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원전 5,6호기 내에 설치된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유리화시설로 인한 지역의 에너지 소모가 너무나 많다.
지난 2005년 5월 19일 산업자원부 고시 제2005-53호로 ‘울진원전 5,6호기 전원개발사업 실시계획’ 변경신고에 관한 공문(公文)에 의하면「유리화설비 설치 사업은 울진군(의회) 및 지역 주민에 대한 적극적인 설득을 통해 민원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면서 추진해 나가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명문 규정과는 아랑곳없이 유리화시설 사업은 지속적으로 추진돼 완공에 이르렀지만 지역의 또 다른 이슈가 됨은 물론, 울진원자력과 지역민이 또 다시 갈라서 대립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지난 6월 말 죽변면민을 중심으로 유리화시설 중단 범군민 투쟁위원회가 결성되고 차량가두 방송과 강연회, 반대 집회가 2차례에 걸쳐 진행됐다.
또한 대의기관인 울진군의회는 지난 6월부터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 한수원에 유리화시설에 대한 시운전 중지요청에 이어 전면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서를 채택하여 발송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정부의 답변은 군민의 뜻과는 아랑곳없이‘유리화설비 등 관련 설비에 대해서 안정성에 문제가 없는 한 가동을 허가하지 않거나 운전을 중단시킬 수 없는 것임을 이해하여 주시기 바람’이라는 답변과, ‘귀 군에서 제기한 바와 같이 유리화설비 안정성에 대한 울진 군민들의 의구심을 해소하기 위해 향후 충분한 의견 수렴 및 설명회 등을 이행토록 한국수력원자력(주)에 조치할 계획이오니, 한국수력원자력의 동 활동이 원활히 진행될 수 있도록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고 회신을 보내 왔다.
회신의 내용은 일방적이다. 우리 군민의 의사와는 전혀 관계없이 그냥 받아들이라는 내용이다. 재정자립도가 30%를 겨우 넘나드는, 시쳇말로 힘없고 빽 없는 우리 군은 어디에다 하소연 할 때도 없다. 이런 내용의 회신이 올 때마다 군민들은 생업을 중단하고 또 다시 궐기를 준비하거나, 아니면 그러려니 하면서 자포자기 하게 된다.
군의회도 이에 대한 반박 성명을 내고 되묻지만 때로는 공허(空虛)한 메아리로 되돌아온다.
인구가 줄고, 관광객이 감소하고 경기 침체가 어디가 끝인지도 모르게 바닥을 향해 추락하면서, 지역 경제 살리기에 온전히 군민의 에너지를 집중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무성의한 답변은 군민들로 하여금 허탈하게 만든다.
한편으로 원자력의 각종 정책들로 인한 지역민심 갈라놓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뭔가를 획책할 때마다 정부 측은 상품을 그럴싸하게 포장해 내 놓는다. 그저 지켜만 보고 있다. 국가 전체의 이익을 고려할 때 어디에 있는 지도 잘 모르는 그런 지자체의 국민들이 사분 오분 갈라져 지역민들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은 아랑곳 하지 않았다.
때로는 이런 모습을 당연하게 예상한 듯 다음 상품을 준비해 내놓고, 치고받고 싸우는 장면을 즐기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울진군민은 대한민국의 국민이 아닌가? 무심코 던진 돌이 개구리에게는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정부가 각종 정책을 남발(?)할 때마다 상처투성이가 된 군민들은 치료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또 다시 더 깊은 상처를 서로에게 안겨왔다. 때로는 그 지역민들 사이의 불신이 깊이를 잴 수가 없을 정도이다.
울진원전은 우리나라 전기의 13%를 공급하는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곳이며, 정부 관료들도 울진원전이 우리나라에 공헌하는 기여도를 높이 평가하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그렇다면 과연 울진군은 대한민국에서 기여하는 만큼의 대우를 받고 있는가?
흔하게 울진군이 원자력발전소의 최적의 입지 조건이라고 말한다. 이유는 다름 아닌 1시간 거리에 인구 10만이상의 도시가 서남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까닭인지는 몰라도 울진원전에는 유리화시설처럼 상용화되는 원자력 기술의 첫 시험무대가 종종 되곤 한다.
지역의 경제상황이 말이 아니다. 지역민들도 지쳐간다. 그렇다고 이대로 포기하고 정부의 시책에 무조건 따라갈 수는 없다.
울진군도 대한민국의 한 영토이며, 이 땅 역시 우리의 부모들이 그랬듯이 후손들이 발을 딛고 그들의 꿈과 희망을 일구어 나가는 터전이기 때문이다. 힘이 들고 지칠수록 그 짐을 나눠 들어야 한다. 그리고 결집된 힘을 보여야 한다.
너와 내가 아닌 우리의 힘! 울진군이 대한민국 전체에 기여하는 만큼, 당당하게 그 보상을 받아야 할 권리가 우리들에게는 있다.
정부는 과연 조그마하고 힘없는 지자체의 주민들도 국민으로 여기는지, 국민으로 여긴다면 그들의 생각과 의지가 무엇인지에 대해 귀 기울여야 한다. 울진군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정책과 대책을 심사숙고해야 한다.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정책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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