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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장자(莊子)가 복수(濮水)가에서 낚시질을 하고 있었다. 초(楚)나라의 위왕(威王)이 장자가 왔다는 소식을 듣고 대부(大夫)를 보내 그를 재상으로 삼으려 한다는 뜻을 전했다.
장자는 낚싯대를 드리운 채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웃으면서 대답했다.
“듣자하니 초나라에서는 죽은 지 3천년이나 된 신령한 거북이(神龜)가 있는데, 왕께서 그것을 비단으로 싸서 상자에 넣고 사당에 잘 모셔두었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예.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 거북이는 죽어서 뼈를 남겨 그와 같이 귀하게 여겨지기를 바랐겠소? 아니면 살아서 진흙 속에 꼬리를 끌고 다니기를 바랐겠소?((此龜者 寧其死爲留骨而貴乎 寧其生而曳尾於塗中乎)”
“그야 물론 살아서 진흙탕 속이라도 꼬리를 끌며 다니기를 바랐겠지요.”
“그런 줄 아신다면 돌아가시오. 나도 장차 진흙 속에서 꼬리나 끌고 다니겠소.(莊子曰 往矣 吾將曳尾於塗中)”
『장자(莊子)』추수(秋水)편에 나오는 이야기로서 권력을 마다하고 자연과 더불어 한평생을 보내겠다는 자연인의 태도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고사로서 후세 사람들에게 예미도중(曳尾塗中)이라는 고사성어로 회자 되고 있다.
국민의 열광적인 성원을 등에 업고 기세등등하게 출범했던 새 정부도 불과 반년이 채 되기도 전에 지지율이 10% 후반으로 떨어지고 개각이 화두로 떠오를 정도로 분위기가 달라졌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으로 불거진 여론은 급기야 촛불시위로 이어지고 공권력의 강경대응에 시위대 사이에서는 마침내 정권퇴진 구호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정권에 호의적인 일부 언론에서는 시위대의 배후설을 꾸준하게 흘리고, 반대로 시위대에 호의적인 일부 언론에서는 광우병의 위험성을 과장되게 표현해 가면서 서로 우호적인 이들을 자극하며 부추기고 있다.
마침내 여의도의 정치는 실종되고 저자거리에서 물대포와 각목이 난무하는 혼란이 계속되고 있다. 국가적인 위기를 관리하는 정부의 시스템도 제대로 가동되고 있지 않다는 게 현실적인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다시 반년 전으로 돌아가 보자. 대선이 끝나면서 세상은 하루아침에 바뀌었다. 정권이 바뀌면 금방 경제가 살아나고 CEO 경험이 풍부한 당선자는 우리나라의 국민소득 2만불은 내일, 3만불도 머지않아 달성시킬 것이라는 장밋빛 기대에 전 국민은 부풀어 있었다.
인수위가 구성되면서 참여정부의 모든 정책은 잘못된 것으로 폄하되었고 너무 왼쪽으로 기울어진 나라의 추(錐)를 다시 오른쪽으로 돌려야 한다는 것이 하나의 전제가 되었다.
그리고 출범을 준비하면서 실용주의를 내세우며 과거를 묻지 않고 능력 있는 사람을 쓰겠다고 발표하자, 새 정부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참여정부 고위 관료들의 기회주의적 행태가 한동안 극에 달했었다.
참여정부에서 승승장구하던 한 고위 관료가 연말 송년회 자리에서 갑자기 일어나서는 참여정부에서 정말 힘들었다고 푸념하며“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오겠지”라는 노래를 불러 참석자들의 술이 확 깨게 만든 일은 하나의 예에 불과하다. 영혼을 팔아먹은 관료들의 얘기는 지금도 술자리에서 좋은 안주거리로 오르내리고 있다.
현실적으로 이미 벼슬길에 올랐거나 장차 오르고자 하는 이들에게 장자(莊子)의 이러한 태도를 주문한다는 것은 아무래도 무리일 것이다.
오늘날의 관료들은 너무 정치적으로 노출되어 있고 정치판의 움직임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을 정도로 구조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권세가 당당하고 호의호식하는 관료의 자리에 있다고 하더라도 정권이 바뀌어 신변에 위협을 느끼면 그곳은 가시방석만도 못한 자리가 된다.
그러나 정말로 문제가 되는 것은 백성의 공복으로서 마땅히 갖추어야 할 올바른 처신보다는 보신에 더 치중하는 일부 고위 관료들의 모습이다. 의(義)로움을 쫓는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이(利)를 취하는 것에 밝은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이것이야말로 배운 것이 오히려 우환의 근원이 된다고 하던 옛 어른들의 말씀을 되새기게 된다.
몸이 마른 것은 음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마음이 속된 것에 물들면 되돌리기 어렵다. 그래서 소동파(蘇東坡)는‘人瘦尙可肥 士俗不可醫’(사람이 여위면 그래도 살찌울 수 있지만, 선비가 속된 것에 물들면 치유할 수 없다(於潛僧綠筠軒))라 했다.
세속은 사람을 마비시키고 중독되게 하는 마력이 있다. 그래서 옛 선비들은 거처 주변에 대나무를 심어 그 마력에서 벗어나려 했다. 水淸石出魚可數 林深無人鳥相呼(물 맑아 바위 드러나니 물고기 셀 만 하고, 숲 깊어 사람 없으니 새들이 서로 부른다. (소동파(蘇東坡)의 ‘臘日遊孤山訪惠勤惠思二僧’중에서)
물 속 바위가 훤하게 비치고 노니는 물고기를 셀 수 있을 만큼 깨끗한 시냇물, 거기다가 인적 없는 계곡에 새들만 지저귀는 깊은 숲이라면 우리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꿈꾸는 이상향이 아닌가.
정치를 외줄타기에 비유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항상 정적들과 대결하면서 언제 위해를 당할지 모르는 삶보다는, 누추하고 불편하더라도 장자(莊子)나 소동파(蘇東坡)의 생각처럼 자연에 묻혀 안빈낙도하면서 마음 편하게 사는 게 더 훌륭한 양생법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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