell's Palsy)이며, 그 밖에 외상, 종양 등으로 비롯되는 바이러스성 류마티스성과 급만성 중이염, 치과질환 등이 있다.

 

이중 가장 큰 원인은 원인이 될 만한 질병이나 외상없이 오는 벨 마비이며 20~30대의 젊은 연령에서 더 많이 발생하며 성별의 차이는 없으나 임산부에서 다소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면신경마비의 발생 기전으로는 알레르기설, 바이러스설, 염증설, 혈관 경련으로 인한 혈액 순환장애설 등이 있으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고 있다. 바이러스가 안면신경을 침범한 경우에는 감기 증상이 있었다가 귀 뒷부분이 아파 오면서 며칠 뒤에 안면마비가 발생하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안면신경마비를 구안와사 혹은 와사풍이라고 하는데 원인은 주로 풍(風)기운이 몸에 들어오거나 안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보는데, 여기서 말한 풍이란 우리가 흔히 중풍이라고 하는 개념의 풍에 포함시킬 수 있으나 중풍의 경우에는 몸의 경맥(經脈)과 내부 장기에 직접적으로 침입하여 위험한 질환을 일으키지만, 구안와사의 경우에는 인체의 표면 쪽에 퍼져있는 혈맥으로 풍이 침입한 것이다. 즉, 안면신경마비는 중풍(뇌졸중)이 발생했을 때 다른 증세와 함께 나타날 수 있지만 그 자체가 중풍은 아닌 것이다.

 

중풍으로 인한 안면신경마비는 말초성으로 오는 안면신경마비보다 치료가 훨씬 까다로우며 눈 아래의 안면근육은 마비되어 입도 돌아가고 침도 흐르고 식사 때 불편하지만 눈 위의 안면근육은 정상이어서 이마에 주름이 생긴다는 특징이 있으므로 말초성과는 구별할 수가 있다.

 

안면신경마비의 치료는 발병 초기의 치료가 매우 중요하며 발병후 1~2주 까지는 치료중이라도 마비가 더욱 진행될 수 있으나, 이 급성기가 지나고 나면 평균 1개월 정도의 치료로 90%정도의 환자들이 정상으로 돌아온다. 그러나 몇몇 환자의 경우에는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는 치료 속도가 떨어지고 후유증이 남을 수도 있으나 6개월까지는 치료할 수 있다.

 

또 환자는 눈을 감기 힘들기 때문에 눈에 비눗물이 들어가 결막염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가급적 얼굴을 씻을 때 비누의 사용을 금하는 것이 좋으며 하루 몇 번씩 얼굴을 따뜻하게 찜질을 해주는 것이 도움이 되고, 안대를 해서 눈을 보호하는 것이 좋다.  

 

얼굴에 혹이 만져지는 경우나 다른 신경증상(반신마비, 시력과 청력감퇴, 어지럼증, 보행 장애 등)이 있고 통증이 심해질 경우나 고열이 날 경우, 마비증상이 반복적으로 재발할 경우 등의 합병증이 보이면 전문가의 정확한 진찰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안면신경마비환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보면서 초조해 하거나 불안해하는데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예후가 좋으므로 조급한 마음을 버리고 여유 있는 마음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한방에서의 치료는 침구치료와 약물치료, 추나요법 등으로 치료한다. 꾸준히 침을 맞아서 굳어진 안면의 신경을 풀어주고 순환을 도와주며 추나요법으로 목과 머리의 근육을 풀어주고 한약으로는 초기에는 풍(風)기운을 몰아내고 열을 식혀주는 약을 쓰고 중기부터는 허약해진 기운을 보강하는 약물을 사용하면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러가지 원인에 의하여 어린이에서부터 노인에까지 모든 사람에게 올 수 있는 안면신경마비는 치료시기가 너무 늦어서 완치가 안 되거나 안면경련 등 후유증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초기에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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