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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최초, 불영사(佛影寺)에서『국기(國忌)』발견

  • 이명동기자 기자
  • 입력 2008.03.20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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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선시대 왕과 왕비의 기일(忌日)을 기록한 나무 현판

불영사(佛影寺)에서 새로 발견된 국기(國忌), 17세기 중반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국기는 조선 태조(太祖康獻大王, 1392∼1398 재위)부터 효종(孝宗, 1649∼1659 재위)에 이르기까지의 왕과 왕비의 기일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

 

천년 고찰 천축산(天竺山) 불영사에서 조선시대 왕과 왕후의 제삿날을 기록한 국기(國忌)가 새로 발견되어 큰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 ‘국기’는 울진 지역에서는 처음 발견되는 것으로써, 조선시대에 불영사에서 행해졌던 각종 불교의식을 연구하고 이해하는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 태조(太祖康獻大王, 1392∼1398 재위)부터 효종(孝宗, 1649∼1659 재위)에 이르기까지의 왕과 왕비의 기일을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는 이 ‘국기’는, 왼쪽 끝부분에 조선 18대 왕인 현종(顯宗, 1659~1674 재위)대왕의 이름을 기록하고 있으면서도 기일을 기록하지 않고 있는 점으로 미뤄볼 때 현종 또는 숙종(肅宗, 1674∼1720 재위) 재위 기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불영사 의상전((義湘殿), 이 건물은 1867년 당초 인현왕후원당(仁顯王后願堂 )으로 지어졌다

 

특히 이것은 ‘불영사 사적비’의 ‘강원도 울진군 천축산 불영사 사적비기’의 전설 및 수년전에 ‘의상전(義湘殿)’을 수리하던 도중에 발견된 ‘인현왕후원당 상량문(仁顯王后願堂 上樑文)’의 기록으로 밝혀진 인현왕후(仁顯王后)와 불영사와의 인연과 어떤 식의 관계가 성립될 수 있을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하게 한다.
 

‘인현왕후원당 상량문’은「대저 사찰의 사적(史蹟)이란 것은 일 좋아하는 사람들이 가져가고 나면 물어서 고찰할 데가 없어, 연도를 추측해 따지려고 하면, 이러니저러니 하여 억측으로 헤아릴 수 없다. 신민(臣民)들의 도리에 있어서는 어찌 이만저만 황송하지 않겠는가! 불교(禪道)에 대하여 혹자들은 임금의 교화(통치영역) 밖에 있다라고도 하지만, 우리 동방에 살면서 꾸물거리는 생령들은 모두 우리 성군(聖君)의 은혜를 받은 백성들 중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성은(聖恩)을 갚고자 하면 수미산을 다 돌아도 끝이 없을 것이다. 다행히 예로부터 전해오던 말들을 모아 전하건대, 본사의 산천초목과 스님들이 두루 왕후(聖后, 인현왕후)의 은덕을 입어서 지금까지 지탱해 오고 있다고 한다. 마음속에 그리워 한 것이 몇 년이나 되었으며 조바심을 낸 것이 얼마간이겠는가! 이에 감히 좋은 해 좋은 달 좋은 날을 택일하여 절의 서쪽 깨끗한 곳에 원당을 건축하고, 억만년동안이나 성덕(聖德)이 무강하고 국가가 평안하기를 봉축한다. 대청 동치 6년 정묘 4월 26일 주지 신하 승려 유찰은 머리를 조아리고 죄송한 마음으로 삼가 쓴다. (번역 윤대웅)」라고 기록하고 있고, 그 아래로는 당시 인현왕후원당 건축공사에 참여했던 스님들과 작업자들의 이름이 쓰여 있다.
 

인현왕후(仁顯王后)와 불영사의 인연이 기록되어 있는
불영사사적비(佛影寺事蹟碑), 사찰 입구 오른쪽에 위치하고 있다
그리고 인현왕후와 관련하여 1933년에 건립된 ‘불영사 사적비’의 ‘강원도 울진군 천축산 불영사 사적비기’에는 인현왕후에 얽힌 전설로「......숙종대왕이 총애하는 궁희(장희빈) 때문에 왕비(인현왕후)가 폐출되자 왕비가 자결하려고 하였으나, 꿈에 한 승이 고하기를 저는 불영사에서 왔으며 내일 좋은 상서로운 것이 있겠으니 염려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과연 이튿날 궁희가 꾸민 사건이 발각되어 죄를 받고 왕비는 환궁하게 되는 까닭에 불영사에 사방 10리 정도의 산을 하사하고 네 곳에 표지를 하여 불은에 사례하였다고 한다......(번역 윤대웅)」라고 기록하고 있다.

 

인현왕후는 조선 19대 왕인 숙종(肅宗, 1661~1720)의 계비로써 숙종 7년(1681년)에 왕비가 되었으나 장희빈의 농간으로 인해 폐위되었다가 복위되었으나, 1701년 8월에 원인모를 질병으로 죽게 된다.
 

이번에 불영사에서 발견된 ‘국기’에서 왕의 이름이 숙종의 아버지인 현종까지 기록되어 있는 점으로 미뤄볼 때 불영사에 큰 재산을 하사했던 숙종의 계비 인현왕후와 어떤 식의 관계가 있었는지, 아니면 그것과는 무관하게 ‘국기’가 제작되었는지를 밝혀내는 일은 향후 이와 관련한 연구를 진행할 사학자들의 몫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절대왕권을 행사했던 조선시대에 왕 또는 왕비의 기일(忌日)에는 전국적으로 노래와 춤은 물론이고 지방 관료들은 공무를 일체 보지 않았고 죄인들에게는 형벌(刑罰)도 주지 않았으며, 심지어 푸줏간에서의 도살(屠殺) 행위조차 일체 금지되었다.
 

또 이날 궁중에서는 국기제(國忌祭)가 거행되었고 왕의 능침(陵寢)을 참배(參拜)하는 의식이 실시되었으며, 국기는 예조(禮曹)의 계제사(稽制司)에서 맡아 수행했다.
 

인현왕후원당 상량문(仁顯王后願堂 上樑文)의 속지

인현왕후원당 상량문(仁顯王后願堂 上樑文)의 표지
특히 이번에 발견된 ‘국기’는 사찰인 불영사에서 전해 내려오던 것으로써, 조선시대에 불영사에서 행해진 법회의 한 종류인 재회(齎會)의 불교 의식 행위를 엿볼 수 있는 유물로써 그 중요성을 더하고 있다.
 

현재 안동시에 위치한 유교문화박물관에는 우계이씨 종택에서 기증한 91.8cm×34.8cm 크기의 나무로 만든‘국기안’이 전시되어 있고, 안동시 도산면에  위치한 도산서원 내의 보물 210호로 지정되어 있는 전교당(典敎堂) 안에도 ‘국기’가 게첩 되어 있어, 조선시대 사대부가와 유생들의 엄격한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
 

또 삼척시 근덕면 궁촌리 영은사(靈隱寺)에도 조선시대 태조에서 정조까지의 역대 왕들과 왕비들의 기일을 기록한 ‘국기’가 전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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