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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해읍 오곡리 농사꾼 김용선씨

  • 김석칠기자 기자
  • 입력 2008.05.28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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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뜻과 힘을 모아 경쟁력을 키워 노력한 만큼의 대가로 다 같이 잘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시나브로 농사철이다. 대지가 연녹의 잔치를 벌이며 기지개를 켜고 있다. 봄의 시작과 함께 농부들이 바빠지는 것은 당연하다. 자연의 순리와 섭리가 그러하듯 농부들도 자연에 발맞추기 위해 바삐 움직인다. 농기계의 힘찬 소리가 새벽을 깨운다. 자연으로부터 그들은 살아있음을 깨닫고 배운다.    

 

스물두번째의 주인공은 평해읍 오곡리에서 농업에 전념하고 있는 김용선(34세)씨다. 용선씨는 농촌에서 젊은이들이 생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는 일념으로 후배들의 귀감이 되기 위해 각오를 다진다고 말문을 열었다.


농업에 전념하겠다고 결심한 지가 벌써 10년 

지금 생활하고 있는 오곡2리가 고향이고, 월송초등학교와 평해중·공고(94년 졸업)를 다녔습니다. 고등학교 진학을 농고(農高)로 하고 싶었었는데, 당시 부모님이 반대해 공고로 진학하게 되었죠.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남습니다. 농고로 진학해서 농업에 관해 좀 더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되곤 하거든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울산으로 내려가 컨테이너를 만드는 회사에서 3년 정도 근무했죠. 그러다가 군복무 문제로 다시 고향에 올라오게 되었는데, 그때 농업에 전념하자고 마음을 다 잡았습니다. 24살부터 본격적으로 농업을 시작했다고 할 수 있으니 올해로 만 10년이 되어갑니다. 농업에 마음을 굳히게 되면서 하루 24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한 눈 팔지 않고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자신합니다. 

 

이웃들도 몇 해 전 용선씨가 평해읍에 소재하고 있는 비료공장에 다니면서도 출근하기 전 새벽시간과 퇴근 후의 시간에 트랙터를 몰고 밤늦게까지 논밭으로 일하러 다녔다며, 몸을 아끼지 않고 때로는 미련스러울(?) 정도로 농사일에 여념이 없다고 전해주었다. 그 덕택으로 용선씨는 현재 논 210마지기, 밭 60여마지기, 소 45두를 아버지(김종원, 64세)와 어머니(김봉순, 65세), 아내 손미경씨와 함께 일구어 나가고 있다.

 

고급 우(牛)로 키워 판로를 개척하면 승산 있다고 판단

미국과의 쇠고기 협상 타결로 축산 농가가 어수선하다는 소식이 연일 언론을 통해 전달되고 있죠. 지금으로서는 소를 키우는데 어려움이 많지만 소에 대한 투자를 늘릴 예정입니다. 축산분야의 기계화에 좀 더 투자를 확대해야 되거든요. 사료 값이 폭등하듯 워낙 많이 올라서 밭에는 주로 조사료로 이용하기 위한 호밀과 청보리를 경작합니다. 사료에 의존하면 비용부담이 너무 늘어나 감당하기가 벅차거든요. 사료를 덜 먹이는 대신 그만큼 부족분을 채우기 위해서는 제가 더 많이 움직여야 되겠죠. 

 

소 한 마리 한 마리를 고급우로 제대로 키워낸다면 50두가 500두 이상의 가치를 가질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울진이 소를 키우기에는 여건이 좋습니다. 무엇보다도 청정지역이라는 것이 장점이죠. 횡성한우처럼 브랜드화 하여 판로를 개척해 나가면 충분히 승산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 나이에 하지 않으면 너무 늦다는 생각 

한편으론 소에 대해서는 더 많이 배워야 되는데 제가 처한 현 상황이 몸을 다른 곳으로 움직일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일을 해도 그날 해야 할 일들을 마칠 수 없을 때가 많거든요. 시간이 어느 정도 있어야 체계적으로 공부를 할 수 있는데 핑계거리 같지만 쉽지가 않습니다. 다행히 아내가 농사에 관해 관심도 많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어 많은 힘을 덜 수가 있죠. 3년 전에 소 6마리로 시작을 하여 지금은 45두를 키우면서 어지간한 소의 병은 제 스스로 처리할 수 있지만 부족한 것도 사실이고요. 

 

집사람이 메모를 꼼꼼히 하는 편이니 앞으로는 소를 규모화하게 되면 아내의 도움이 필수적입니다. 제가 시간이 되지 않아 집사람을 안동대학교 축산분야에 진학시켜 배우게 하고 싶은데 여러 여건상 어려움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그래도 배워야 된다는 생각에는 변함없고 조만간에는 체계적인 공부를 시작해야 되겠죠.    

 

주위에서 미련스러울 정도로 일을 하고 있다고 평들을 내려주지만, 저는 지금 제 나이에 하지 않으면 너무 늦다는 생각입니다. 하나에만 전념하는 전문분야로 갈 것인지 아니면 경종을 함께하는 복합영농을 할 것인지도 결정을 내려야 하고요. 우리의 농촌현실을 보면 사정이 여의치 않습니다. 자기 자본으로 스스로 일어서는 것이 너무 힘듭니다. 한 해 동안 열심히 농사를 지어도 농기계를 사고 농자재를 구입하기 위해 대출한 돈을 갚고 나면 수중에는 얼마 남지도 않죠. 현실이 이러한데 농사를 짓는데 능률이 오르지 않는 게 당연한 것 아닙니까? 농사를 지으면서‘부채만 없어도 돈을 벌었다’고 우스갯소리를 하는데, 듣고 보면 충분히 동감할 수 있으니까요.   


스스로 힘을 모아 길을 만들고 찾아야 

한편 군에서 친환경농업 정책을 펼쳐나가면서 농민들에게 많은 지원이 있었습니다. 지원이 있었다면 뭔가가 만들어지고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생각하면 농민들이 책임감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가지게 됩니다. 군의 지원을 한편으로는 너무나 당연하듯이 받아들이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정부나 군의 지원도 지원이지만 농민 모두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또 지원이 있었으면 결실이 있어야 하는데 이렇다 할 내세울 수 있는 결실(농작물)이 없는 것 아닙니까? 자기가 직접 재배한 농산물에 대한 자부심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이 부족합니다. 일단 받고 보자는 식은 옳지 않고 앞으로 농업 전체를 생각했을 때도 승산이 없습니다. 만약 소를 100두 키우려면 그 만큼의 땀을 흘려야 하는데, 정부나 군에서 어느 정도의 보조가 나올까라는 생각과 기대를 바꿔야 합니다. 농민들이 살려면 스스로가 힘을 모아서 길을 만들고 찾아야 합니다. 이 땅을 일구어갈 후배 영농인들을 위해서 선배들이 때로는 그늘이 되고, 때론 바람막이가 되어 주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큰 애의 수술 자국 볼 때마다 마음은 무겁지만 오기로 더 이를 악물고 노력할 수 있어   

애가 3명 있는데, 제일 큰 애가(김은영, 6살) 3살이었을 때 심장수술을 하게 됐어요. 지금도 그렇지만 아마 앞으로도 제게는 계속 마음의 짐으로 남아 있을 겁니다. 심장수술을 서울에서 하게 되었는데, 그때가 한창 가을 추수철이었습니다. 제가 주로 논을 경작하는 곳이 오곡저수지를 지나면 여기에서 부르는 ‘물레방아골’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추수가 며칠만 늦어도 멧돼지들 때문에 수확이 거의 불가능하게 되다보니, 정작 큰 아이의 수술에는 아내와 저를 대신해 형이 올라갔습니다. 그때는 주위에서 손가락질을 많이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자기 자식의 큰 수술인데, 직접 가지 않고 추수를 하는 것이 좋게 보일 리가 없잖습니까. 제 나름대로 고민하고 했는데, 지금이야 애가 무탈하게 잘 자라고 있으니 괜찮습니다만 당시 제 마음이야 오죽했겠습니까. 항상 울고 싶었죠. 아빠로서 가끔은 제 자신이 짐승보다도 못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수술 자국을 보고 그러면 마음이 아프죠. 한편으로는 오기가 더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고 더 이를 악물고 노력할 수 있고요.


고추 3만여 포기 식재, 비닐 포복한 길이를 합하면 5km 가까이 돼     

고추를 올해는 3만 포기를 넘게 심었습니다. 종묘 값과 비닐, 품값으로 1백만원은 훌쩍 넘더군요. 지난해에도 약 2만 포기 정도를 심었는데, 심을 때 보다는 수확할 때쯤이면 밭에서 온 가족이 살다시피 합니다. 올해도 고추를 심고 비닐을 피복하는데 8일 정도가 걸렸습니다. 비닐로 피복한 길이만 해도 합하면 족히 5km는 될 겁니다. 작년에는 울산에 계시는 큰 형수가 고춧가루를 많이 팔아 주었고, 후포나 평해의 식당과 횟집에 팔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올해도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데 고춧가루의 가격이 너무 낮아지지 않을까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아버지는 고추 수확철에는 새벽 4시가 되면 밭으로 갔다가 해가 떨어지고 한참 있어야 집으로 오는데 올해도 상황은 여전하겠지요. 익은 고추를 따고 말리고 3달 동안은 고추와 씨름하느라 정신이 없을 겁니다.


뜻과 힘을 모아 경쟁력을 키워야 

못자리도 모판을 4천여개를 했는데, 젊은 영농인들의 모임인 4H 회원들이 서로 품앗이를 해서 그나마 수월하게 마칠 수가 있었습니다. 회원들이 날짜를 정해 돌아가면서 품앗이를 통해 정도 쌓고 결속도 다지면서 농사와 이런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할 수 있어 좋죠. 이제는 이런 방식으로 서로의 힘을 모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들의 힘을 모아 재정을 탄탄히 하고 농사와 축산에 대한 노하우를 서로 배워가는 것도, 우리가 살 수 있고 농촌을 튼튼히 할 수 있는 하나의 길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뜻과 힘을 모아 하나가 되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잖아요. 다른 나라와의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을 때마다 우리의 농촌 현실은 갈수록 악화되니까요.


지금은 한창 뿌리를 내리는 시기 

40대에는 기반을 완전히 잡고 후배들을 위해 길도 안내해주고 지역의 농업을 같이 이끌어 갈 수 있기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지금의 제 위치가 한창 뿌리를 내리는 시기라고 여겨집니다. 몇 년 후에는 수확을 해야 하는 시기가 오게 되겠죠. 저를 지켜보는 후배들이 있기에 더 더욱 노력하게 되고, 제가 노력한 만큼의 결실을 거둬야 후배들이 실망하지 않고 용기를 얻어 지역에서 또한 뿌리내려 살 수 있지 않겠습니까. 

 

4H 회원 중에는 저보다 더 어린 후배들도 여럿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젊음과 맨주먹으로 농업에 뛰어든 거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저도 앞으로 가야 할 길이 멀지만, 후배들의 여건이 제가 시작할 때보다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투자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투자하지 못하는 후배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미안하기도 하고 답답하죠. 후배들이 참고 견디며 돈도 농사도 미워하지 말고 열심히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일을 겁내서도 안 되고 부딪치고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힘든 과정은 누구나 거치잖습니까. 객지에서 2~3백만원의 월급을 받는 것 보다는 땅을 일구며 고향을 지켜가며 생활하는 것이 제가 생각하기에는 소중하고 의미 있다고 새기고 있습니다. 다 같이 잘 살 수 있도록 노력한 만큼의 대가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아들 2명(김광교, 김승교) 중에 한명이라도 농대(農大)까지 가서 농업에 대해 체계적으로 배워 제가 하는 이 일을 이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아내도 승낙은 했는데, 아이들이 자라서 제 생각에 동의해 줄지는 모르겠지만, 안한다고 하면 어쩔 수 없겠지요. 아내에게는 항상 고맙죠. 제가 무뚝뚝해서 표현하는데 서툴지만 사랑스럽고 누구보다도 소중한 사람입니다. 이 길로 성공하자며 서로 믿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용선씨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많은 것들에 대해 공감할 수 있었다. 지역이 활기가 넘치고 생기가 있기 위해서는 젊은이들이 이곳에서 생활할 수 있는 터전이 마련되어야 한다. 1차 산업이 주인 우리 지역의 상황을 고려할 때 농업이나 어업에서 활로를 찾아야 한다.    

 

농번기에는 새벽별을 보고 들로 향하며 해가 저문 저녁에 들어오는 것은 물론이요, 심지어는 한 밤중까지 일을 하는 것도 다반사라고 여기며 지낸다. 노력하는 만큼의 반대급부가 있어야 용기를 얻고 힘을 낼 수가 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상응하는 그 무엇을 얻을 수 없다면 맥이 빠질 수밖에 없다. 

 

‘농업은 생명산업이다’라는 문구처럼 그들이 자신감을 갖고 살 수 있도록 힘을 북돋워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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