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진의 상가와 상품을 애용해야 지역 경기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지역의 곳곳에서는 자신의 일에 충실하며 젊은 나이지만 묵묵히 그 자리에서 꽤 오랫동안 한 우물만 파고 있는 젊은이들을 만나곤 한다. 울진읍 읍내리에서 세탁소를 14년 넘게 운영해오고 있는 장만병(37세)씨도 그들 중의 한 사람이다.
만병씨는 주민들이 이웃의 가게와 상품을 애용해야 지역 경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단지 가격이 싸다는 이유 등으로 타 지역의 대형마트와 백화점을 이용하면 결국 피해는 우리 모두가 받게 되지 않을 까라며, 본인이 느끼는 지역경기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매형 일을 도우며 아르바이트 식으로 세탁업과 인연 맺어
2~3년 동안 부산에서 생활한 것을 제외하면 울진에서 줄곧 생활해 왔습니다. 울진초등과 울진중, 울진고등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군복무도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해인 92년에 단기사병으로 입대해 마쳤습니다. 당시(단기사병 시절) 매형이 세탁소를 하고 계셨는데 아르바이트 식으로 이 일을 처음 접하게 되었어요. 한 달에 2~30만원의 용돈을 받으면서 일을 배웠습니다. 세탁업을 하려고 배운 다기 보다는 그저 매형 일을 도와준다는 생각이었는데, 올해로 벌써 15년째네요. 시간이 그렇게 흘러 간 것 갔습니다.
94년쯤에 매형이 부산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저도 군 복무가 끝난 상태여서 매형을 따라 부산에 가서 뭔 일을 해야겠다고 다짐했는데, 매형이 세탁소를 차리고 제법 큰 호텔을 잡았습니다. 직원이 1백여 명 이상이었는데, 아침저녁으로 세탁하고 다림질해야 할 유니폼들이 많았습니다. 매형도 일손이 필요하다보니 자연스레 제가 일을 돕게 되었고, 그러면서 저도 본격적으로 이일에 매진하게 됐습니다. 부산에서 2년 정도 매형 일을 돕다가 96년에 울진에 올라와‘유성세탁소’라는 상호로 지금까지 오게 됐네요.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간절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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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업하고 초창기에는 옷도 내 마음대로 다려지지 않고, 손님들 비위를 맞추기도 힘들어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간절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나름대로 생활하다보니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부산에서 울진으로 올라올 때만 하더라도 이 일보다는 식당이나 다른 것을 하려고 했는데, 자금이 부족하고 배운 것이 이것이다 보니 자연스레 이일로 들어섰습니다. 개업할 때도 기계를 사는 것 이외에는 목돈이 들지 않아 부담감이 적었고요.
겨울철이 가장 바쁘고, 여름철은 비수기
업종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세탁업은 겨울철이 가장 바쁩니다. 겨울옷들이 모직류가 많다 보니 아무래도 가정집에서 세탁하고 관리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거든요. 모직류는 드라이클리닝을 해야 옷감도 덜 상하고 보관도 용이합니다. 반대로 비수기는 여름철이죠. 간편한 복장을 하다 보니 셔츠나 바지를 다리는 것 외에는 세탁물량이 많이 줄어듭니다.
현 장소로 이전한지가 3개월이 지나가는데, 주택가라 그런지 나름 장점이 있습니다. 주말에는 학생들의 교복을 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여학생들의 주름 잡힌 치마는 집에서 다리기가 쉽지 않거든요.
한편으로 바지나 셔츠를 다리다 보면 옷 먼지가 생각보다 엄청나게 많아요. 사정이 이렇다보니 삼겹살을 주기적으로 먹게 되고 이에 곁들여 소주도 한잔하게 되고요. 술 한 잔 하면서 친구, 선·후배들과 둘러 모여 이런 저런 살아가는 이야기는 덤으로 얻게 되잖아요. 교육을 가도 먼지 때문에 삼겹살을 먹으라고 강사들이 권장하기도 합니다.
‘깨끗하게 빼주어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보람
손님들이 옷을 찾아 가면서 얼룩이나 오염된 부분을 타 업소에서는 제거하지 못했는데, ‘깨끗하게 빼주어서 고맙다’는 말 한마디면 보람을 느낍니다. 세탁소에서 옷만 다리면 되지 않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얼룩이나 오염된 부분을 흔적 없이 제거하는 것이 섬세하고도 많은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기술입니다. 단순히 배운 데로 해서 되는 것도 아니고, 그 동안의 경험들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쌓여 갑니다.
옷감 중에는 견(絹)으로 된 실크 제품이 다루기가 까다롭습니다. 얼룩이나 오물을 제거하기 위해 약품처리를 하면 색깔이 변질될 우려가 많거든요.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은 담배의 니코틴이 옷에 배어 버리면 처리하기가 불가능합니다.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한편 정말 어쩌다가 한 번씩 볼펜 때문에 골탕 먹은 적이 있어요. 드라이클리닝을 하기 전에 주머니를 다 뒤지지만, 주머니가 터진 곳으로 볼펜이 양복의 어느 곳에 있다가 세탁기를 돌리면서 볼펜 잉크가 터져버렸죠. 앞이 캄캄하죠. 약품을 가지고 뺄 수 있을 때까지 빼지만, 완전하게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입니다. 사정을 설명하고 변상을 할 수 밖에 없었죠.
얼룩제거를 하면서 사고(?)도 여러 번 내서 배상도 했죠. 그러면서 배우기도 하지만 믿고 맡긴 것인데 미안하기도 하고 제 스스로도 황당하기도 하고 그렇데요. 대부분의 사고들이 억지로 좀 더 잘해주려고 하다가 생기더군요. 지금이야 이런 일들이 없지만 개업하고 몇 년 동안은 마음고생도 했습니다.
세탁이 잘못됐다고 하시는 손님들과 언성을 높이며 싸울 수는 없겠더라고요. 받을 때 확인을 하지 못한 제 잘못도 있지만, 목소리 높여 싸우면 다른 사람들 보기에도 영 좋지 않고 이미지도 그렇잖아요. 그래서 제가 잘못했다고 사과하는 게 우선이다 싶습니다. 세탁비로 몇 천 원씩 벌어, 한 벌에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옷들에 대해 변상하고 나면 허탈하기도 합니다. 지금이야 그럴 일은 없지만요. 이제는 꼼꼼하게 세탁물을 체크하고 대부분이 단골손님이다 보니 믿고 맡기시는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 편하고 감사하죠.
옷 보관 시에는 ‘습기’에 각별히 유의
집에서 옷을 보관하는 곳은 대부분 장롱이나 행거일 겁니다. 장롱에 보관하는 경우는 습기가 차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합니다. 시중에 나와 있는 습기제거 제품들을 사용하고 가끔 옷들을 햇볕에 말리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바람이 통하지 않으면 습기가 당연히 생기게 됩니다. 그리고 장롱에 보관하는 경우는 비닐커버를 벗겨서 보관하는 것이 낫고, 행거에 걸어 둘 때는 생활 먼지가 있기 때문에 비닐커버가 씌어져 있는 상태로 보관하는 것이 낫습니다. 그리고 상의(上衣)보다는 하의(下衣)가 오염이 쉽게 되기 때문에, 하의를 좀 더 자주 드라이클리닝 하는 것이 옷감을 보호하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한편 요즈음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죠. 저 역시 사용하고 있는 약품과 드라이용 기름, 옷걸이 등 재료들의 가격이 올랐는데, 세탁비를 당장에는 올릴 수가 없겠더라고요. 손님들이 우리 지역의 세탁비가 비싸다는 인식들을 많이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손님들이 옷을 맡겨 놓으시고 빨리 찾아가면 좋겠는데, 본의 아니게 세탁소가 보관소까지 겸하게 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특히 부피가 큰 겨울옷은 맡긴 후 한참 있어야 찾아갑니다. 세탁물에 대해 배달과 수거를 해야 하는데, 혼자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배달과 수거를 소홀히 했던 것도 사실이었거든요. 때로는 맡겨 준 세탁물도 처리를 다 하지 못했는데 또 세탁물을 수거해 오는 것이 너무 과욕을 부린다는 생각도 가지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현재 이사 온 곳이 주택가이고 아파트가 많아 상대적으로 배달하고 수거하는 것이 용이합니다. 가게에 찾아가지 않은 세탁물을 고려했을 때에도 배달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에 실천하려고 노력중입니다.
한 번 더 지역의 상가와 경기를 생각했으면
지역에 사람이 많아야 합니다. 제가 처음 시작할 때보다 지금 현재 인구가 몇 만 명은 줄어든 것 같아요. 개업할 때만 해도 유흥업소 아가씨들의 세탁물과 세탁비용이 제법 됐었는데, 불과 몇 년 전부터 줄어드는 것이 현저하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만큼 지역경제의 실물경기가 어렵다는 반증이 되겠죠. 장사든 뭐든 사람이 많아야 하나라도 더 팔고 할 수 있을 텐데 사정이 자꾸 나빠지는 것 같아요.
울진에 내려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단체에 가입해 노인봉사활동을 해오고 있습니다. 봉사라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겠더라고요. 요즈음은 울진경찰서에서 시행하고 있는 ‘아동안전지킴이’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 일을 하게 되겠죠. 얼룩과 오염된 부분을 제거할 수 있는 보다 더 나은 기술을 익혀 고객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지역에서 장사를 하는 모든 업종의 주인들도 더 나은 서비스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되겠지만, 군민들도 값이 싸다는 이유 등으로 대도시의 대형마트를 선호하게 되면 결국 피해는 우리 모두가 받지 않겠습니까?
지역에서 돈이 회전되어야 지역 경기를 살릴 수가 있잖아요. 한 번 더 지역을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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