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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문득 사라진 묘지’, 3년 동안 도시계획도로 밑에 깔려 있었다

  • 이명동기자 기자
  • 입력 2009.08.0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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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일 죽변면 3리 묘지 발굴 현장 

 

수년 동안 도로 밑에 매몰되어 있던 묘지가 묘지 연고자의 끈질긴 민원 제기로 3년여 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충격적인 일이 일어나, 향후 보상 문제 등을 둘러싸고 상당한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 1일, 죽변면 3리 군부대 레이더 기지 인근에서는 2008년 2차에 걸친 유해 발굴조사를 통해서도 발견되지 않은 C(여. 55세)씨의 조상 묘소를 찾는 3차 발굴이 진행됐다.  

 

이에 앞서 수일 전에 콘크리트로 덮인 도로 일부를 절개해둔 가운데 실시된 발굴 작업은 오후 2시 40분경에 시작됐다.  

 

묘지 발굴을 위해 포클레인이 작업을 시작한지 10분 정도가 경과된 시각에 발굴현장을 지켜보던 묘지 연고자와 울진군 관계자 등은 짧은 탄성을 자아냈다.  

진흙더미속에서 관곽재로 추정되는 짙은 황토색의 작은 나무토막이 발견된 것이다.  

 

이에 발굴 작업을 하는 인부가 조심스럽게 삽으로 주변을 훑으며 흙을 뒤지기 시작했고, 곧 사람의 머리뼈와 턱뼈 등으로 추정되는 유골이 나타났다.
발굴된 유골은 전문 장의사에 의해 유해 발굴 현장에서 수습되어 묘지 연고자에게 건네졌다.

 

 

도시계획도로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개인 묘지가 도로 밑에 매몰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한가?

울진군은 2005~2006년 죽변도시계획도로 확장 공사, 폭풍속으로 드라마세트장 도로 포장 공사, 죽변 4리 군부대 입구 포장 공사 등 3차례에 걸쳐 죽변도시계획도로 확·포장 작업을 시행했다.  

 

그런데 도시계획도로 확·포장 과정에 앞서 작성되는 지장물도는 군부대 인근의 산사태 방지용 타이어 위치까지 정확히 표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C씨의 할아버지 묘지는 누락되어 있었다.  

 

이에 대해 울진군 관계자는 “도시계획도로 확·포장 공사 이전에 주변의 모든 지장물을 조사해서 기록하는 지장물도에 C씨의 조상 묘지가 나타나 있지 않은 점으로 볼 때, 지장물도를 작성할 시점에 이미 수해 등의 자연적인 영향으로 인해 묘지의 봉분이 상당부분 깎여 나가서 담당자가 묘지로 판단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미루어 짐작했다.  

 

설령 그렇더라도 문제는 여전히 상존한다.
수십 년 동안 미국에서 거주하다가 오랜만에 고향인 죽변면을 찾아온 C씨는 죽변면 3리 군부대밖에 위치해 있던 할아버지의 묘지가 없어진 것을 알고, 2005~2006년도에 도시계획도로 개설에 참여했던 울진군 담당자 및 장기간 인근 군부대에 근무하면서 묘지 위치를 기억하고 있던 증언자들과 함께 2007년 3차에 걸쳐 사라진 묘지를 현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 과정에서 C씨는 울진군과 묘지의 행방에 대해 치열한 공방을 벌이면서 각계에 진정서를 제출하는 등으로, 2008년 4월 8일과 29일 2차례에 걸쳐서 증언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중장비를 동원하여 묘지 발굴 작업을 했으나 여전히 묘지는 발견되지 않았었다.  

 

당시 C씨는 “증언자들의 증언이 수차례에 걸쳐 도로를 확·포장 하는 과정에서 지형이 근본적으로 변화함에 따라 신빙성이 떨어진다”며, “2005~2006년도 도로 개설 이전의 현황도 등을 이용해서 묘지의 끝부분에 물려 있었던 군부대 철제 펜스의 위치를 확인한 후에 유해 발굴 작업을 실시하자”고 주장했다.  

 

그러나 울진군 관계자는 “2차례의 발굴 작업을 실시해도 C씨의 조상 묘지가 발견되지 않는 점으로 미뤄볼 때 여름철 수해로 인해 분묘 자체가 유실됐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상반된 입장을 견지해왔다.  

 

또한 2008년 4월 2차례에 걸쳐 실시된 유해 발굴 작업후의 장마철로 인한 복구 공사 시에 도로 일부를 절개해서 C씨 조상 묘지의 유해 발굴 작업을 실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지만, 결국 3차 발굴 작업은 해를 넘기고 말았다.  

 

이와 관련해서 C씨는 “2차 발굴 조사 후에 3차 발굴 작업을 기피하는 울진군 담당자들을 설득하는데 엄청 애를 먹었다”며, “심지어 3차 발굴 작업을 요구하기 위해 울진군청을 드나드는 동안 담당 공무원들로부터 수차에 걸쳐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들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결과적인 얘기지만 결국 유해를 찾고 보니 그동안 울진군 담당자들이 의도적으로 도로 안쪽의 묘지 발굴을 기피해 온 게 아닌가? 하는 일말의 의혹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울진군, 수년 동안 도시계획도로 밑에 묻혀있던 유해를 찾았지만 이장비용 270만여원 이외에는 보상해줄 방법이 없다...?

지난 7월 1일 3차에 걸친 유해 발굴 작업 끝에 할아버지의 사라졌던 묘지를 찾게 된 C씨는 “할아버지 무덤을 찾기 위해 그동안 미국에서 한국을 수차례 오가는 동안에 벌여놓은 사업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한국에서의 체류경비 등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고 전했다.  

 

그리고 2008년 2차에 걸친 발굴 작업에서 묘지가 발견되지 않았을 당시에 울진군 담당자에게 “기존의 군부대 철조망 외곽으로 도시계획도로를 개설하는 과정에서 할아버지의 분묘가 도로 밑에 매몰됐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고 거듭 주장했는데도, 귀담아 듣지 않은 울진군 담당자들로 인해 엄청난 시간적, 정신적, 물질적인 고통을 겼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런 점을 들어 C씨는 “수년 동안 할아버지 묘소가 도로 밑에 억울하게 묻혀 있었던 만큼, 군 관계자들에게 할아버지의 장례식과 천도제, 공설묘지로의 이장 등 최소한의 성의를 표시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군 관계자들로부터 어떤 입장도 전달받지 못했다”면서, 무고한 주민에게 누가 보더라도 명백한 행정 폭력을 행사했으면서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울진군을 상대로 “애초의 생각과는 달리 시간적, 정신적, 물질적 고통에 대한 법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30년여 동안 낯선 땅 미국에서 유색인종으로 살면서도 차별보다는 도움을 많이 받으면서 지냈는데, 오히려 내 나라, 내 고향 울진 땅에서 일부 공무원들의 고압적인 자세로 인해 상식적으로 이해 못할 황당한 경우를 겪는 것이 무엇보다 서글프다”고 말했다.  

 

한편 1, 2차 유해 발굴조사 당초에는 묘지가 수해로 유실됐을 것으로 추정해오던 울진군 관계자들은 유해가 발굴된 후에는 입장을 선회하여 “도시계획 도로를 개설할 당시에 작성된 지장물도에 묘지는 나타나 있지 않고, 군부대에서 수해 방지를 위해 폐타이어를 쌓아 구축한 진지는 표기돼 있는 점 등으로 유추할 때, 도시계획도로 개설 이전에 군부대에서 수해 방지 공사를 하면서 이미 묘지를 훼손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울진군으로서는 묘지 이장 비용 270만여원 이외에 별도로 묘지 연고자에게 보상금등을 지급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끝내 도시계획도로를 개설할 당시에 묘지라는 것을 알아보지 못하고 시멘트 포장을 해버린 울진군과, 3년여 만에 할아버지의 유해를 되찾은 C씨와의 보상금 문제 등을 둘러싼 법적 공방은 현재로서는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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